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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쓴거 보고가삼

불편한(61.75) 2024.07.19 02:06:14
조회 83 추천 0 댓글 1


 헌터는 수입이 높고 국가 차원에서 대우를 해주는 직종이다.


 헌터의 주 수입원인 마정석은 각종 시설의 연료가 되기에 일각에서는 천연 자원을 뽑아내는 시추기보다 고등급 헌터 한 명이 더 높은 효율을 낸다고 말하기도 한다.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라면 몰라도 국가적으로 안정세에 접어든 지금에 이르러서는 친인척 중에 헌터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학교에서 아이들의 서열이 갈리기도 한다.


 막말로 학교에서 싸움이 일어날 경우 일반인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가진 삼촌이 학교로 찾아올 수 있다는 건 아이들 사이에서 큰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헌터는 21세기의 유망 직종이었다.



 “안녕하세요.”


 폐쇄 지역의 경비 인력에게 인사를 건넸다.


 낯선 이에게는 말조차 건네지 않는 것이 헌터 세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경비원을 매일 보다보면 ‘저거 혹시 마네킹 아니야?’ 혹은 ‘저새끼 눈 뜨고 자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무표정에 무뚝뚝한 남자를 보면 장난을 쳐보고 싶은 게 당연한 것이었다.

 장난으로 건넨 인사에 경비원은 아무 기색 없이 전방을 응시했다. 참 재미없는 사람이다.


 폐허가 된 도시의 중심지로 들어섰다. 주위엔 망가진 자동차나 무너진 건물의 흔적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고블린 투사와 고블린 아처가 전부라 방심하는 사람이 많지만, 부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교적 저렴한 방어구인 천갑옷에 철검 한 자루를 들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키에엑.”

 “키르르.”


 길 모퉁이를 돌자 고블린 투사 2마리가 보인다.

 손에 든 무기는 낡은 단검과 도끼 한 자루가 전부.


 발치에 굴러다니는 돌조각을 주워 고블린의 머리 위로 던졌다.


 주의가 끌렸을 때, 한 마리의 등에 칼을 박았다.

 입가에서 주르륵 피를 흘린 고블린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나머지가 반응하기 전, 물 흐르듯 검을 휘둘러 목을 베었다.


 “크으, 이건 내가 봐도 깔끔했다.”


 두 마리가 반응도 하기 전에 물리쳤으니 전투의 성과를 따진다면 A급 이상이었다.


 이 장면을 헌터 관리국 직원이 봤다면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줄 장면이었지만 아쉽게도 혼자 사냥하는 헌터의 바디캠 영상은 동영상 채널엔 흔했기에 칭찬은 물 건너갔다.


 채집 나이프로 아랫배를 갈라 마정석을 뽑아냈다.

 손에는 피가 잔뜩 묻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고블린 2마리의 마정석이면 5만원 가량이다.

 이걸로 폐쇄 지역으로 오는 데 쓰인 기름값을 벌었다.


 폐쇄 지역은 헌터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지역 자체가 정부에서 버려진 것이 이유였고 또 하나는 서식하는 몬스터의 생태 때문이었다.


 폐쇄 지역에서는 장기 흡입 시 인간에게 치명적인 가스가 나온다. 이것이 정부로부터 버려진 이유인데 고블린을 잡는다 해서 비싼 물건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헌터들은 의정부 폐쇄 지역을 기피했다.


 마정석을 자루에 갈무리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어딜 봐도 무너진 건물뿐이지만 건물 틈세에 숨어 있는 고블린 아처를 의식해 자세를 낮췄다.

 오후가 되기 전까지 최대한 마정석을 모아야 했으므로 고블린이 있을 법한 포인트들을 수색했다.


 그렇게 발견한 고블린은, 5마리가 한데 모여있는 그룹이었다.

 보통 고블린이 3마리 이상일 경우 무리 전체를 상대하지 않고 지나친다. 의정부의 고블린은 다른 지역의 고블린과 다르게 지역 자체를 통합한 네임드 개체들이기에 무리해서 사냥을 시도하다보면 부상을 입기 때문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못 본척 지나칠 상황이지만 오늘은 몸의 컨디션이 좋았기에 사냥에 나서보기로 한다.


 상태가 좋아도 5마리를 한 번에 상대할 수는 없다.

 그러니 한 마리씩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끊어먹기식으로 한 마리씩 줄여나가다 보면 대규모 무리를 소탕하는 것도 가능하다.


 “키륵, 키르륵.”

 “키에에.”


 한참을 지켜보고 있으니 무리에 균열이 생긴다.

 5마리가 한 곳에 있다고 해도 계속 모여 있는 건 아니다.

