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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물]님들 TS하고 싶다는 글 쓰지 마세요 체질이라는 게 바뀝니다.

TS좋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0 01: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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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하고 돌아오는 직장인이란 만성 피로에 찌들고 오염된 폐기물 덩어리와 같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냉각수 삼아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고, 그대로 침대에 꼬라박혀 다음날 아침까지 곱게 보관 당하는 신세라는 거다.

 

 그런데 이것도 만사는 아니어서, 회식으로 인해 맥주를 냉각수로 삼는 우회법마저 막히는 날이 존재한다. 그런 날에는 으레, 맥주 한캔에 못다푼 회포를 알코올 범벅이 된 문장에 섞어 갤에 토해내고는 했다.

 

 그날도 그런 흔하디 흔한 날이었다. 머리는 꽐라가 되었다가 반쯤 정신을 차리고, 다음날 정시 출근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올라오는 날.

 

 염병할 직장은 언제나 그런 꼴이었기에 반항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래서 아마 잔뜩 비꼬인 심사를 이상성욕의 형태로 갤에 쏟아냈던 것 같다.

 

 [TS당해서 개처럼 따먹히고 싶네요]

 

짤녀처럼 TS당해서 앙앙 박히는 암컷 같은 삶을 살고 싶어요. 얌전히 주인님이 내리는 명령만 들으며 편하게 날먹하는 인생 말이에요.

 ㄴㅇㅇ(유동아님): 아조씨 오늘 또 왜그래요? 평소에 안 그러던만 술취했어요?

 ㄴ몰?: TS충들은 다 이따구로 생각하냐? 진심 역겨워서 못 보겠다.

TS갓장르임: 네가 TS물 안봐서 그러는 거임. TS암타물 츄라이 츄라이

 ㄴ몰?: 암만봐도 그냥 게이새끼들 같은데

  ㄴㅇㅇ(유동아님): 노란머리 벌벌 떠는 콘

 

 반응은 늘 그렇듯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는 것들이 대다수였다. 간혹 가다가 진성 TS충들이 변호를 하는 게 보이지만,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닌데, 굳이 그걸 변호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그게 재밌었다. 비뚤어진 생각인 건 알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좋았다. 회사에 가봤자 매번 일에 치여 살고,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과는 늘 똑 같은 얘기만 반복했으니까.

 

 변화가 필요했다. 지루하고,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삶에 한가지 희망이 보이기를 바랬다. 오죽하면, 가끔씩 보이는 TS물들을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TS물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라는 헛된 망상까지 해봤을까?

 

 부질없는 짓인 건 알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낄낄거리며 갤질을 하던 도중이었다.

 

 ㄴ페테르부르크: 진짜로 TS당하기를 원함?

 

 뜬금없이 새로운 답글이 달린 게 눈에 띄었다. 갤에서 자주 대화를 하던 고닉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TS물을 좋아하여 장르 불문하고 자신이 본 TS물들에 대해 얘기를 하던 사람이다.

 

 나 역시 한 명의 TS충으로서 그와 많은 대화를 하고는 했다. 가끔씩 그가 갤에서 보여준 집착적인 수준의 TS물에 대한 자료 조사를 볼 때면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바로 그런 이였기에 교류를 안 할 수는 없었던 거였다.

 

ㄴ페테르부르크: 진짜로 TS당하기를 원함?

  ㄴ하루: 당연히 원하죠. 제가 TS를 싫어할 리는 없잖아요?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답변을 달았다. TS충이라면 당연히 원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의 반응이 흥미로운 형태로 달렸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고닉의 모습이었다.

 

ㄴ페테르부르크: 진짜로 TS당하기를 원함?

 ㄴ하루: 당연히 원하죠. 제가 TS를 싫어할 리는 없잖아요?

ㄴ페테르부르크: 그럼 TS시켜줘도 불만 없는 거지?

 

 , . 이 사람이 TS물만 보다가 드디어 정신이 돌아버린 건가.”

