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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8 15: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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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제닝스가 죽었다.


그 날은 아침부터 은실처럼 가늘게 빛나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신문의 기사였다. 불륜 상대에게서 이별을 통보받아, 무리하게 동반자살을 하려고 한 것 같다. 그 자리에 있던 라이너스・튜더는,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심신에 충격을 받아 자국에 돌아가 버렸다고 한다.


코니는 그 사실을 조용히 가슴에 담아두기로 했다. 이전처럼 「 나의 탓으로」 라고 한탄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사정이 있고, 그 선택을 내린 것은 다름아닌 테레사 자신이다.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다. 콘스탄스・그레일이 성실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고른 것처럼. 하지만




하지만, 원인의 한 조각 정도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일을 잊지 않도록, 해 둔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조용한 비에 의해, 거리는 마치 회색의 얇은 베일이 걸려 있는 것처럼 멍하니 안개가 끼고 있었다.


저택의 밖에서는 랜돌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군복이 아니지만, 검은 세로 옷깃 상의에 같은 색의 바지. 우산에 이르러서는, 천은 물론 살대마저 검다. 이래서는 사신이라고 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오늘은 지구 교회에 약혼의 선서를 하러 가는 것이다. 이른바, 인사치레 같은 것이다. 정식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신세를 질 테니까 잘 부탁해, 이라고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약혼 공시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절차가 있기 때문에 아직 나중 이야기이며, 거기에 관해서는 무언가 사정을 붙여 느긋하게 시간을 끌 예정으로, 물론 결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양친은 영지에서 돌아오지 않았지만, 편지로 약혼의 허가는 받고 있다. 랜돌프 쪽에서도 사전 교섭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야말로 사정을 추궁되었지만, 코니의 의지가 굳은 탓인지 최근에는 단념하고 있는 것 같다.






「 입회인은 헴즈워스 자작에게 부탁했다」


란돌프가 살고 있는 구역의 교회에, 우연히 자작이 적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 신성한 선서를 하는 상대 치고는 너무나도 타락한 사람이지만, 원래가 거짓의 약혼이다. 더 이상의 적임자는 없을 것이다」


「 과연…」


코니는, 아마 들뜨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을 터였다. 랜돌프가 눈을 깜박이고 물어 온다.


「 왜 그러지?」


「… 아뇨, 저기, 약혼의, 일입니다만」


앞으로 입에 담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말끝이 흐려져 버린다.


「 각하는, 정말로, 이 방식으로 괜찮았던 것입니까? 생각해봤습니다만, 이건 각하에게 이점이 별로 없는 것 같은…」


코니에게는 죄도 묻지 않고, 집의 빚도 대신 갚아주는 일이다. 하지만, 랜돌프는 어떨까. 당황하고 있어서 깨닫지 못했지만, 불이익 쪽이 많은 것이 아닐까. 릴리・ 오를라뮌데가 죽고나서 2 년. 물론 짧지는 않지만, 결코 긴 것도 아니다. 이때라는 듯이 떠들썩하게 소란피우는 인간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가문도 맞지 않는다. 현재의 랜돌프의 작위는 백작이고, 친가에 이르러서는 공작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 뿐으로, 사실 친척들은 꽤 강하게 반대한 것이 아닐까.




사신 각하는 변함없이 감정이 부족한 얼굴인 채, 천천히 코니에게 돌아섰다.


「---어린애같은 본심을 말하자면」


조용한 말투였다.


마치 중요한 안건을 고하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그는 계속했다.




「 결혼하고싶지 않아」


「 진짜냐」


무심코 코니도 본심이 새었다. 설마 랜돌프・얼스터가 최근 자주 들리는 독신 지상주의였을줄은.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 광대한 리슐리외 영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반려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후계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코니가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이유를 짐작했는지, 란돌프가 말을 덧붙였다.


「 영지 쪽은 아버지가 죽고 나서 쭉 숙부가 다스리고 있다. 우수한 아들도 있으니까 그가 뒤를 이으면 될 것이다. 얼스터에 관해서는 직할지가 없으니까 후계자가 없어도 문제없고 말이지」


과연, 즉, 영지를 이을 생각이 없다는 건가. 그러나, 그것은 별로 결혼을 부정할 이유는 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릴리・오를라뮌데와는 혼인 관계였을 것이지만---. 의문이 얼굴에 나와 있었을 것이다. 랜돌프는 힐끔 코니를 일별했다.


「 대단란 이유는 아니지만---」


거기서 일단 말을 끊는다.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마음이 바뀌었는지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 비밀이다」


「 비밀」


「 아아」


단호히 단언되어 버리면, 그 이상 파고드는 일도 할 수 없다.


