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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대 리뷰] alembic과 니시오이신의 비교

STG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8.10 02:55:08
조회 167 추천 5 댓글 11

alembic의 「나이 66세 아이돌 이춘복의 마지막 공연」 감상 - 니시오이신의 「소녀불충분」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폭력성, 코믹한 묘사, 사회와 갈등하는 주인공, 골때리는 전개, 빠른 템포의 문장, 실제 역사의 적극적인 차용, 현실에 대한 염세적 인식, 이와는 대조적으로 결말이 제시하는 희망적 미래.


그리고 자칫 유치해지기 쉬운 이러한 요소들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내는 작가의 주제 의식.


alembic의 「나이 66세 아이돌 이춘복의 마지막 공연」이 다른 소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며, 이것이 곧 이 소설의 매력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 중, 빠른 템포의 문장과 실제 역사의 차용이라는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니시오이신의 소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목 조르는 로맨티스트」의 주인공 이짱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여자가 죽도록 내버려두고(폭력성), 「인류최강의 첫사랑」의 주인공 아이카와 준은 뜬금없이 달나라 여행을 간다(골때리는 전개). 「고양이 이야기(백)」의 하네카와 츠바사가 부모님에게 자신의 방을 요구하는 장면은, 니시오이신 소설에서 염세적 현실 인식이 희망적 미래로 연결되는 과정의 전형을 보여준다. 비록 하네카와의 희망적 미래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행복에조차 미달하는 것일지라도.


감히 말하자면, alembic의 「나이 66세 아이돌 이춘복의 마지막 공연」은 상술한 니시오이신의 소설들 만큼이나 좋았다. 그중, 특히 내가 떠올렸던 것은 니시오이신의 「소녀불충분」이었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내가 읽어본 니시오의 소설 중에서, 「소녀불충분」은 가장 뚜렷한 방식으로 소설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물론 니시오의 소설은 작중 캐릭터의 발화를 통해서 소설의 주제 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편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그 주제 의식은 작가의 개똥철학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작가 본인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에, 작가가 아무리 명징하게 주제 의식을 전달하려 하더라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불투명한 비닐 너머로 비춰보는 것처럼 흐릿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칼 이야기」를 4권까지밖에 읽지 못했지만 이 작품이 니시오의 장편소설 중 가장 높은 완성도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의견을 판갤러들에게 여러번 동의를 받은 적이 있다. 「칼 이야기」가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주제 의식의 전달이라는 목표를 아예 제거함으로서 작가의 개똥철학을 전시하는 짓거리를 최대한 자제한 시리즈라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적어도 「헛소리 시리즈」나 「이야기 시리즈」에 비해서는.


「소녀불충분」은 예외다. 읽기 어려울 정도의 늘어지는 문장은 여전하지만, 「소녀불충분」의 주제 의식만큼은 개똥철학같은 모욕적인 단어로 치부하기 어렵다.


「소녀불충분」은 작가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여 쓰여진 단편으로,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 흉기로 위협당하여 납치당한 성인 남성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작중 주인공의 입으로 직접적으로 명시되는 바, 「소녀불충분」의 주제 의식은 비뚤어진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행복은 비뚤어지고 소외된 사람들끼리의 유대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가 다소 뻔해 보일 수 있지만, 10년의 시간 동안 계속해서 이 주제에 기반한 작품을 써내려간 작가의 이력은, 주제 의식에 담긴 무게감을 결코 가벼운 것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말하자면, ‘삐뚤어진 사람들끼리의 유대를 통한 행복’은 「소녀불충분」이라는 소설의 주제 의식인 동시에, 니시오이신이라는 ‘작가’의 예술 이념이기도 한 것이다.


alembic의 「이춘복」을 읽으면서 「소녀불충분」을 떠올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alembic의 「이춘복」은 역시 마찬가지로 ‘작가’ alembic의 예술 이념에 대한 소설이니까.


그렇다면 alembic의 「이춘복」에 담긴 예술 이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작가 스스로가 밝힌 해설이 있다. 


이 글 https://gall.dcinside.com/fantasy_new2/6115653 을 통해 작가는 「이춘복」의 창작 동기가 아쿠타가와의 「지옥변」에 묘사된 예술 이념에 대한 반론임을 밝혔다. 「지옥변」에서 묘사되는 예술에 대한 광신적 열정 혹은 집착이 아닌, 관객을 위한 마음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작가는 당당히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호에로 펜」에서 ‘꼬마 애가 라멘 가게에서 라멘을 기다리는 동안 만화를 즐겨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던 것과 같은 예술관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예술관을 마음 속 깊이로부터 동의하지는 못한다. 나는 예술이 현실적으로 일개 상품에 불과하며 관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alembic의 예술관과 어느정도 상통하지만 일정한 차이를 갖는 것인데, 심지어 나는 이것을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예술의 한계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며,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는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나 「광염 소나타」의 백성수와 같은 인물을 동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alembic 작가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춘복」을 좋아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일종의 딜레마인 셈이다. 내가 「이춘복」을 좋아하는 이유는 결코 「이춘복」의 결말 때문이 아니다. 내가 「이춘복」을 읽으면서, 이렇게 장문의 감상을 쓰고, 심지어는 alembic을 니시오이신에게까지 비견하게 된 것은, 「이춘복」이 광적인 예술혼을 불사르는 장면, 즉, 아내와 딸을 죽이고, 갑자기 미국을 건너가더니, 심지어는 버튜버를 시도하는 서사의 그 폭발적인 에너지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마도 나를 비롯한 독자 전반의 감상일 것이다. 버튜버 활동에서 갑자기 예술관의 전환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쉽게 납득 가능하지도 않았으며 인상 깊지도 않았고,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때문에 alembic의 이번 글은, 그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 작가의 예술관을 나를 비롯한 타인에게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니시오이신처럼 10년의 시간을 쌓아올려가며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는 것 이외의 어떠한 방법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alembic 작가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기를 바란다.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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