 밥도 먹어야 하고 용변도 봐야 되기에 빈틈이 생긴다.


 무리에서 이탈한 고블린을 바라보며 품 안에 비도를 만지작 거렸다.


 뾰족뾰족한 눈과 코에 녹색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있자니 살의가 치솟는다.

 혼자라면 상대조차 되지 않는 녹색 난쟁이가 숫제 우위를 믿고 까분다.


 제거해야 될 표적을 눈앞에 둔 기다림은 무한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헌터가 되기 전, 실험실에서도 이런 기다림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인류를 구원한다는 목적으로 약품이 섞인 용액에 잠길 때도 이런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표적은 금세 무리를 이탈했다.

 작은 난쟁이가 가진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고 혼자 남은 게 중요했다.


 얼마 되지 않는 마력을 비도에 담아 녹색의 머리통을 향해 쏘아냈다.

 슈우욱.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비도가 머리를 관통했다.

 무게가 없는 것처럼 쓰러진 고블린의 밑에는 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무리에 반응이 없는 걸로 보아 앞으로 이런 행위를 몇 번이나 반복할 수 있겠다.


 숨을 죽이고 다음 표적을 기다린다.

 다시 혼자가 된 고블린이 생겨났고, 마력을 사용했다.

 같은 장소였고 쓰러진 고블린도 둘이었다.


 지능이 없는 몬스터여도 가까운 시간에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면 눈치를 채길 마련이다. 남은 고블린의 숫자가 3마리가 되자 이상을 눈치 챈 고블린 투사들이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검에 마력을 불어넣고 세 마리의 고블린 사이를 파고 들었다.

 혼란의 빠진 무리는 쉽게 침입을 허용했다. 첫 진입에 목을 치고 반바퀴 돌아 가슴을 벤다. 남은 한 마리가 공포심에 기합을 터뜨렸지만 그래봤자 고블린이었다. 심장을 찌른 검을 뽑자 검붉은 핏줄기가 솟았다.


 전투를 마친 뒤 일대를 살폈다.

 비도를 맞은 고블린이 둘, 검에 당한 고블린이 셋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마정석의 숫자는 다섯.


 하지만 나이프를 이용해 채취하다 보니 다른 게 나왔다.


 “오, 마나핵이잖아.”


 마정석에 비해 값은 저렴하지만 쓸모는 많은 물건이다. 교환소에 가지고 간다면 소폭의 인지도 상승의 효과가 있달까. 연료로서의 효율을 갖고 있진 않지만 몬스터의 생태를 알 수 있는 표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폐쇄 구역의 마나핵이라면 어딘가의 연구실로 들어가 몬스터 데이터의 표본이 되겠지.


 도합 7개의 마정석과 1개의 마나핵을 습득한 것으로 폐쇄 구역의 사냥을 마쳤다.



 ***




 “네, 합계 17만원입니다.”


 교환소에 방문하니 마정석의 가격이 올랐단다.


 한 개에 2만원이었던 것이 2만 5천원으로 올라 보다 높은 가격을 받았다. 6년 차 헌터로서는 무척이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마정석 값이 올랐으니 헌터에 대한 의식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스마트폰을 꺼낸다.

 실망할 게 뻔한 걸 알지만 의외로 중요한 항목이었다.


 대재해 피해 헌터 보상 알림을 찾아보았다.

 10년 전 일이 이제와 처리됐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항목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대를 품은 만큼 실망도 컸다.

 쓰라린 마음을 안고 교환소를 나섰다.


 “어 유준이 아니야.”

 “안녕하세요 김율 사무국장님.”

 “다친 곳은 많이 나았나. 차후 활동이 어려울 거라고 들었는데.”


 사정이 어려운 걸 알면서 하는 얘기는 꼽을 주는 것이다.

 하물며 몸이 재산이자 생명인 헌터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더욱 더.


 “하하 국장님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잠깐 정산 때문에 들렀어. 언제 또 보면 인사 하라고. 그럼 난 간다.”

 “…….”


 바람처럼 사라진 사내였다.

 헌터였을 적의 실적은 평범했어도 길드 내에서 끈을 타는 실력 만큼은 유명했다.

 사내 정치로 높은 자리에 올랐으나 실력에 비해 인성이 못 미쳤다.


 가는 방향이 같았는데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직책이 있다보니 그 또한 인망이 높은 것으로 비친다.

 참 좆같은 인간이다.


 김율과의 만남 때문에 가라앉은 기분도 일정 부분 회복됐다.

 다시 만나기 싫은 부류의 인간이지만 성공한다면 한마디 말이라도 붙이고 싶어졌다.


 그렇게 의지를 불태우며 교환소를 나섰다.





점점 살이 붙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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