 

 순간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나야 술 취해서 헛소리를 싸지르는 거라지만, 오늘 술 마신 징후가 보이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헛소리를 할 줄이야.

 

 그래도 그런 글을 보면 TS충으로서 오기가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ㄴ페테르부르크: 진짜로 TS당하기를 원함?

 ㄴ하루: 당연히 원하죠. 제가 TS를 싫어할 리는 없잖아요?

ㄴ페테르부르크: 그럼 TS시켜줘도 불만 없는 거지?

   ㄴ하루: 물론이죠. 기왕이면 예쁘고 처녀인 TS미소녀로 만들어주세요.

 

 ‘TS가 되면 미소녀가 되는 게 상식!’ 이라고 했던가뻐근한 몸이 젊은 몸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거 하나는 아주 괜찮을 것 같다. 나이 먹으면서 점점 더 개판이 되는 몸이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 까짓거 TS미소녀 따위 못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글을 둘러봤는데, 이상한 점이 보였다. 방금 전까지 했던 대화가 사라져 있던 거였다. ‘페테르부르크가 쓴 댓글뿐만 아니라, 내 댓글까지 말이다.

 

 분명히 대화를 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 내가 헛것을 본 걸까갤을 뒤져 보니, ‘페테르부르크는 이미 두 시간도 더 전에 모스크바 기준시로 벌서 새벽 세시가 되었다고 잘자콘을 올리고 취침을 한지 오래였다.

 

 아직 술이 덜 깬 게 분명하다. 그래, 이제 진짜 자야겠지

 

 

 

 

 어지럽다. 시끄러운 알람벨 소리가 울리기 대략 5분전이다.

 

 어젯밤 회식의 기억이 숙취와 함께 비벼져 머릿속을 꽉 채운다. 진짜, 더럽게 아프다.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건 아는데, 지금 일어나기가 도무지 쉽지가 않다.

 

 잠시 심호흡, 이어서 뒤척임. 단숨에 숨을 들이쉬며 침대에서 반쯤 일어난다.

 

 하아…”

 

 눈이 그제야 뜨인다. 아직도 천근만근 같은 압박감이 내 눈을 자극하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못 일어날 정도는 아닌 거다. 의외로 머리가 아픈 걸 제외하고는, 몸은 훨씬 더 멀쩡한 것 같으니 다행이다. 가슴팍이 살짝 답답하고 무겁기는 한 것만 빼면 정말 멀쩡하다.

 

 침대에서 일어난다. 아까부터 오줌이 자꾸 마렵다. 어젯밤에 그렇게 달렸으니 밤사이에 오줌을 안 싼게 용할 지경이다. 목이 타는데 오줌은 마렵다니, 참 신기한 몸이다.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간다. 유난히 어제보다 더 낮아진 듯한 시야, 살짝 엇나가는 발걸음까지아무래도 어젯밤에 너무 많이 마시기는 했나보다.

 

 그래도 이제 진짜 다왔다. 애초에 그리 크지도 않은 집구석이었으니, 화장실까지 못 걸어갈 것도 없다. 문을 열고, 커버가 열려 있는 변기를 향해 그대로 다리 사이를

 

 …”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었다. 바지를 까보니 아랫도리가 허전하였고, 그래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소중한 부위 대신 두개의 거대한 언덕이 환영인사를 해주었다는 것 말이다.

 

 …”

 

 아직 술이 다 안 깬 건가…?

 

 볼을 한 대 찰싹 때렸다.

 

 그런데 손이 뻣뻣한 아저씨 손이 아니라, 하얗고 고운 손가락이 길쭉이 뻗어 있는 여자아이의 손이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옆에 있는 거울을 바라본다. 전신거울에 손을 가져다대니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한쪽 볼이 손바닥 모양으로 빨갛게 물든 아가씨가 보인다. 누구라도 보면 가정폭력당한 거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며 경찰을 부르고 싶어할 모습이었다.

