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은결 김성진 기자 = 적자 늪에 빠진 한국전력이 필리핀 자산 매각 검토에 나섰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가 치솟으며 올 1분기 역대 최대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아 해외 자산 조기 매각에 눈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관계자는 27일 "최근 필리핀 자산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며 "최근의 적자 확대 등 재무구조 개선 차원"이라고 밝혔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 측이 매각 여부를 저울질하는 자산은 필리핀 세부 화력 발전소가 유력하게 꼽힌다. 최근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매각 방법·일정과 절차 수립 방안 등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하반기 중 매각 입찰에 돌입해 연내 협상·계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전은 지난 1995년 말라야 사업을 통해 필리핀 발전사업에 진출했다. 이 사업은 2011년 종료됐지만 이후 한전 해외 사업의 시발점이 됐다.

한전 세부발전소는 지난 2011년 준공됐다. 한전은 이 사업을 위해 필리핀 현지 전력회사(SPC)와 공동으로 합자회사(KSPC)를 설립한 바 있다. 이 발전소에는 총 사업비 4억5100만 달러가 투입됐고, 이 중 한전은 8000만 달러를 출자했다. 한전이 보유한 지분은 약 80%다.

세부발전소는 필리핀 비사야스 지역에 위치해 네그로섬과 세부섬 지역에 주로 전력을 공급하며 현지 지역 정전 우려를 없애기도 했다.

특히 '유동층 석탄화력 발전 방식'을 택하며 친환경 발전소를 표방하기도 했다. 이는 석탄과 석회를 동시에 주입해 연소시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발전설비 방식을 의미한다.

한전은 당초 오는 2036년 5월까지 25년간 발전소 상업운전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석탄화력 사업 정리를 예정해온 데다, 최근의 심각한 적자 위기가 조기 지분 매각 검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실적 악화의 원인은 전력구입비(원가) 급등 때문이지만, 직접적인 해결책인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의 지난 2월 전력구입비는 7조5836억원, 판매 수익은 5조4767억원으로 전기를 팔아 2조원 이상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다만 한전이 연료비 조정 단가를 산정해 제출해도, 정부는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요금 동결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차기 정부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공공요금 관리를 강조한 상황에서 지난 4월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이 인상된 가운데 당분간 추가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한전의 1분기 매출은 15조8811억원, 영업손실은 5조21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증권사는 6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의 해외 자산 매각 검토는 단기 미봉책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해외사업이 한전의 총괄 원가 인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해외사업을 통한 수익은 회사채 금리를 낮추는 영향을 미쳐 전기요금 안정화에 간접적인 도움을 준다"며 "또한 필리핀 현지 주민들에 대한 에너지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이 전기요금 동결로 부채가 불어나 해외 자산 매각 자구책에 나섰지만, 해외 사업을 통한 긍정적 영향을 보면 양호 자산의 매각 검토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요금 인상이 물가 관리 차원에서 어렵다면 재정 투입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은결 기자(keg@newsis.com) 김성진 기자(ksj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