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파타퓌님만 들어오세요. 토막 감상(?)글임.

McQue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3 22:04:23
조회 128 추천 0 댓글 9
														


7ded9e36ebd518986abce8954e8372690dad

술을 마셔서 잘 쓸 수 있을랑가 모르겠는데



오늘 보내주신 게 아니라, 전에 쓰신 소천되랑 마법소녀물 감상문이에요.




사실 제가 님 글에 꽂힌 건 사유, 감수성, 장르적 특색이 아닌 '문체'이고 당시에 - 지금도 그렇지만 - 문체론에 빠져서 좀 인상깊게 봤었어요...뭐, 웹소 뿐 아니라 다른 글들도 접는다고 하시니 전부터 모더니즘 문학 위주로 길게 분석해보려다가 덕성이 부족해서 번번히 미뤘는데. 글을 접으시기 전인 이번 기회에 짧막하게 토막 감상문이라도 남기는 게 좋다 생각해서 키보드 두들겨서 올려요.




저에게 있어서 문학은 세계*인간*실존의 단면을 조명하는 예술인데. 그 중에서도 문체에 주목하는 이유는 같은 단면을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더하여 문학이라는 예술 갈래의 독자*특이성이 발아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고 생각함. 이게 별건 아니고 한 예술 갈래는 그 예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독자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임. - 그런 의미에서 영화랑 게임보고 음악+영상+미술+etc 짬뽕된 종합 예술이라는 소리는 그만했으면 좋겠음 그딴 소리는 게임을 해도 이도저도 아닌 하이브리드 클래스나 고를 새끼들임 -




그런 부분에서 소천되는 모더니즘적으로 제 문학 기준에 부합하는 문체를 여럿 찾을 수 있었음. 특유의 만연체에서 오는 장황한 서술과 맞물린 의식의 흐름, 과거로부터 침투된 기억이나 루프로 인해 모호해지는 시제와 시간 개념 같은 부분 - 특히 34, 35화 - 는 포크너나 PDK가 떠올라서 독특한 음울함이 전달되었음. 16화를 비롯하여 종종 띄어쓰기 없이 연속적인 문자의 나열로 서술하는 부분은 이상의 거울이 떠올랐고, 자아의 타자성 - 그루샤의 경우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 과 자아와 불화하는 세계가 느껴져서 인상깊었음.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부분은 꼽으라면 역시 42화. 반카가 알파 계급에게 압박 받아서 그루샤를 넘기는 포주 역할을 맡게 되는 부분. 이 부분을 읽고, 문체론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댓글에서 추측한 매카시와 사라마구(의 '눈먼도')를 확인했는데. 따지고 보자면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에 가까운 서술이었지. 기억상으로 42화 파트에서 개별자로서 지칭되어 서술하는 건 오로지 '반카'. 그리고 나머지 알파 계급의 리더들은 모두 그, 그녀 혹은 그들로 뭉퉁그려서 서술하는데. 이는 마치 반카라는 개별자가 지칭할수도, 지칭될수도 없는 악의로 가득찬 모호한 집단으로부터 압박받는 것으로 묘사되어지는데. 이 갑갑함이 문체적으로 독자에게 전달되어서 무엇을 대적해야 될지, 대체 누구에게 저항해야 될지 모르는. 마치 안개 너머로 주먹을 뻗는듯한 무력감과 허무함이 전달되는데. 나같은 경우에는 이런 문체를 '세계와 대극하는 인간'이라고 축자적으로 평을 내리지. 반카를 둘러싼 압박과 세계, 그 자체에 반카는 결국 그 압박에 순응하여 수동적이며 피동적인 한편, 파티와 보신을 위해 그루샤를 희생시키는 인물상으로 그려지는 건. 다른 의미로 눈먼도보다 인상깊었던 부분임. 철저한 계급과 수직적인 압박이 작용되는 세계(알파 계급)에 순응하여 동화되는 모습은 원시적인 권력에서 말미암은 폭력. 그리고 그러한 폭력에 노출된 그루샤라는 피지배계급, 약자의 불합리와 부조리가 느껴졌지. (나는 아마 여기서 문체론에 더 깊이 빠진 것 같아)



소천되 이후 마법소녀물을 연재했을 때. 주변 인식에 따른 주인공의 변화, 그리고 인터넷 방송을 모티브로 삼은 방송(이건 장르적 변화를 줄 수 있기에 더 기대했지.). 이런 소재는 소천되의 문체에 주목한 독자한테 있어서 또다른 문체론적 요소를 고대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지. 프롤로그부터 서술되는 00년대 라노벨 같은 장광설 자체가 스낵컬쳐인 웹소와 맞지 않고, 본토 라노벨*서브컬쳐 트랜드에서 한물갔지만 오히려 복고적인 요소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으며, 그런 장황한 문체를 읽을 때면 장르성의 변화, 메타적 장르 특색, 주변 인식, SCP스러운 소재들과 맞물려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감을 줬으니까. 어....음.....근데 끝이 안 좋아서 일단 이 이야기는 그만할게요.


뭐 정리하자면 소천되 문체가 너무나 좋았고, 다른 작가들 레퍼런스로 안 사용했으면 그건 굉장히 놀랐다.

마법소녀물 그건 소천된 문체를 인상깊게 본 입장에선 문체론적으로 와쿠와쿠했지만 끝은 '아...이런...' 뭐 이런 느낌이었다.