 

 하얗게 물든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흘러내려왔다. 눈은 파랗고 맑다. 피부는 하얗고 잡티 하나 없다. 코는 오똑하고 버선처럼 솟아 있다. 입술은 붉고 자그마하여 생기가 있다.

 

 목은 가늘고 흘러내려오는 듯한 선을 가졌다. 어깨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선은 사이즈가 전혀 맞지 않는 흰 티에 덮여 허벅지까지 그 본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아마 맞지도 않았을 바지는 어느 틈에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가슴과 허벅지는 존재를 당당히 드러냈다. 여자란 이렇게 생긴 거라고 홍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꿈이어야 하는데…”

 

 아니다.

 

 나 오늘 출근해야 하는데…”

 

 출근은커녕 앞으로의 삶조차 불투명해졌다.

 

 이제뭐하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어제 봤던 글, 술김에 썼던 그 글이 기억나서 말이다.

 

 겸사겸사 이 믿기지 않을 일이 내게만 일어난 게 아닌지 확인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다급하다는 거 인정한다. 바보 같은 짓인 것도 맞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재빨리 얼굴만 가린 전신샷을 찍어온다. 그대로 사진을 갤에 올리고, 지금 내 상황을 확실히 요약해서 글을 올린다.

 

[저 하루인데요…]

 [사진]

 제가 지금 아주,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해버린 것 같아요사진이 바로 제가 지금 처한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ㄴㅇㅇ(유동아님): 아저씨 어제 갤질 개같이 하던만 드디어 가버린 겁니까?

 ㄴㅇㅇ: 완전히 미쳐버린wwwwww 꼴짤 고마운wwwwwwwww

 ㄴㅇㅇ: 사진 속 처자,,, 맘마통이 아주,,, 맘에 드는 구먼,,, 쉬이뿔,,, 내가 10년만 젊었어두,,,!!

ㄴㅇㅇ(유동아님):

  ㄴ성녀타락: 틀니 야설 너튜브용 보청기 3개월 압수

   ㄴㅇㅇ: 내 동기들 다~~ 국민학교 4학년이다 쉬이,,,뿔 것들아,,,!!

 

 그럼 그렇지.

 

 예상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니 더 할 말도 안 나온다. 그래, 뭐 원래 세상 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니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이 사람들이 무슨 특별한 반응을 보일 거라 기대한 것도 아니잖아? 그냥, 이게 정말 사실인지 모르겠으니 해봤을 뿐인데.

 

 그냥, , 말을 말자…”

 

 , 하고 울리는 소리와 함께 침대 위로 엎어진다.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과 이 웃기지도 않는 반응들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천장의 불빛에 눈이 부셔 한손으로 가려 보면 어제의 내가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손이 보인다. 삶에 찌든 사무직의 손이 아닌, 고생 한번 해 보지 않은 아가씨의 손 말이다.

 

 “…시발…”

 

 어젯밤에 그딴 글을 올리지 말았어야 했다.




바보 같은 일이지만, 몸이 이 지경이 돼서 가장 먼저 걱정된 건 부모님도 신분도 아니었다.

 

 당장 오늘 출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런 몸으로 출근을 할 수 있지? 부장님이 나를 보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꿈에 바라마지 않던 TS를 했으니 기분이 좋아야 할 텐데그렇지가 않다. 당장 먹고살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 TS를 해서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나지는 않는다.

 

 그제야 깨달음이 몰려온다. TS는 내가 당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남이 당하는 걸 보기 위해 존재하는 거였다고.

 

 그렇지만 너무 늦었다. 어제 올린 바보 같은 글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나는 지금 TS가 됐으니까. 꿈도 아니고, 빌어먹을 현실이다.

 

 일단변명을 해야 한다. 회사에서 믿어줄 지는 모르지만, 당장 전화를 해서 오늘은 병이 나서 못 가겠다고 하자. 빠르게 회사 전화번호를 누르고 말을 하려 한다.

 

 뚜르르르. 건조한 전화음이 울릴 때마다 머릿속에 오만생각이 다 흘러간다. 이 상황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게 아니라, 가면 갈수록 어두울 미래만 보인다.

