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가 1954년에 쓴 나름 초기 작품에 가까운 글. 미시마를 표현하는 여러 요소 중에 육체미 쪽에 초점이 맞춰진 글인데 이 육체미와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세 해의 자연의 아름다움, 남녀 주인공을 한데묶어서 미시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듯.
순박하고 성실하며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어부와 마을 유력자의 딸의 사랑이라는 조합은 미시마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녀에 대한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글들에서 느껴지는 삐뚫어짐과 방황하는 주인공과는 좀 차별되는 점이기도 함.
다만 미시마의 다른 글들(금각사, 봄눈, 오후의 예항 등)에서 주인공이 이상적으로 비춰지는 인물들(출정하는 군인 부부, 기요아키, 항해사)을 바라보는 방식에 가까운데 반해 파도 소리의 이런 이상적인 인물이 주인공의 위치에 있기에 글 자체에서 특별하게 갈등이나 고뇌가 대폭 감소하기도 함. 글에서 등장하는 갈등이래봤자, 완고한 장인과 유치한 양아치 정도일뿐인데 둘 모두 그다지 갈등을 심화시킬 수준은 되지 못함.
이런 부분은 극적 긴장감을 줄이게 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사실 이 글이 미시마가 쓴 일종의 이상세계에 대한 동화같은 이야기라 생각한다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길 수 있긴 합니다.
결국 미시마의 글을 읽는 것은 그 과도할정도의 순수, 혹은 이상에 대한 집착과 고뇌가 매력적이기 때문인데, 이 글은 그런 면에서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음. 다만 미시마가 이상화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쉽게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작품들을 읽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덧붙이자면 번역자 후기에 가까운 느낌으로 미시마 유키오와의 가상 인터뷰가 있는데, 이 글이 2002년에 첫 출판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읽는데 나름 고통을 감내하는 글이었다고 생각함...내용은 미시마가 쓴 문장독본, 소설독본 등과 상당히 겹치는 내용이라 둘 다 읽었다면 가볍게 훑는거로 지나가도 문제 없을듯한 내용.
아마 이 표현도 이 작가와의 가상인터뷰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나름 반가웠습니다. 원문 표현이 어디에 적혀있었는지는...잘 모르겠지만.
아마 금색정도만 읽으면 읽으려했던 미시마 작품들은 다 읽지 않나 싶은데...나중에 좀 몇권 정도는 다시 읽지 않을까 싶기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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