추가로 마법소녀 이후에 쓴 글인 브레스펑크, 성녀물은 맥시멀리즘 자체를 버려서...아, 죄송한데 진짜 흔하디 흔한 글. 이런 느낌이라 딱히 매력을 느끼지 않았음. 적어도 파타퓌님 글에서 매력을 느낀 건 맥시멀리즘일 때 뿐이었네요, 물론 문체적으로.


건필하십쇼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기 세보여도 실제로는 멘탈 약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04 - -
공지 최신 트렌드 뉴스를 한눈에! 디시트렌드 운영자 24/11/06 - -
6749065 주식이고 뭐고 오븐 살지 말지부터 못 정하겠구마 [7] 치이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1 33 0
6749064 사실 트럼프 연임실패조차 철저하게 계산된거엿던거임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37 0
6749063 역 앞에서 교과서에 동성애 낙태 미성년 성교 삭제하라고 [4] 구르미엄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47 0
6749061 와 씨발 아코야... [1] 외않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35 0
6749060 트럼프 당선<-걍 세계가 재밌어짐 미드と애니の노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26 1
6749059 주한미군 철수전에 적금깨고 욜로 해야하는거냐.. [5] 홈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50 0
6749058 연설뒤에 YMCA 노래 나오는게 진짜 미국 같네 The-secon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22 0
6749057 가운대손가락들면서살아 [3] 유동성까마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19 0
6749056 여러분들이 뭐 예측 하는거 다 별로니까 입 좀 다물면 쇠안경(183.105) 16:59 15 0
6749055 의회 습격하는 아기반룡 [3] 소악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17 0
6749054 어 뭐야 상근 이제 고졸 보정 없어졌네? 유열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14 0
6749052 갑자기 국정원 지하에서 이휘소랑 핵폭탄 등장하는거임 [4]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28 0
6749051 근데 핵무장 할일 없지않나 불건전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9 18 0
6749050 림월드 걸신한테 한번 당하니까 킬존의 필요성 매우 느꼈음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8 16 0
6749049 메인이 머가됏든 마늘국을 먹고싶음 근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8 9 0
6749047 군대에서 보니까 ADHD 자폐 이런거 우습게 못보겠던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8 36 0
6749046 난 판타지풍이 강한 림월드를 원함 [6] 도도가마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8 27 0
6749045 아니 근데 젠레스 접어서 다시하고싶어도 파티풀이 좀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7 8 0
6749044 근데 북한이 핵을 쥐어버린 이상황에서 사실 앞에서는 존나패는척해도 빵케이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7 26 0
6749043 뭐 트럼프 되어도 딱히 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은 없겠지 [2] STG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7 28 0
6749042 스포) 그러고보니 사펑 저 사지방에서 다봣는데 [1] 진피즈레몬반조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7 21 0
6749041 한국이 항모하고 핵만들어야하는 이유 무적칼퇴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7 16 0
6749040 주한미군철수하면 어차피 한국 경제 좃된 건데 [5] 그림먼저본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6 102 1
6749039 판갤에 현직 메숭이들 있음? [1] 투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6 28 0
6749038 와 근데 버니샌더스 무소속 재선 또 성공한거 신기하네 [2] 무명소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6 44 0
6749037 면허없는데 모바일신분증어디서못구하나 [5] 시구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6 27 0
6749036 이봐, 조선인들은 거인이 되지도 못하는데 왜 멸종해야 하는거야? [6] 루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5 66 0
6749035 요즘 악몽 꾸면 자꾸 이빨 깨지는 꿈이더라 [1] 분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5 19 0
6749034 버스 진짜 개빡치네 친필사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12 0
6749033 수능 14일인가? 무적칼퇴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13 0
6749032 의외로 헤일로가 있는 사람 [6] 비류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46 0
6749031 젠레스 미야비 얼굴 정상화 뭔데 [1] 창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37 0
6749030 결국 트럼프 당선이네 중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27 0
6749029 근데 한국 민주당이랑 찢재명은 진짜 왜 북한 중국 빠는지 모르겠음 외않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26 0
6749028 30대 중반인데 애 낳은 높은 확률로 정신질환 달고 나온다더라 [6] 모하비배달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64 0
6749027 림월드 킬존이란 나약한거라고 생각함 [1] 아니야왜냐하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25 0
6749026 나만 돈 못벌어... [4] 회복의개같은노예카츠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4 25 0
6749024 생각해보면 트럼프 처음 당선된 후에도 다들 [2] TS기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3 59 0
6749023 유튜브에서 샤니마스 좀 봣는데 [3] 중간관리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3 26 0
6749022 저애 림월드 킬존 (사기맞음근데니가뭘할수잇음) [4] 불건전유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2 31 0
6749021 adhd 검사 함 받아봐야하긴해 ..음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2 15 0
6749020 와 귀벌레 증상 싹 사라졌네 [4] STG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2 46 0
6749019 모래의 여자 이거 카프카보단 시지프스 느낌이군... [3] 유로지바0.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2 30 0
6749018 이제 핵 포기한 우크라의 최후처럼 걱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2 23 0
6749016 조선인이 태어나지 않게 하는것도 가능할까? [2] 루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27 0
6749015 10분거리 3000원내고 배달이 맞나 고민중 아니야왜냐하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14 0
6749014 모처럼 과제없는주인데 아무것도 진행이 안되고잇음... [3]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32 0
6749013 근데무슨 adhd 술모임 같은게 잇더라 근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23 0
6749012 지금껏 나에게 잘 대해 준 녀석들은 30분간 갤을 켜지 마라. [7] 인포그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59 0
6749011 리버풀이 호남풀인 이유 [1] 콥등이0.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2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