 

 뚜르르르

 

 당장 회사에 전화를 한다고 쳐도, 지금 내 목소리로 설득이나 할 수 있을까? 어디 미친 여자가 내 폰을 훔쳐서 헛소리나 지껄인다고 생각하겠지. 그냥 카톡으로 말할 걸.

 

 뚜르르르

 

 이게 먹힌다고 쳐도 앞으로 계속 병결을 할 수는 없잖아. 이대로 가면 분명 이 회사에서 잘릴 건데, 그러면 나중에 어떻게 살지?

 

 뚜르르르

 

 신분증도 없는데 어떻게 취직을 하지? 내 자격증은? 학위는? 나 진짜 취업 어떻게-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며 삐 소리가 울리면 통화음이…”

 

 …”

 

 안 받네.

 

 통화 화면에서 나가니 맥이 탁 풀린다.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게 된다. 쓸데없이 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게 만들고 있다.

 

 평소같으면 전화를 잘 받을 회사인데, 이상하다. 그 생각을 하며 폰을 살펴보니, 카톡이 하나 와 있는 걸 확인했다. 오늘 개업휴일이시란다.

 

 우리 회사가 그런 게 있는 곳인 줄은 처음 알았는데. 진짜 이상하다. 사장이 그렇게 쉽게 직원들 노는 꼴을 볼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설마 내 월급을 먹튀하고 그대로 어디 도망가려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업 운영이 어디 한철 장사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뭘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갑자기 멈추는 걸까?

 

 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수신자제한 발신. 평소같으면 이상한 스팸 전화라 생각하고 무시했을 것인데, 지금은왠지안 받을 수가 없었다.

 

 수상하다는 건 그 어느 때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더 받을 수밖에 없다. 순식간에 이 몸을 타고 올라오는 긴장감과 소름이, 말할 수 없는 직감이 나에게 말한다. 여기에 무언가 있다고.

 

 꿀꺽, 침을 삼키고 전화를 받는다. 초록색 단말을 넘기는 그 순간이 얼마나 떨리는 지 순간 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잠시의 침묵, 폰 너머로 들리는 그 어떤 소리도 놓치지 않으려는 나를 비웃듯이, 전화 너머에서는 그 어떤 잡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3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나온 첫 마디였다. 다시 들어보는 내 목소리는 떨림으로 가득 찬 겁먹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누군가 듣는다면 곧바로 걱정해주며 경찰을 부를 듯한 목소리다.

 

 “… 푸흡아하하핫!”

 

 그런데 전화 너머에서는 그걸 웃음으로 맞받아쳤다. 순간 긴장이 쫙 풀리며, 그 자리에 분노가 솟아올랐다. 청량한 아가씨 같은 목소리는 누군가 수신제한번호로 장난전화를 건 게 아닌가 생각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장난전화 따위를 할 거면 끊을-“

 

 하루, 맞지? 진짜 이름은 서하루.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에 근무 중이며, 아직 여친은 없고, 나이는 28, 부모님은 각각 서재훈, 최서연씨. 초중고는 모두 같은 지역에서 나왔으며-“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들려오는 정보의 물결은 내가 도저히 전화를 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미 알만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술술 불어나가는 정보는 이미 내 개인정보가 모두 담겨 있었다.

 

 “-, 방금 말한 네 계정에 돈을 501만원 입금했고, 거기서 다시 1만원을 인출했어. 확인해봐.”

 

 은행정보에 대해 술술 말하던 그녀는 마침표를 찍듯, 내 계좌에 대한 정보를 말했다. 허겁지겁 은행 앱을 키고, 지문 인식 대신 비밀번호로 확인을 해보니 그녀의 말대로 되어 있었다.

 

 모든 걸 알고 있다.

 

 당신 누구야.”

 

 흐음, 글쎄? 누구일까? 맞춰봐.”

