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그거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04 00:17:03
조회 79 추천 0 댓글 0
														

2eb2dd2fe6ed36a379eb9be74683706ddec05b8ca24446375c8ba23a0d70a7cdd2d2fd7adb7bfe386aa8f5560469



–띠리리리링!


고전적인 알람 소리와 함께 일어난 준원은 반사적으로 알람을 껐다. 4시간 만의 기상이라 피곤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이 쓸데없이 좋은 몸은 피로를 제외하면 아무 지장 없다는 듯 끄떡 없었다. 심지어 호흡곤란조차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몸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준원의 하루는 보통 24시간을 훌떡 넘겼다. 기절하듯 잠들 때까지 24시간을 가볍게 넘겨 깨 있다가, 잠들면 그 때가 하루의 끝이다. 그리고 서너 시간 후 강제 기상. 그 스스로 해둔 세팅이다. 이 파멸적인 루틴 덕분에 준원은 이제 남부럽지 않은 폐인의 외견을 만들 수 있었다. 일종의 보디빌딩.


피곤한 몸을 이끌고 냉장고로 간 준원은 빠르게 문을 열어 손을 집어넣어 아무 거나 잡히는 걸 끄집어내고 바로 문을 닫았다. 냉장고라는 이 익숙한 금속질 거죽 너머엔 무엇이 있을지 별로 상상하고 싶진 않았다. 혹시라도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기능이 있을까봐 더 꺼림칙하기도 했다.


그나마 먹을 건 그냥 평범한 햄버거와 마운틴듀. 아쉽게도 정크푸드만 먹는 게 몸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아니면, 정크푸드인척 하고 있는 또 다른 뭔가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비서가 집에 찾아올까 싶어 빠르게 자기 방으로 돌아온 준원은 문을 잠그고 다시금 익숙한 방어 마법, 알람 마법을 몇 번이고 걸었다. 강화될 때마다 색이 조금씩 변하면서 거의 다이아몬드에 가깝게 반짝이는 문이 매우 인상적이라,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냥 올릴까? 어차피 익명인데.’


고민은 길지 않았다. 바로 인터넷에 접속한 준원은 잠시, 어디로 들어갈지 생각했다. GOD 게시판은 사람도 많고 게임 얘기가 아니면 어차피 별로 관심도 안 줄 게 뻔했다. SNS는 망할 안드로이드 판이라 곧바로 똑같이 해보고 뭔가 새로운 걸 찾았다고 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결국 올릴 곳은 하나 밖에 없다.


[종합 마법 게시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늘 보느라 무감각해진 메시지를 적당히 넘긴 준원은 또박또박, 자판을 쳐나갔다.


[제목: 수려한 광경을 보아 공유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사진 첨부)


안녕하세요, 종합 마법 게시판 이용자 여러분. 


다른 일이 아니라, 금일 다양한 강화 마법을 시도하던 중 특이한 방식으로 형성된 탄소 결정이 빛을 산란, 투과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빼어나 혼자 보기 아깝겠거니 하여 잠시 시간을 내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여러분의 미래도 이렇게 빛나는 결정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만 총총.]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남들이 보는 글을 써서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느니 차라리 밖에서 사람들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작 밖에 나가면 볼 수 있는 건 전부 안드로이드 뿐이니. 그나마 게임에 접속하면 사람들을 볼 수 있긴 하다만, 그것도 영 어색하다. 사실, 게임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밖에서 만나는 안드로이드나 그게 그것 아니겠던가.


[ㄴ시발 쉰내 작렬하는 거 보니까 또 그새끼네]

[ㄴ어르신,,,제발,,,이이상저희를,,,부끄럽게,,,만들지,,,말아주,,,십쇼,,,,,,]

[ㄴ와중에 방 왤캐 좋아 보이냐 ㅅㅂ… 그시절에 꿀빤 영감들 다 뒤졌으면……]

[ㄴㄴ진짜네아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도 늘 쉽지 않았다. 대체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까? 처음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처럼 아예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먹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같은 맥락은 여전히 상당히 어려웠다. 귀엽게 봐줄 만하긴 하다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윽.”


