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망령 사냥꾼, 도시로 돌아오다
태그: #귀환 #헌터 #망령 #성장 #현대판타지 #약혼파기 #복수 #계약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공동묘지. 스산한 바람이 묘비 사이를 휘돌며 망자의 탄식 같은 소름 끼치는 울음을 토해냈다. 낡은 묘비들은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고,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라 황량함을 더했다. 그곳은 산 자의 영역이 아닌, 죽은 자들의 안식처였다. 아니, 적어도 그래야만 했다.
나는 마지막 남은 망령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녹슨 철검이 허공을 가르며 둔탁한 파열음을 냈고, 망령의 형체가 검에 닿는 순간, 핏물 대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악령의 비명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묘지를 울리고, 연기는 바람에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0년 간의 기나긴 계약, 그 종말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끝났군."
메마르고 갈라진 목소리가 묘지에 울렸다. 10년. 망령만을 상대하며 보낸 10년이라는 세월은 한 인간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뺨을 스치는 밤바람은 칼날처럼 차가웠지만, 나는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감각 자체가 무뎌진 것일지도 몰랐다.
10년 전, 나는 그저 그런 E급 헌터였다. 재능도, 힘도 없는 평범한 인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가문에서는 무능력한 낙오자 취급을 받았고, 약혼녀에게는 배신당했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그날 밤, 나는 의문의 존재와 계약했다. 10년 동안 망령을 사냥하면, 그 대가로 내가 원하는 힘을 주겠다는 계약이었다.
그 제안은 절망에 빠진 나에게 내려진 마지막 동아줄과 같았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나는 그 위험한 계약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의 내용은 단순했다. 매일 밤 공동묘지에 나타나는 망령을 사냥하는 것. 10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처음에는 버거웠다. E급 헌터였던 나에게 망령은 너무나 강력한 상대였다. 죽음의 공포가 뼛속까지 파고들었고, 매일 밤 살아남는 것 자체가 기적과 같았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죽을 만큼 검을 휘둘렀고, 망령의 공격을 피해 구르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조금씩 강해졌다. 망령과의 사투 속에서 전투 기술을 익혔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며 생존 본능을 각성했다. 그리고 계약의 힘이 서서히 발현되기 시작했다. 망령의 힘을 흡수하며 나의 힘은 점차 강해졌고, 잊혀졌던 재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나는 천천히 눈을 들어 허공을 응시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앞에는 반투명한 푸른색 창, 바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10년 간의 사투가 만들어낸, 나의 힘을 증명하는 증거였다.
[이름: 강태준]
[레벨: 78]
[능력: 망령 친화 SSS, 검술 A, 체력 A]
10년 전, E급 찌꺼리라 불리던 나는 사라졌다. 이제 나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가 되었다. 레벨 78. 이 세계에서 이 정도 레벨에 도달한 헌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망령 친화 SSS? 망령의 힘을 흡수하며 얻게 된 이 능력은 망령을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하고, 그들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해준다. 검술 A와 체력 A 역시 10년 간의 뼈를 깎는 훈련으로 얻어낸 결과였다.
"이제 돌아갈 시간인가."
10년 만의 귀환. 그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나를 배신하고 짓밟았던 이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선사할 시간이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능력하다는 조롱과 멸시, 약혼녀의 차가운 배신, 그리고 가문에서 쫓겨났던 그 날의 수치심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는 허름한 묘지를 벗어나 도시로 향했다. 10년 만에 다시 밟는 문명의 땅. 네온사인 불빛이 화려하게 밤을 수놓았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동차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귓가를 어지럽혔다. 10년이라는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높아진 빌딩, 발전된 기술, 그리고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바로 내 가슴속에 새겨진 증오와 복수심이었다.
나는 도시의 뒷골목을 걸었다. 10년 동안 망령과 싸우며 얻은 감각은 주변의 미세한 기척까지 놓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강태준… 살아있었나?"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충격과 함께,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그 목소리를 잊을 리 없었다. 10년 전, 나를 배신하고 등을 돌렸던 약혼녀, 서지혜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차려입은 서지혜가 서 있었다. 10년 전보다 성숙해진 모습이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도도했다. 그녀의 옆에는 낯익은 남자가 서 있었다. 바로 나를 대신해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사촌 형, 강태성이었다.
"오랜만이군, 서지혜."
내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메마르고 차가웠다. 마치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아 녹슨 칼날처럼. 10년 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망령 사냥에만 몰두했던 결과였다.
