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빈말 없이 솔직히 전 잼나게 읽었음여.

그거 짧게 댓글로 독자가 평을 내리듯이 간질간질 거리는 백합 묘사가 좋았고 - 이건 제가 백합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 1화당 절반 정도의 분량을 할당하여 내면심리를 묘사하는 것도 꽤 재밌었용. 설하의 뒤틀린 소유욕, 결핍 같은 부분이 잼나게 읽혔네요. 극중 묘사하고 추천하는 클래식 곡을 몇 곡 들어봤는데. 묘사 자체는 마음에 드네요. '혁명' 파트는 뒷부분을 퇴고한다면 더 좋겠지만 슬픔이나 애도, 비애에 대한 묘사가 마음에 들어요. 음악을 들으니 꽤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네요.

백합적으로 NG였던 부분은 설하가 우연 넷상의 아이디 눈치챈 부분. 근데 눈치 챈 것까지는 괜찮은데...그걸 왜 밝히냐고오오오오오 라고 소리쳐버렸네요.

청각장애인 설하는 주변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우연이는 들을 수 있고 이를 설하에게 자의적으로 정보를 필터링하거나 혹은 하얀 거짓말로서 속여서 전달해준다던가. 우연이의 속마음은 넷상에서 오로지 호감고닉 설하한테 전달하고, 설하는 우연이의 속마음을 알지만 우연이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던가.

그런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양가적인 캐릭터 속성과 이벤트로 활용할게 넘치는데

아니, 설하의 뒤틀린 소유욕이나 피폐스러운 내면 심리에 따르면 충분히 우연이의 고닉 상담을 들어주고 천천히 '너는 내 마음을 모르지만, 나는 니 마음을 안다'라는 가스라이팅 할 수 있는 소재라던가. (<- 이거 내가 망상 돌렸지만 개맛있을 것 같음 의존까지 하면 개꼴림) 

소재적으로 활용할 게 너무 많은데 좀 일찍 풀어버려서 아깝습니다.

아, 추가적으로 저는 무겁고 밀도 높은 내면 서술과 묘사에 호평을 주는 독자이지만...좀 더 웹소적으로 대중적인 걸 바란다면 그러한 내면 서술과 등장인물의 행동 동기의 정합*합리성 서술*묘사는 줄이고 사건을 좀 더 빠르게 그리고 많이 할당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그래서 이 감상글에서 궁극적으로 하는 조언은 뭐냐?

".......순수 백합은 안 먹힌다, TS시켜라." 정도가 되겠군요.

poulenc: melancolie, FP 105 pascal roge

이거 외에도

쇼팽 에튀드 -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F.Kreisler, Liebesleid

라흐마니노프피아노협주곡2번

베르가마스크 - 츠지이 노부유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 히델리히, 힐러리한, 엘리나베

노래 추천 잘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