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감이 좀 심하네 - 판타지 갤러리

허탈감이 좀 심하네앱에서 작성

Saturn

2024.12.25 20:18:57

조회 43 추천 1 댓글 2

고양이가 죽었다

눈 감겨준지 30분도 안지났다

뭐라 표현할 길이 없다 그냥 공허하다

고양이를 상자에 담아서 집에 들어온 순간

나도 모르게 애옹하면서 캣폴에서 쫓아 내려오던 그 녀석이 생각났다

이제는 더 못보는데 그런 풍경

5년하고도 반년동안 그냥 있는 정 없는 정 다 주면서 키웠는데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했다

평소에도 물 마시러 샤워기에 들락날락 하는지라

애오오옥 하고 평소와 다른 소리를 내길래 무슨 일 있나 하고 달려갔는데

애가 숨을 안쉬더라

심장을 만져봤는데 안뛰더라

품을 안아봤는데 나랑 체온이 비슷하더라

이미 틀린걸 알았지만 병원까지 5분거리라 바로 데리고 뛰어갔다

병원에서는 도의상 심폐소생술을 해주겠다 했지만 10분 정도 뒤에 불렀다

원칙상 30분을 하는게 맞지만 이미 항문과 동공이 풀렸고 심장마사지를 하지만 심장이 뛰지않고 호흡도 돌아오지 않으며 혀도 피가 돌지 않아서 창백하다

보호자님이 원하시면 중단하겠다 고

반쯤 포기한 상태여서 그러면 그렇게 해달라고 말했다

머리에 몰린 피가 돌면서 다리가 탁 풀리더라

의자에 주저앉아서 부모님께 고양이가 죽었다고 전화하고

나는 고양이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수의사가 나를 다시 불렀고 마지막으로 하실말 없냐길래 고양이를 붙잡고 미안하다는 말만 중얼거렸다

어머니가 도착하고 수의사가 진료실로 우리를 불렀다

상자가 있었고 열어보시겠냐길래 열어보았다

고양이는 의료용 접착제로 눈이 붙어져있었다

화장실에서 발견했을 때 그렇게 동공이 풀려있었던거 보면 차라리 다행인 모습이였다

그렇게 눈을 꼭 감은채로 상자에 누워있는 고양이를 하염없이 만졌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괜찮았는데

그래서 나는 몇번 탄식하고 상자를 덮었다

비용은 단촐했다 심폐소생술 비용 20만원

다른 처치를 더 했더라면 줄줄이 항목이 있었어야만 하는 그 영수증에는

심폐소생술 비용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믿기가 어려웠다

그냥 그런일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이런일 생겨서 참 뭐라 말할길이 없네

허탈하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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