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늦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군부대 중대 사무실 안은 조용했지만, 공기는 묘하게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중대장인 강상우 대위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에 잠긴 채 서 있었다. 그가 들어선 순간, 사무실에 있던 병사들은 즉시 차렷 자세를 취했다.
"일병 남고."
그의 목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메웠다. 명령을 받은 남고는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했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며칠 전, 그의 사적인 글들이 문제로 제기되었고, 그 글들이 강 대위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 대위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 뭉치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남고가 올린 익명의 게시물들, 그리고 그가 몰래 적어두었던 일기까지, 그 모든 것이 지금 그의 손에 있었다.
"이게 네가 쓴 거 맞지?" 강 대위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물었다.
남고는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한 것이 부대 내에 알려지게 될 줄은 몰랐다. 특히 강 대위에게 말이다. 그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불만과 고민뿐만 아니라, 그가 숨겨왔던 더 깊은 감정들도 있었다.
"대답해." 강 대위는 다시 물었다.
남고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네, 제가 쓴 글입니다."
강 대위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는 천천히 남고에게 다가가 종이 뭉치를 내밀었다. "여기 네 생각들이 다 들어있어."
남고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받아들었다. 종이 위에는 그가 쓴 글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남고는 문득, 그 글 속에 담긴 자신의 복잡한 감정들이 강 대위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이 되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강 대위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남고는 고개를 들었고, 그가 예상하지 못한 따뜻한 눈빛이 그를 맞이했다. 강 대위의 시선은 다소 부드러워져 있었고, 남고는 그 순간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단순히 상관과 부하의 관계가 아닌, 그 너머의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이었다.
강 대위는 침묵을 깨며 말했다. "내가 네 글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화가 났다. 내가 이끄는 부대에 불만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는 잠시 멈췄다. "하지만 다시 읽었을 때, 네가 단순히 불만을 털어놓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남고는 강 대위의 말을 들으며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다. 강 대위는 그의 글에서 그저 비판만을 본 것이 아니라, 남고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감정들을 알아채고 있었다.
"남고." 강 대위가 다가와 남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그리고 나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남고의 눈은 커졌다.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 "중대장님..."
"네가 느끼는 혼란, 그리고... 다른 감정들. 나도 다 이해해." 강 대위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부드럽고 낮게 울렸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남고의 눈을 마주쳤다. 남고는 그 시선 속에서 자신이 숨기고 있었던 모든 감정들이 강 대위에게 이미 전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쉬운 상황은 아니지. 나도 안다. 하지만 나도 감정이 있어." 강 대위가 말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너에게만큼은 숨기고 싶지 않다."
남고는 충격과 안도감,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뒤섞인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저 상관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니.
강 대위는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네가 이 부대에 온 이후로, 네 생각은 나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줬어. 나는 너에게 끌리고 있었다."
남고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저도...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대장님."
그들의 사이에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군대라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그들 사이에는 숨길 수 없는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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