 

 발랄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말하는 여자. 목소리만 들어보면 꽤 젊어 보인다. 그렇지만, 정확한 연배는 구별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내가 아는 여자중에 이런 목소리는 없다.

 

 언뜻 외국인같기도 하다. 외국인여자뭔가살짝 떠오르는 게 있다.

 

 당신 설마 페테르부르크에요…?”

 

 허구한날 모스크바 기준시에 맞춰 잠을 자고, 수상할 정도로 외국의 지리에 밝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이성은 그게 말이 될 리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이 모든 상황이 이성에서 한참 벗어난 게 아닌가? 어느날 갑자기 여자가 됐고, 갑자기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오고, 모든 걸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하면 안된다. 이면을 봐야 한다. 이성이란 이름으로 무시하고,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 세상의 뒷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흐음눈치가 없지는 않네?”

 

 이정도까지 했으니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죠그래서, 왜 나를 이렇게 만든 거죠?”

 

 글쎄? 그건 본인이 알아서 생각해보면 될 것 같은데?”

 

 내가 그런 말을 갤에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TS시켰다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어쨌든, 너는 지금 TS된 거잖아? 그럼 잘 된거 아니야? 그렇게 원하던 TS가 됐잖아? 이제 잘 살면 되는 거라고.”

 

 거짓말, TS된 뒤로 쉽게 잘 살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인방이니 뭐니 헛소리를 해봤자. 지금 당장 아무 기반도 없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한다고.

 

 고작 인방 따위를 보자고 나를 TS시켰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 이 사람이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는 감도 잡히지 않는다. 공포심은 계속 커진다.

 

 물어봐야 한다. 더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그 뒤에 무엇이 있을 지 모르겠다.

 

 더 이상 할 말없지? 그럼 난 이제 전화 끊을게. , 그리고 500만원은 첫 선물이야. 잘 써.”

 

 아니 잠깐-“

 

 끊겼다. 수신제한번호라 어디서 온 건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갤을 확인해본다. 평소처럼 모두 헛소리나 하고 있다. TS뻘글, 헛소리, 간혹 가다 있는 소설 이야기. 그 사이에는 페테르부르크 고닉도 보인다.

 

 대놓고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녀의 방명록에 비밀글을 단다. 그렇지만 답을 안 해준다. 하루 종일이 지나도록 말이다.

 

 , 마지막에 답글이 달렸다.

 

 ㄴ하루: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제발 설명해주세요. 화 내지 않을 테니 제발요. 저 진짜 이렇게 살 수는 없어요.

ㄴ페테르부르크: TV 틀고, 뉴스를 확인해봐.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TV를 틀었다. 9시 뉴스가 보인다. 그리고 그 뉴스에서는 절찬리에 특종을 다루고 있었다.

 

 TS 증후군이라는 신종 병에 대한 내용이었다.

 

 , 이번에 발견된 신종 병의 이름은 테이레시아스 증후군, 줄여서 TS병이라고 하는데요. 러시아에서 첫 확진자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정보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뉴스에서는 이번의 이례적인 병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으며, 국회와 정부는 이번 일에 대해 이례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국내에 생길 수 있는 환자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야당 모두가 동의한 사항이었다. 여당 당수와 야당 당수들이 화기애애하게 모여 악수하며 서로 협조와 타협을 아끼지 않겠노라고 침을 발라가며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대로 옷을 입지도 않은 상태로 건물 옥상으로 뛰쳐나갔다.

 

 바깥은 추웠다. 겨울이 되기 직전의 늦가을은 그랬다. 사람들은 거리에 간혹가다 보였고, 누구도 건물 옥상으로 올라온 하얀 단발의 미친년을 바라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바뀐 것은 없다. 원래부터 그런 세상이었다. 모두 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었다.

 

 갤을 바라봤다. 신규 질병인 TS증후군에 대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게 보였다. 간혹 가다 내가 아침에 올린 글이 언급되는 게 보였지만, 쥐도새도 모르게 삭제되고 있었다.

 

 원래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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