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지. 그건 맞는 말이야. 사실 스트리퍼를 하고 싶대도 할 수 없는 시대지. 도대체 왜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할 룰렛과,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산소 제한을 보고 그렇구나, 사람들이 저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납득해야 하는 시대지. 천주 밖에서는 그런 시대를 알 필요가 없었겠지만, 이 안 깊숙히까지 들어와 있는 이상 알아야겠지. 준원이의 삶은 그 행복 위에 얹혀 있고, 내 삶은 준원이에게 있어 그 사이에 박혀 있을 테니까. 

‘저번에 후원으로 게임 중에 산소 채운 거 아주머니시죠?’

‘그래, 나란다. 뭐가 크게 잘못됐니?’

‘당연히 잘못됐죠. 덕분에 그때부터 방송에 긴장감이 확 줄었으니까. 준원이가 사람들한테 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고통스러워 하는 거? 방송이 무슨 고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하하.’

‘그럼, 그게 아니면 뭐니?’

‘그 자그마한 캡슐 안에서 준원이는 빛나고 있어요, 아주머니. 제가 다른 뭘 하고 있었든 거기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화려하게 말이에요. 준원이가 숨을 참으면서 천천히 호흡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그 자체는, 분리시키면 아무 것도 아니예요. 반대로 게임을 하는 모습도 분리시키면 아무 것도 아니고요. 그 모든 게 하나라고요. 하나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어.’

사비를 털어서라도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분홍 생각기계가 내게 몰래 경고했던 게 있어 차마 그러지도 못하겠다. 준원이가 방송하는 걸 보면서 조금 덜 고통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이외에는 별 생각이 안 드는 나랑은 다르게, 최소한 그것은 정말로 준원이의 방송을 사랑하니까. 내가 방송에 손을 대선 안 된다며 방송의 재미를 가르쳐주겠다던 리카는, 정말 홀린듯이 준원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었다. 그 애가 실수해서 죽거나 시간이 빠듯해 얼굴이 조금씩 하얘질 때면,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그거야, 그거야, 하면서.

방송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연락을 해 왜 그렇게 게임을 했는지 듣고 싶다고 하던 리카. 내게는 별로 보이고 싶지 않은지 병실 밖에서 그 애와 만나선,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욕들을 몇 가지 한다. 그러다가 준원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짝, 하고 따귀를 때린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고 달려나가려다가 리카가 웃으며 그 애를 껴안는다. 이것보다 좀 더 화나지 않았어? 좀 더 답답하지 않았어? 그리 물으면서 반대쪽 뺨도 때려보라는 양 내미는 걸 보고 말았다. 이 모든 게 리카 나름대로 내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든 생각은 아예 모르는 편이 더 나았으리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