내 차가운 목소리에 서지혜와 강태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은 내가 살아 돌아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이미 죽은 존재나 다름없었으니까.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너, 그 묘지에 버려졌잖아?"
서지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당혹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당연했다. 그녀는 내가 망령에게 찢겨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글쎄, 운이 좋았다고 해두지."
나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조롱과 경멸이 담겨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겪었던 고통을, 절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갚아줄 것이다.
"태준아, 돌아온 걸 환영한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거지? 가문에서는 네가 죽은 줄 알고…"
강태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는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의 자리를 위협할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을 테니까.
"가문? 나에게 그런 게 있었나? 10년 전에 버려진 나에게?"
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강태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내가 그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그래, 시작이다. 나의 복수가. 10년 동안 칼을 갈며 준비해 온 시간. 이제 그들에게 내가 겪었던 고통을 되돌려줄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을 되찾을 것이다.
차가운 밤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 아래, 서지혜와 강태성은 마치 돌처럼 굳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당혹감, 두려움, 그리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10년 전, 그들은 나를 무능력한 낙오자로 취급하며 짓밟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선 그들은 더 이상 과거의 나를 깔볼 수 없었다.
"10년이라… 시간이 참 빠르군."
나는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낡은 가죽 부츠가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히며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마치 그들의 심장을 조여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눈은 그들의 얼굴을 꿰뚫어보듯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강태준, 지금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서지혜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듯했다. 당연했다. 10년 전, 그녀가 알던 나약한 강태준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무슨 짓이라니? 오랜만에 만난 약혼녀와 사촌 형에게 인사를 하는 것뿐인데."
나는 입가에 비웃음 섞인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들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약혼녀'라는 단어가 그들에게 비수처럼 꽂혔을 것이다.
"웃기지 마! 너와 나는 이미 끝난 사이라고! 그리고 가문의 후계자는 태성 오빠야!"
서지혜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끝? 누가 끝을 냈지? 내가 원해서 끝난 관계였나?"
나는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 순간, 서지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10년 전, 자신이 나에게 했던 잔인한 배신을 떠올렸을 것이다.
"강태준, 과거는 잊어라.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지?"
강태성이 나서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그는 내가 과거의 일로 복수를 하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과거를 잊으라고? 네 놈들이 나에게 했던 짓을 잊으라고?"
내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나왔다. 억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하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10년 동안 망령과 싸우며 단련된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그 자리에서 그들에게 달려들었을 것이다.
"너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거지? 네가 무능력해서 스스로 몰락한 것을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
강태성이 뻔뻔스럽게 대답했다. 그의 말에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뻔뻔함에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그는 그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무능력? 그래, 그땐 내가 무능력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잠시 말을 끊고 그들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내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에 그들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지금의 나는, 너희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10년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며 얻어낸 힘이다."
내 말에 그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그들은 내가 10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내가 사라졌다가 운 좋게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헛소리 집어치워! 네가 강해져봤자 얼마나 강해졌다고!"
강태성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의 말에는 불안감이 묻어났다. 그는 내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보던가."
나는 도발적으로 말했다. 동시에, 내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망령 친화 SSS급 능력에서 비롯된 압도적인 힘이었다. 그 기운은 마치 폭풍처럼 주변을 휩쓸었고, 서지혜와 강태성은 숨 막히는 압박감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무슨…!"
강태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내게서 느껴지는 강대한 힘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서지혜는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제 알겠나? 너희들이 무시했던 그 E급 찌꺼기가, 어떻게 변했는지."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도망칠 곳은 없었다.
"강태준, 제발… 이러지 마. 우리, 이야기로 풀 수 있잖아?"
서지혜가 애원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으로 호소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야기? 네가 나에게 했던 짓을 생각해 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서지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태준, 네가 원하는 게 뭐지? 돈? 명예? 가문의 후계자 자리?"
강태성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내가 원하는 것? 너희들이 나에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을 되돌려받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들이 나에게 준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
나는 그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 눈에는 복수심으로 불타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건…"
강태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내가 단순한 보상이나 화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철저한 복수였다.
"두려운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너희들이 나에게 했던 짓, 하나도 빠짐없이 똑같이 갚아줄 테니."
나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도시의 밤거리로 걸어 들어갔다. 서늘한 밤공기가 내 몸을 감쌌다. 10년 만의 복수, 그 서막이 올랐다.
나는 도시의 불빛 속으로 사라졌지만, 내 등 뒤에는 서지혜와 강태성의 공포에 질린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은 이제 내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똑똑히 알게 되었을 것이다.
복수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끝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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