더불어민주당이 3·9대선 패배 이후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내 쇄신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윤호중 비대위원장 체제'를 놓고 찬반논쟁이 격렬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파 갈등의 조짐도 보인다. 일각에서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하자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 구도는 더 복잡하다. 범친문인 친낙(친이낙연)계와 친명계, 정세균계 의원들 간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계파 갈등이 지속될 경우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처럼 분당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비대위는 출범부터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은 반성과 성찰이 담기지 않은 안일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반발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부터 시작됐다. 김 의원은 연일 방송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이재명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친명계 의원인 이수진 의원 등도 '이재명 등판론'을 강하게 밀고 있다. 반면 친문계인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이재명계로 꼽히는 채이배 비대위원의 '문재인 대통령 퇴임사 반성문' 발언은 계파 갈등이 표면화되는 도화선이 됐다. 앞서 지난 16일 채 위원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 '저 잘했어요'만 쓸 게 아니라, 편 가르기와 정책 실패 등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국민이 제대로 평가를 해 줄 것"이라고 하자, 청와대 출신 친문 의원들은 강력 반발한 것이다


6파전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원내대표 선거는 계파 대리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후보로 거론되는 4선 안규백 의원과 3선 이원욱 의원은 정세균계, 3선 박홍근 의원은 친명계, 3선 박광온 의원은 범친문인 친낙계, 3선 김경협 의원은 친문계이다. 이광재 의원은 원조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친명계인 박홍근 의원과 친낙계인 박광온 의원이 양강을 형성하고, 정세균계 의원 중 한 사람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과 이해찬 전 대표와 가까운 친문 김경협 의원은 각 계파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을 다른 후보들에 비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별도의 입후보 절차 없이 '콘클라베(Papal conclave·교황선출투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지다보니 두 의원이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종의 '계파 견제론'이다.

물밑에선 이미 계파 간 알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박광온 의원 대 박홍근 의원을 중심으로 양파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복수 민주당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앞서 지난 11일에는 일부 친문계 의원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여 원내대표 경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