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펨코리아 '이대남'의 집결지

'에펨코리아(펨코)'는 '디시인사이드'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방문자가 많은 커뮤니티다. 원래 디시인사이드에서 파생된 작은 커뮤니티로,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매니저' 이용자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던 곳이었다. 커뮤니티 이름도 게임 풋볼매니저의 약어인 FM에서 따왔다. 지금은 하루에도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는 거대 커뮤니티지만 특징을 요약하기란 어렵지 않다. 스포츠, 특히 축구·정치·게임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에펨코리아의 주 이용층은 20~30대 남성인데, 축구 게임이 창설 계기가 된 사이트이기 때문에 축구와 관련된 정보는 늘 인기 게시글로 꼽힌다. 그러나 요즘 에펨코리아를 대내외적으로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정치 성향과 관련된 것이다. 에펨코리아의 이용자들이 뚜렷한 친이준석 성향을 보이면서 이른바 '이대남' 현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서로를 '펨붕이'라고 부른다. '붕이'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시작한 접미사로 상대를 부를 때 붙이는 단어다. 펨붕이들은 젊지만 다소 보수적이다. 정치적으로도 그렇지만, 사회적으로도 다소 냉소적인 자세를 취한다. 싫어하는 것이 무척 많지만 특히 페미니스트에 대한 반감은 매우 크다. 페미니스트와 청년 여성에 대한 반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에펨코리아 이용자가 공유하는 주요 '가치'다. 에펨코리아 이용자들은 이준석 전 대표가 그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보수적인 자세, 젠더 갈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는 태도, 청년집단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 등이 그렇다. 그래서 에펨코리아는 반중·반페미니즘·반기성세대·반더불어민주당 성향을 보인다. 에펨코리아가 이대남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점은, 인기 있는 게시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에펨코리아에는 수십 개의 게시판이 있는데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주제로 하는 곳이다. 각종 이슈 글이 올라오는 유머 게시판보다 더 활발하게 운영된다. 정치, 축구, 야구, 주식 게시판이 그 뒤를 잇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대남의 관심사가 에펨코리아에 그대로 녹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