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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 감상문(어설픈ㄷ)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2.17 18:12:16
조회 119 추천 0 댓글 8

1. 속물.


속물이란 무엇인가. 어느 층위에서 시작할 것인가.


최근에 본 작품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이 세상에는 속물이 될 수 없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

얌전하게……정확히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며, 인생 최대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서도 엑셀을 밟지 못하는 인간이라네.


행복이라는 것은 크게 맛보면 맛볼수록 허들이 올라간다네. 좀 더 맛있게, 좀 더 즐겁게, 좀 더 훌륭하게……. 사람의 욕망에 한계는 없고, 허들이 올라갈수록 지출도 늘어나지.

부자가 되어서 사치를 즐기는 도중에 욕망이 계속해서 늘어난다고 상상해보게. 그리고 자신의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써서 몸을 망치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지 않나?


이쪽의 나는 굉장히 속물적이고, 욕망의 브레이크는 완전히 박살났네. 그런 의미에선 브레이크를 정확히 밟고서 살아갈 수 있는 방금 전 그 사람이 훨씬 더 정상적인 인간일세.


인피니트 덴드로그램이라는 라이트노벨에서 나온 대사다.


이 작품은 이 대비로부터 시작한다.

이 개념에 따르자면 김형은 속물이 될 수 없는 인간이며, 최우혁은 속물 그 자체다.


김형의 말을 빌리자면 '사도 바울이 되기보다는 평범한 로마 시민권자가 되겠다' '신성 체험이란 처음 방문한 카지노에서 잭팟을 따는 정도의 불행이야'가 이에 해당한다.


처음의 잭팟은 인간을 코인으로 끌어들인다.

마치 자신이 가진 코인이 1과 0만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한 순간의 섬광을 보기 위해 코인을 던지게 한다.


최우혁의 시작에는 잭팟「기적」이 있고, 최우혁은 속물이다.


1-1 속물과 자본주의에 관해서.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속물이라는 단어를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가, 라고 생각한다.

이 감상문을 쓰기 전에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인데, 저 인용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세상은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내가 맘몬에 대한 텍스트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읽어낼 수 없더라도 지금의 세상에서 자본주의의 없음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은 꽤나 많이 실감했다.


어떠한 일에 대한 가치를 말할 때, 돈이 없이 그 가치를 쉬이 상상해 낼 수 없다는 점에서.


꿈을 위한 노력이 유치한 짓으로 환원될 수 있고, 명예를 위해 돈을 버리는 것이 광기로 보일 수 있는 이 시대에서, 속물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꽤나 문제였다.


최우혁이 종종 떠올리는 자본주의적인 생각들은, 1.의 인용에 따른 속물적임 것과는 다르지만, 속물적으로 읽히는 것이다.

돈이 자유와 생명과 동치가 된 세계에서 돈에 대한 욕구는 속물적이라기보다는, 생리적인 것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럼에도 1-1의 의미로서의 속물도 머릿속에서 완전히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1과 1-1로서의 속물을 나눠두고 각각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한다.


2. 신성체험.


속물이 던져대던 코인이 다시 한번 잭팟을 터트리고 난 다음에 다음 막으로 간다.


여기서 최우혁은 조강현과 조우한다.

두 사람은 신성체험 원점으로 하여, 돈을 기준으로 대칭을 이룬다.


돈을 기준으로 최우혁은 잃어왔고, 조강현은 얻어왔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왔는가.

유도하를 자본주의의 감독이라는 기호로 읽는다면, 시험장과의 거리가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최우혁은 단 한 번의 시험을 끝으로 시험장에서 퇴장당했고, 조강현은 그 지점에 있었다. 무언가와의 거리는 그것에게 얼마나 많은 요청-의견을 구하는 것과 닮은-이 가능한지와 연관된다.


조강현은 이 시대에 더 큰 선을 요청하기 위해 나아갔고, 최우혁은 던져지는 화두가 이 요청에 관한 것임을 자각한다.


2-1 요청과 비극.


이 시대의 이름은 자본주의이다.

그리고 그 이념에 따라 빈이 있으면 부가 있다.


만약 이 체제가 인간의 법이고, 어떤 거대한 존재가 이 법을 바랐다면, 조금 더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부에 비해 빈의 모습은 초라하고, 빈에는 위 아래조차 나누기 힘든 고통이 있다.


조강현은 그 안에서 과평등을 추구한다.

빈이 위 아래를 나눌 수조차 없을 정도로 지독한 것이라면, 이 시대를 책임지는 자에게는 더 큰 책임이 필요했다.


거기에 신의 이름이 필요하다면 그리 해야만 한다.

기적이 필요하다면 그리 해야한다.


사랑으로 평등해야만 한다.

그 평등은 신의 사랑과 닮아 있다.


3. 부존재와 존재 사이의.


그런 조강현의 입장이 있는가 하면, 새천년파의 입장도 있다.

이제 여기까지 오면 나눌 수 없는 빈의 위, 아래조차 큰 문제는 아니고, 이제 문제는 존재의 문제에 더 가깝다.


