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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햄 덕분에 읽는 눈마새 후기

치킨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30 23:04:07
조회 156 추천 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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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는 .빨리 죽는다. 남들이 차마 몸에 담아둘 수 없을 만큼 해로워 내보내는 눈물을 받아들이는 까닭이다.

대신에 눈물을 마시는 새는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피를 마시는 새는 오래 산다. 몸 밖으로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귀중한 피를 마시는 까닭이다.

대신에 피를 마시는 새는 지독한 피비린내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작중 케이건 드라카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말이다.


작중에서 처음 등장했을 당시 글귀가 꽤 폼이 나서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다. 워낙에 유명한 대사이기도 했고. 특정 고전 명작의 상징이 되어버린 특정 장면을 접하는 일은 항상 씹덕스러운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 마련이다.


우효. 나왔다고 그 대사. wwwwww.


별개로, 당시 시점에서 해당 대사는 내게 그저 폼나는 대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서사의 극 초반부. 케이건 드라카의 입에서 말해진 그 대사에 담긴 의미를 헤아리기엔 내가 가진 정보다 너무 적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대사에,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흥미와 의미 대부분을 부여했다.

워낙에 유명한 대사였고, 멋진 대사였으며, 무엇보다 이 작품의 제목을 아우르는 대사였으니까.


해당 대사를 하나의 퍼즐로 인식하고 풀어나가는 게, 이 작품을 즐기고 이해하는 일의 핵심이 될 것이라 여겼다.


너무 매몰된 걸지도 모르지만, 작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면서도 흥미로운 인물인 케이건 드라카가, 아직 수 많은 과거와 비밀을 간직한 상황에서 내뱉은 의미심장한 대사에는 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 그 서사에서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창작물을 긴 호흡으로 즐긴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쇼츠와 웹 소설에 절여진 뇌는 이제 미드는 물론이며 2시간 상당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조차 길다고 느낀다.


웹소설을 읽을 때조차 하나의 에피소드가 6화를 넘어가면 탈진감 비슷한 걸 느끼면서 흥미를 잃고는 한다.

그런 와중에 권 수로는 4권, 웹소설로 치환하면 약 수백 화에 달할 분량에 걸쳐 서술되는 하나의 장대한 서사라니.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지쳐 나가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계속 다시 책장을 펼치게 만들었던 건 그런 장대한 서사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특정 인물들, 그 인물들의 매력 덕분이었다.


사실, 콕 집어서 케이건 드라카의 매력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내게 케이건 드라카라는 인물은 작중에서 가장 크게, 어쩌면 유일하게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였다. 케이건 드라카의 정체, 과거, 숨겨진 비밀.

오롯이 케이건 드라카의 대사를 이해하기 책장을 넘긴 건 내 딴에는 작품을 즐기는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작중에서는 케이건 드라카의 정체와 관련하여, 대사 해석의 여지를 거듭해서 던져 주었으니까.



최초로 도달하게 된 해석은 ‘성군’과 ‘폭군’이었다.


권력과 같은 세속적인 가치에 초탈한 모습을 보이는 케이건 드라카였다. 그런 케이건 드라카는 유독 왕이라는 직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곤 했다. 자연스럽게 그가 던졌던 대사의 해석과도 연결되었다.



톱니 맞물리듯 꽤 적절한 해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해당 해석에는 더욱 큰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어느 시점을 기하여, 나는 해당 해석을 폐기하고 새로운 해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케이건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러자 이전 케이건이 줄곧 얘기하곤 했던 왕에 관한 얘기가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세상 절대다수의 이들에게 왕은 하나의 상징이며 직책이다. 하지만 케이건에게 왕이란 자못 개인적인 가치다.


케이건이 생각하는 훌륭한 왕은, 케이건 스스로가 되길 바라는 이상적인 자신이다.


즉 두 새에 관한 케이건의 이야기는 왕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스스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케이건은 두 새 중 어느 쪽이었을까.

눈물을 마시는 쪽이었을까, 피를 마시는 쪽이었을까.



적어도 케이건 스스로는 철저히 후자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들의 피를 마시며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추악한 존재. 나가 살육자의 삶을 사는 케이건의 처지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또한 케이건은 왕국 최후의 생존자이기도 하다. 왕국이 멸망이 확실시 된 시점에서 케이건이 최후의 생존자일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케이건은 나가 살육자이기 이전에 이미 피를 마시는 새였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케이건 드라카였다. 그렇기에 케이건 드라카는 스스로를 철저히 피를 마시는 새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이야기다. 나 역시 케이건 드라카가 눈물을 마시는 새라고 생각한다.


초지일관. 심지어 나가들의 살점과 피를 씹어 삼키는 나가 살육자에서, 나가 살육신에 이르는 그 여정 동안에도.



케이건 드라카는 스스로를 피를 마시를 새라 여긴다.

남의 피를 탐하며 죽음을 등지고 추악한 삶을 연명하는-


그러나 사실 그는 이미 수 차례의 죽음을 겪은 상태다.


배신자라는 오명을 끌어안고 왕국을 전란으로부터 왕국을 구하고자 했던 남자는 왕국의 멸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끊임없이 속죄하며 자신이 모든 걸 짊어지고자 했던 남자는 아내와의 사별로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케이건은 태어난 시점에서 이미 죽음을 맞이한 상태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에게 부여된 존재와 운명을 고려해 본다면 말이다.


예컨데 케이건은 날 때부터 눈물을 마시는 새로 태어났다.

그러한 관점에서 나가 살육이라는 행위에 접근해 본다면, 그 과정에서 케이건이 마신 것은 피가 아닌 눈물이라 봄이 합당하다.


따라서 나는 케이건 드라카가 흠 잡을 곳 없이 순수한 눈물을 마시는 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눈물을 마시는 새는 결국엔 무엇인가.


케이건은 그것을 성군의 은유로 여겼다.

나는 그것을 케이건이 되고자 했던 이상적인 인물상의 은유라 여겼다.


최종적으로 작품 결말에 이르러 케이건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되돌아 본 바.

이 작품에서 말하는 눈물을 마시는 새는 어쩌면 희생의 은유일지도 모르겠다.


정확히는 희생의 의미를 내포하는 어떤 행위를 정의하는 새로운 하나의 개념.

‘눈물을 마신다’그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희생의 일면.

때로는 자의로 행해지며, 때로는 타의로 강요되는, 무조건적으로 옳다 여길 수도 없으며, 무조건적으로 그르다고 여길 수도 없는 무언가.


그런 의미에서 케이건 드라카는 분명 해당 작품의 주인공이며, 그가 주인공인 해당 작품은 철저히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으로 흠 잡을 곳 없는 이야기다. 다만 그렇기에 아쉽다. 구조적으로 흠 잡을 곳 없는 이야기이기에 케이건의 구원은 완전하지 못한 게 합당했으니.

느닷없이 웹 소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내가 읽는 종류의)웹 소설이었다면...


젠장

케이건형아 나가뿌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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