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억울한 사람들 모여라

지난해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학폭 폭로'는 '네이트판(판)'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 여자배구 스타였던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폭로한 글이 지난해 2월 올라온 게 도화선이었다. 이어서 스포츠계와 연예계까지 불이 붙었다. 대부분의 폭로 글이 네이트판에 올라왔다. 네이트판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모인다. 가족이나 회사, 학교에서 고민이 있거나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다. 여기서 번져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도 많다. 2017년 한샘 사내 성폭행 사건, 2018년 이수역 폭행 논란도 여기서 시작됐다. 판은 원래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포털 '네이트' 안의 게시판 서비스였다. 규모가 커지자 아예 2006년에 개방형 자유게시판 사이트로 독립했다. 여러 개의 글이 한꺼번에 많이 올라오는 커뮤니티는 아니다. 화제가 되는 게시글 하나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방식이다.

판에는 여러 게시판이 있지만, 활성화 정도는'결혼·시집·친정'(결시친)이 단연 으뜸이다. 이 게시판에는 주로 배우자나 시가·처가에 대한 불만, 결혼 준비를 하다가 생긴 일들이 올라온다. '시어머니가 모유 수유를 강요해요' '친구 웨딩스냅 찍어주고 절교했어요' '아내의 경제관념이 이해가 안 가요' 등 시시콜콜한 일상적 고민이 많은 관심을 받는다. 워낙 이 게시판만 활발하게 운영되다 보니 주제와 무관한 사연이나 폭로 글도 '화력 좀 빌리자'며 이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공식적으로 추산한 결과 판 이용자의 65％가 여성이다. 이 때문에 판은 강한 페미니즘 성향을 보인다. '10대 이야기' 등 여타 게시판에도 여성에게 차별적인 사회적 상황을 비판하는 글이 순위권에 종종 올라온다. 반면 정치적인 성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지난 대선을 전후로 윤석열·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 혹은 비판 글이 올라오긴 했지만, 댓글 반응도 다양하게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