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건 으레 사람들이 인식하는 남성이 여자를 소유하려 드는 형태, 즉 가부장적인 형태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봄

왜냐면 높은 덕성에서의 소유라는 건 보다 애매한 형태가 아닌, 좀 더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한다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임

덕성이 높은, 여기서 말하는 덕성이란 지성을 의미함. 도덕적 덕이나 인성으로서의 덕을 의미하진 않음. 다만 그렇다 하여 모든 배운 사람이 싸이코패스가 아니듯, 지성이 높다는 게 감정에 소홀하거나 권위주의적인 사람임을 의미하지도 않음

지성이 높은 일반 사람은 필연적으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해석하려 들 것이며, 일정 수준 이상의 지성을 갖춘 사람이 가장 난해하게 여기는 것은 아마 사랑이 아닐까 싶음

감정 중에서 사랑이란 가장 이질적이고 해석하기 어려운 것인데, 만물이 가장 먼저 접하는 사랑이란 바로 부모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이는 지성이 아닌 본성의 영역에 있기에, 우리가 우주의 삼라만상을 이해하지 못하듯, 왜 인간이 태어나 죽어가는 운명의 굴레 속에서 초월자가 보기에 반복되는 헛된 행위들처럼 느껴질 일을 필사적으로 행하는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듯이, 우리 또한 우리네의 본성에 대해 결코 이성적으로 해석하지 못함. 마하의 속도로 휘몰아치는 태풍에 휘말려 수없이 빙빙 돌고 있다면 그것의 회전 속도를 차분히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가장 가깝지만, 그렇기에 알 수가 없는 것임

고로 높은 지성에서 사랑이란 다소 난관이며, 다소 불가해한 것이기에, 매사 살아가는 데에 있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성적으로 해석해 온 덕성 높은 인간이 사랑을 대하는 방법은, 불안과 떨림 기대와 그만큼의 불신이 따를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여 축적된 스트레스는 보다 안전하고 수비적인 형태의 사랑을 낳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