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햄 7월 숙제] 추억의 에마논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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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햄 7월 숙제] 추억의 에마논 감상앱에서 작성

루시아거짓요양원

2024.08.01 01:00:47

조회 67 추천 0 댓글 2

2bbcde32e4c1219960bac1e75b83746f70e1e2e8dbdd607e1da16980a6152df3dd5acd18dbe16d66ab960a160784846a

1967년이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소련이 주도하는 외우주 협약이 체결되었다. 1967년이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공식적으로 홍위병의 해산을 지시했다. 1967년이다. 제3차 중동전쟁이 발발하고, 단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압도적 승리로 끝이 난다. 1967년이다.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가, '페퍼 상사의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악단'을 발표한다. 1967년이다. 영국에서 동성애 처벌법이 폐지된다. 1967년이다.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 정부군에게 처형당한다. 1967년이다. 어느새 50만 명에 가깝게 증원된 베트남 주둔 미군은 닥토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전쟁의 승리를 향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 1967년이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루마니아 인민공화국의 국무원 의장 자리에 오른다.

1967년이다.

당신은 여객선에 오른다.

1967년이다.

당신은 한 소녀를 만난다.

1967년이다.

그것은 아마 우연이었을 것이다. 소녀는 살짝 갈색빛이 도는 긴 흑발을 가슴께까지 드리우고 있었고, 콧잔등과 눈 밑에는 주근깨가 선명하게 박혀있었으며, 속눈썹은 짙고, 크고 깊은 갈색 눈동자가 어딘가 남아있는 우수를 연상케 만들었다.

그래서 당신은 참견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입에 담배를 물었을 때. 답지 않은 궤변이었다. 나 자신도 입에 한 개비를 팔자 좋게 꼬나문 채였으니까. 뭐라 지껄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력이 나빠진다고 이야기했었나, 아니면 폐활량을 걸고넘어졌었나. 뭐, 중요한 것도 아니니 기억할 필요도 없을 따름이다. 아, 그러고 보니 적어도 하나는 확실히 떠오르는 것이 있다. 개중 최악의 참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기 흉하잖아."

꼴이 참 우스웠을 것이다.

***

우리가 가끔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당신의 부모가 자식을 낳았다는 사실이다. 또, 당신 부모의 부모 역시 자식을 낳았다. 부모의 부모의 부모 역시 자식을 낳았을 것이다. 당신의 37대조 조상 역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당신의 82대조 조상 역시 죽지 않고 장성해서 짝을 찾았을 것이다. 당신의 10,000대조 조상(여기서부터는 당신과 종 단위로 갈라지기 시작한다.)도, 더 오래 전의 시조도 말이다.

지구상에 처음으로 생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를, 과학자들은 약 38억 년 전이라고 추측한다. 현대적인 생물의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이들을 정말 생명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모가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자가복제자'들은 스스로의 유전 정보를 복제하기에 충분한 양의 영양분을 흡수했을 것이며, 이를 유전적 클론의 형태로 제작해 다시 세상에 내보냈을 것이다.

그로부터 38억 년이 흘렀다. 원시세포는 남세균이 되었고, 다시 홍조류와 깃편모충으로 나뉘었으며, 삼엽충과 아노말로카리스가, 우산이끼와 나무고사리가 탄생했고, 바다전갈과 갑주어가 육상으로 기어 올라와 단궁류와 공룡으로 변모하였다. 쥐는 코끼리가, 낙타가, 사자가, 하마가, 기린이, 늑대가, 원숭이가, 그리고 사람이 되었다.

38억 년의 사슬은 마침내 당신에게 도달했다.

에마논은 그 사슬의 끝에서, 모든 것을 관조하고 있는 한 소녀다. 그녀는 30억년의 세월을 전부 기억하고 있으면서, 대를 거듭하여 그 의식을 물려주고 있다. 시대와 역사를 거듭하여 살아가는 에마논은 생명의 사투를 증거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한 가지 서늘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바로, 당신이 38억 년 간 한번도 끊기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 길의 끝에 서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 생명 역사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리고 그 길은 언젠가 당신의 자식이, 손자가 배턴을 이어받아 다시 걸어 나갈 것이다. 먼 미래에는, 당신이 지난 그 길 위를 인간조차도 아닌 무언가가 걷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이미 우리도 삼엽충이 다져놓은 길 위를 걷고 있으니까.

그렇다. 에마논은 전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당신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생명이다. 그녀가 기억으로써 선조들을 증거한다면, 당신은 오직 존재하는 것만으로 선조들의 존재성을 입증하고 있다. 당신이 태어났다는 것은, 당신의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곧 당신의 할아버지가 살아 숨쉬었다는 것이고, 당신의 모든 선조들이 치열하게 싸웠다는 뜻이다.

얼마나 경이로운가! 수백, 수천, 수만 년 전에 사라진 자들이 당신으로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당신은 죽을 것이다. 살은 썩어 흩어지고, 뼈는 삭아 바스라질 것이다. 앞으로 200년이 지나면, 당신을 기억하던 모든 이들 역시 죽을 것이다. 앞으로 300년이 지나면, 당신의 흔적이 남은 모든 것들이 버려질 것이다. 그래도, 당신이 존재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38억 년의 사슬은 다시 한번 한 걸음을 더 내디딜 테니까.

팩트) 해가 뜨기 전까지는 아직 오늘이다.

키도 키 도 추억의 에마논 만화 사다리 세뱃돈 감상 후기 독후감 독서록 독후록

여신이여, 망겜을 노래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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