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가격조절 제재에
이달초 법원에 소장 제출

공정위 "행정지도 외에도
수십차례 비공식 모임"

한국육계협회가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육계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이달 초 공정위 제재 취소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행정소송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육계협회 관계자는 "닭고기 수급 조절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이 분명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육계·삼계·종계의 판매가·생산량·출고량 등을 인위적으로 결정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억1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하림,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체리부로, 마니커(이지홀딩스) 등 닭고기 업체 6곳과 육계협회를 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육계협회는 공정위가 담합으로 규정한 행위 대부분은 농식품부의 행정지도하에 시행된 정당한 수급 조절이었다는 입장이다. 원가 이하로 떨어진 육계 가격 등 시장의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고자 정부와 협의를 거쳐 생산량을 축소하거나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축산물 수급 조절, 가격 안정 등을 위해 2013년부터 민관 협의체인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공식적인 축산물 수급조절협의회 외에도 육계협회가 업체를 모아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린 행위가 적발됐다며 담합이라고 설명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수급조절협의회는 1년에 1~2회 육계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향후 불안정할 것으로 예측되는 때에 개최된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특정 기간에는 업체들이 수십 차례 비공식적으로 모여 가격 인상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해당 사업자들이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담합을 벌인 사실이 내부 문건 등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A사 내부 문건에는 '합의 목적'으로 "경영 악화 타파를 위한 이익률 개선"이 명시돼 있었다.

정부의 행정지도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법령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기 위해선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법률에 근거한 필요·최소한의 행위여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 사업자들이 제시한 축산법이나 축산자조금법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업계는 앞서 비공식적 협의회 개최가 공식적인 정부 행정지도에 따른 수급 조절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 등 검찰에 기소된 개별 업체도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계의 폭리를 취한 업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