인간의 법은 완전히 글러먹었고,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상관없이 모두 부존재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느끼기로는 비대칭성 논증만큼 드라이하다기보다는 이거는 오히려 2-1의 자본주의적 사고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이를 테면, 사람은 무수히 많이 생겨날 테고, 그에 따라 빈에 의한 고통도 무한히 늘어난다.

그리고 그 빈에 대해 죄가 되는 부 또한 무수한 사람에 의해 죄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이들의 주장은 고통의 빈과 죄의 부는 모두 다 나쁜 것이고, 이것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존재를 모조리 도살해버리자는 입장에 더욱 가깝다고 느낀다.


4. 조세희.


평등과 신의 권위를 섞은 과평등 신정과 빈부를 모조리 학살해버리자는 입장 사이에 평범이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애정 결핍 소년의 희생 안에서 이뤄진다.


전자에도 문제가 있고, 후자에도 문제가 있다.


전자.

과평등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 조세희다.


이제는 식상할 정도의 문장이 있다.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


과평등에는 인간미가 없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과, 좋은 사람이 겹쳐지지 않는다.


그 아이러니를 한 장면에 응축시키면 조세희의 추락이 된다.

유도하의 분노가 된다.


후자의 문제는 내가 비대칭성 논증과 그 관련을 혐오한다는 말로 대체하겠다.


여기까지 온다면 남은 것은 속물의 선택 뿐이다.


4-1 빈의 위와 아래.


속물의 선택 이전에 빈의 위와 아래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짚고 가고 싶다.


그러니까 이것은 존재와 부존재를 비교하기 이전의 문제인데..


어떤 나라가 자신의 국고를 털어서 전 세계에 동등하게 복지를 하겠다고 하면 이게 가능한가? 적국과 복지를 나누는 게 가능한가? 국가와 무상의 사랑이란 건 연결될 수 있는 개념인가?


만약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문제에 진지해질 수 없다면, 그게 문제이기는 한가?

설령 어떤 문제가 관념적이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의 실재는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믿는데, 이것은 실재가 맞나?


어떠한 관념이 불필요할 정도로 죄를 늘린다면 그건 유용한가?(-굳이 철학적 입장을 따진다면 나는 실용주의자에 가깝다.-)


나는 비극에 의한 죄에는 가중치가 있다고 믿고, 그 가중치를 포함한 적분합은 인간의 법에서는 죄라고 불릴 게 아니라고 믿는다.


5. 최우혁


4-1을 제외한 모든 일을 겪고 최우혁은 1-1적인 속물의 말을 내뱉으며 (3억 발언) 소시민들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1-1의 말이 실제로는 생리적이고, 생명적인 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발언은 꽤나 재밌다.


타인을 위한 소시민적 사고를 위해 자신을 위한 소시민적 발언을 내뱉고 있으니까. 자신에 대해서건, 타인에 대해서건 어느쪽이거나 1-1적인 말이라는 점에서...


이 말로 도달한 곳에서 그는 자신이 도달한 지점을 확인한다.


본래 1이 아니었건, 혹은 경험에 의해 1이 아니게 됐건...


남자는 더 이상 1에 머물지 않았다.

평범하게 비극을 보면 분개하고, 기적이 나타나야만 한다고 외친다. 끝내 1이 가능한 선택권을 받은 순간에서도 그 스탠스는 유지된다.


1에 머물던 사람이 1-1에 완전히 머물게 된 것이다...


*


이하 생각했지만 쓰기에는 애매했던 것.


비대칭성 논증과 정치적으로 적인 것과 사랑의 결핍과 누미노제와 속물.


정치적으로 적인 빈민에게 무언가를 베풀 이유가 있는가 / 완전한 우군이 아니면 정치적인 의미로서의 적에 가까워진 세상이 되었다면 그 까닭은 사랑의 결핍에 있지 않은가 / 강한 신성 체험이 사랑의 결핍에 대한 복권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삽입되기에는 애매해서 빠짐.


*


비대칭성 논증


부존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부터 시작해서, 대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합을 누가 계산하고, 설령 계산하더라도, 어떤 당위성을 가지고 비교할 수 있는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내가하면 말장난의 영역에 가까워져서 제외.


*


재미


판타지 영화의 사이사이에 보험광고를 틀어주는듯한 작품.


낭만과 현실 사이로 진동하는 느낌인데, 이 느낌이 정말로 참을 수 없다고 해야하나.


굳이 말하자면, 서브리미널 효과라고 해야할까.

현실이 불쑥 튀어나오는 그 순간의 그, 감각이 굉장히 좋았다.


이를 테면, 조세희에게 딜을 거는 장면, 혹은 사망 보험이니 뭐니 하는 장면.


다 즐거웠음.


*


조세희


나는 내장 안쪽을 열어보는 게 즐겁다고 (물론 절단재접합술같은건 전혀즐겁지않다 그냥표현이그렇다는거다 검색하지도마라 이건서브리미널도 바이럴도 아니고 진짜 잘린거 사진나온다 절대하지 마라) 생각하는 사람인데...


조세희에 의해 조강현의 내장이 열린 순간은

너무

즐거웠다


거기서 짓고 있을 표정들을

상상하면

묘하게 두근거려서

조금

약간



19


아쉽지만 이보다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기엔 지식이 부족하군...


개와 설계사 이후로 가장 좋았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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