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실험과 탐구로 몇가지 알아낸 바를 여기에 정리한다.

하나. 마법사는 자연발생하지 않는다. 마법은 그 원리가 해명되지는 않았지만, 법칙을 다스리고 이치를 뒤트는 힘인 것으로 확인된 바. 현상이 아닌 원리 그 자체를 직시할 수 없기에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다 하더라도 자연의 일부인 존재가 스스로 마법을 자각해 다룰 방도는 없다. 

둘. 마법은 뇌, 정확히는 사고기관에 영향을 끼친다. 마법을 처음 각성한 인간의 상태는 갓 태어나 세상빛을 보게 된 아기, 털이 나기 시작한 새와 같다. 뇌는 제6의 세계, 이치와 법칙의 세계에 익숙해지기 위해 가소성을 극한으로 발휘한다. 이는 마도서가 생물의 중심계통을 지성으로 분별했다는 증거가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셋. 마도서는 인간 수준의 지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지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중심적으로 편향된 개념인 바, 마도서가 요구하는 “지성”이란 욕구를 바탕으로 간단한 지적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포유류나 일부 조류, 심지어는 근단을 통한 피아 구분이 가능한 식물의 경우에까지 확장된다. 요체는, 이치에 대해 인지할 가능성과, 이치를 지배할 동기가 될 욕망. 이 두가지인 것으로 파악된다.”

“…”

노트를 닫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난간에 기대 담배 하나 입에 문다. 고개를 들면 어스름한 저녁노을. 수심을 담아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못내 끝맺지 못한 의문을 뱉어낸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마법은 어째서 인간을 선택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