「 뭐, 어쨌든 꽤 오랫동안 리슐리외를 이을 생각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를 차기 공작으로 추대하는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딸을 보내려고 획책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니까, 이 수단을 선택한 것은 나의 사정이기도 하다. 약혼자가 있으면 방충망이 되겠지? 하는 김에 영주로서 걸맞지 않다는 평판도 퍼진다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뭐야 그거.


그리고, 란돌프는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결론지었다.


「 즉, 나에게는 장점밖에 없다」




이상한 사람이다.


코니는 생각했다. 하지만, 답답하게 고민하고 있던 기분은 바람이라도 불었던 것처럼 상쾌해졌다.






◇◇◇





술냄새난다.


란돌프와 함께 교회의 선서실에서 사제를 기다리고 있었던 코니는, 문이 열리자 얼굴을 경련시켰다.


술통이 들어온 걸까하고 생각했다.


분명히 숙취의 헴즈워스는 물병을 움켜잡고 놓지 않고, 창백해진 얼굴로 몇번이나 「 우웩」이라고 구토한다.


「 에, 에에, 그러면… 두 사람… 의, 우웩, 선, 서를…」


선서도 뭣도 아니다. 애초에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지, 이거.


곤란해하고 옆을 올려보면, 사신 각하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 잘 부탁한다」 라며 수긍하고 있었다. 그걸로 좋나. 뭐, 임시의 약혼이고, 좋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도 있고 어떻게든 선서가 끝나자, 헴즈워스가 힘이 빠진 것처럼 내빈용 의자에 철푸덕 하고 착지했다. 힘들게 비명을 울리는 의자에 코니는 동정을 금할 수 없다.


볼일도 끝났으니까 감사를 말하고 떠나려 하니, 자작은 귀찮은 듯이 얼굴을 일으켜, 코니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로부터 잠시 시선을 돌리고 있자, 그 눈을 살짝 좁혀 유쾌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랜돌프는 코니를 저택까지 데려다 주고, 곧바로 직장인 왕립 헌병총국으로 떠났다. 오늘은 비번이라고 말했으니, 아마 그냥 일 중독(워커홀릭)이다.






---달콤한 향기의 순백의 치자꽃. 태양 같은 금련화나, 연보라색의 클레마티스. 각양 각색의 꽃들이 보이는 안뜰을 한가롭게 걷고 있자, 스칼렛이 입을 열었다.


『…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거야』


「 응?」


『 어차피, 이제, 나를 도와줄 생각도 없겠지?』


「 으응?」


부루퉁한 목소리. 옛 몬트로즈 저택에서의 일 이후, 스칼렛의 기분은 아직 좋지 않은 듯했지만, 아직 삐져있는 걸까.


「 에, 어째서?」


무심코 되물으면, 스칼렛은 살짝 시선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 그치만, 빚이---』




아아, 뭐야. 코니는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설마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던 거겠지, 스칼렛이 눈썹을 찡그린다. 그것을 보고, 코니는 한층 더 웃었다.


「 저기, 스칼렛」


그 날부터 한달도 안 지났을 텐데, 왠지 상당히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 나 말야, 그랑・메릴=앤에서 파멜라에게 규탄당했을 때---아니, 분명, 좀 더 전이네. 닐이 파멜라를 선택했을 때. 아버님이 빚을 지게 되었을 때. 그런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사태가 되었을 때,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면서,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외쳤어. 누군가 구해달라고」


( 어째서. 어째서야. 누군가. 누군가)


「 하지만, 당연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 누군가, 도와줘)






---좋아, 도와주도록 할게.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 잘 생각해 보니 한 번도 말하지 못했네」


아마 거기에 큰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혹은 복수에 말려들게 해버리자, 그런 속셈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니는 휙 뒤돌아서,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스칼렛을 가만히 응시했다.




「---도와줘서, 고마워」




그래도, 코니는 구원받은 것이다.




천천히 자수정(아메지스트)의 눈동자가 열린다.




「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스칼렛을 구할 차례, 겠죠?」




그렇게 말하고, 빙긋 입꼬리를 올리면, 스칼렛은 입술을 꽉 단단히 물고 화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꾸짖는듯한---하지만 어딘가 곱씹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 바보 코니』






◇◇◇





문득 올려다보면 비는 어느새 활짝 개어, 태양은 숨을 내뿜는 것처럼 찬란하게 대지에 쏟아지고 있다. 그 눈부심에 부드럽게 손을 뻗은 콘스탄스는 하늘을 향해 미소를 흘렸다.




이제 곧, 일곱 번째 달(디아나)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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