보지 않아도 누구에게 왔을지는 뻔하다. 할 일도 없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수준으로 온 인터넷을 정말 장악하고 있는지, 그가 글을 쓰기만 하면 비서에게서 꼭 연락이 오곤 했다. 마치 그가 직접 비서에게 글이라도 써서 보낸 것처럼. 물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머나, 정말 예쁜 문이예요. 찬란하게 빛나는 게 보석이 가득한 창고로 들어가는 동화 속의 비밀 문만 같은 걸요? 저도 다음에 꼭 같이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언제 한 번 시간이 되시면……]


아니나 다를까 읽지 않는 게 나은 내용이었다. 아예 읽지 않으면 몇 번이고 연락이 올지 몰라 읽기는 했다만, 메시지를 누를 때마다 한숨을 푹 쉬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이렇게 얼굴 맞대지 않고 텍스트로만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으련만……


[제목: 사람도 쓸 수 있는 호흡 강화 마법 ABC]


……저 망할 안드로이드년들도, 텍스트로만 본다면야.


[ㄴ그건 매우 비효율적이고 의미 없는 마법 구사에 불과합니다. 편의성을 위해 숭고한 생명 마법의 의의를 완전히 팔아치워버렸다고 할 수 있죠. 영혼 없는 계산기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게 될 사람들을 위해 노파심에 미리 몇 글자를 적어봅니다. 무엇을 위해 마법을 구사하는지, 어떻게 우리가 기계를 버리고 생명을 껴안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지를 염두해야만 합니다. 깨어 있는 마음. 깨어 있는 지성. 그것이 핵심입니다, 이용자 여러분.]


제목만 보고 글의 내용은 읽지도 않고 빠르게 댓글을 작성한 준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선행을 베풀었다. 이 몸에서 깨어나 세상을 돌아다녀보고 느꼈던 끔찍한 무력감과 죄책감이 그래도 하루하루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기를 못 쓰고 억눌려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라도 입 바른 말을 해야 하지 않겠던가?


[ㄴㄴ제발!제발!제발!제발!좀!!!!!!!!!]

[ㄴㄴ이양반 진짜 돋보기 보청기 +로 뭐 속독기??? 같은 거 달고 있는 거임???]

[ㄴㄴㄴ읽기나햇겟냐병신아]

[ㄴㄴㅎㅎ 뭐가 그렇게 문제인가요 영감님? 알려주시면 저도 뭔가를 더 배우고 좀 더 유익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이상 안드로이드가 판치는 곳에 굳이 있고 싶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알아서 염증을 느끼며 자리를 떴을 테니, 준원 역시 여기 있을 필요가 없기도 하다. 망설이지 않고 웹 브라우저를 종료하고 캡슐에 눕는다. 저번 접속 때 그리 오랫동안 플레이를 하지 못해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외모와 달리 술 일절 못 마셔 가장 의외인 스타는? 운영자 24/07/01 - -
6130604 안심원씨 좋아하는 것도 약간 저런 맥락인데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1 0
6130603 선진국들이 대체로 성에 개방적이네 판갤러(121.142) 07.06 22 0
6130602 따라해보세요 '성인여성' [4] 종말연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47 0
6130601 젠존제 신캐 이게 맞나... [2] α센타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2 0
6130600 근데 진짜 쵸비 메이플 닉 깐건 진짜 실수인듯... [5] 민물쿠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77 0
6130599 성인여성의 글래머 몸매 [5] KYOUYA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50 0
6130597 이거 파타피가 안샤 좋아한 ㄴ 이유 일부 나와서 ㄹㅇ 웃김 [4]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60 0
6130596 "슴가가 함께하시길" ㅇㅇ(211.36) 07.06 20 0
6130595 인생 날로 먹고 싶다 ㅇㅇ(1.247) 07.06 8 0
6130594 성인여성의 특징 [3] 지능배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7 0
6130593 홀로라이브 콜라보 카드 가격봐 ㅅㅂㅋㅋ [2] 소악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5 0
6130592 크보 올스타전 데이식스 부르니까 쥐갤 반응 ㅅㅂ ㅋㅋㅋㅋ [1] 활활비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3 0
6130591 에밀리 디킨슨 시집이나 한두권 사볼까 Dan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1 0
6130590 파타피 샤를롯떼로 갈아타서 에바 떡밥 덜 도는건 좋은데 ㅇㅇ(121.145) 07.06 29 0
6130589 99년 사츠키상 갑분싸 개쩌네 [3] 파렛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4 0
6130588 뭘 읽어야할지 모르겠네 [1] KYOUYA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3 0
6130587 기회가 널렸음에도 잡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인가 아니오아니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1 0
6130586 장애인도 군입대 제도 예정 [1] ㅇㅇ(218.235) 07.06 31 0
6130585 버러지라는 갤러가 좀 무서움 [6] 황천볶음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59 0
6130583 모순 [1] ㅇㅇ(211.234) 07.06 12 0
6130581 자살함 망아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3 0
6130580 님들 커제라는 프로게이머 모름?? 이 사람도 메이플하는데 [9] 진짜비숍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55 0
6130579 무적칼퇴근의 수집욕구를 일으키는 GUNDAN 프라모델 무명소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8 0
6130578 농따먹기라는 말이 요즘 너무 야하게들리네 [3]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9 0
6130577 쵸비 뭐 메이플 한다고 팬이 빠지나 [2] 반룡고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45 0
6130576 노래 잘하는 버튜버 콜라보 볼래? ㄷ 설아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7 0
6130575 아니 치아 교정스크류 흔들리네 김해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6 0
6130574 ㄴ황금대상혁을 숭배하게됨 [3] 종말연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0 0
6130573 김콩지랑 듣고있는 노래 [5] 피채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0 0
6130572 젠존제 이정도로 창렬이면 안하는게 더 나을지도 [2] 자와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6 0
6130571 스킵로퍼 신간 보다가 마지막에 절망해버림 익숙해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2 0
6130570 진지하게 괴로움에 몸을 맡기고 있는건 좀 이상한건가?? 에포캣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7 0
6130569 나도 샤를로테는 인정함 ㅇㅇ [7] 버러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50 0
6130568 학원마스 팸만봐 [4] α센타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2 0
6130567 아 벌써 월요일이 두렵구느 [3] 크리스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2 0
6130566 르귄 읽기 vs 셜리 잭슨 읽기 [7] KYOUYAM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1 0
6130565 쵸비 메이플하는거 알려지고 팬 몇명 빠졌을까 [7] 파카fan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64 0
6130564 이 작가 말딸 한섭 유저였나보네 당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6 0
6130563 프랑키 자폭 언제함 화참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8 0
6130562 데체 샤를로테는 무슨 게임인가... [3] 황천볶음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9 0
6130559 핏불 순하니까 개귀엽다 [3] 그림먼저본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5 0
6130558 최근 카프카 단편읽는중이라 그런가 어제 악몽꿨음 [4] 파비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2 0
6130557 인생이 조금씩 조금씨 가고 있는데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4 0
6130556 내가 버티는 걸 잘하는 건지 변하는 걸 못하는건지... 에포캣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7 0
6130555 로또 샀는데 자동번호 이상하게떴네... [4] 민물쿠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36 0
6130553 붕스 로빈 노래 중엔 요즘은 이게 젤 맘에 드네 [4] Dant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23 0
6130552 테스전 다 본 소감 ㅇㅇ(121.145) 07.06 17 0
6130551 삼계탕시켰음 유동더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8 0
6130550 신약성경과 중세시대를지나며 완전무결한신이된여호와란거 좀히트임 비고정딜레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17 0
6130549 황금소 있다고 숭배하는건 좀 이상한거같음 [9] 지능배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6 5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