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학습의 재발견 - 예제를 모방하는 것은 매우 과소평가된 학습 전략이다. 물론 무분별한 모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해결책을 잘라 붙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의 해결책은 완성 문제com-pletion problems를 사용하는 것이다. 39
완전히 해결된 예제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예제에서 하나 이상 생략된 부분을 빈칸으로 두고 이를 채운다.
학습 및 교육학 교수 예룬 반 메리엔보어Jeroen van Merrienboer는 완성 문제가 초보자들이 프로그래밍 기술을 습득하는 데 속도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요 단계가 삭제되어서 학생들이 해결책을 이해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집중하게 되지만, 완전한 답을 생성할 때처럼 작업기억에 과부하가 걸리는 일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 학습 애호가들은 이와 비슷한 빈칸 채우기cloze deletion 전략을 지지한다. 빈칸 채우기는 문장의 빈칸을 채우는 플래시 카드가 필요하다. 이 방법을 쓰면 고립 단어(정확한 이해에 필요한 맥락이 생략된 단어)를 연구하는 문제를 피하면서도 문장 전체를 기억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모방이나 완성이 아니라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을 이용해서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완성 문제는 예문을 간단히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해, 빈칸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맥락에서 직접 문장을 만드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학습의 재발견 | 스콧 영, 정지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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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용문에도 나오듯이 빈칸 채우기와 같은 스캐폴딩(비계, 건물 지을 때 철골 세우는 그거.)은 단순 모작이나 필사와는 좀 다름.
가령 모작이나 필사는 대부분 대상을 보고 → 기억하고 → 베끼는 것의 반복이지만, 빈칸 채우기는 보통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빈칸을 채우고 실제 답과 비교해보는 거임.
듀오링고 같은 걸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곧잘 빈칸에 들어가는 것만 보고 외우기 마련임. 이는 모작이나 필사에서도 마찬가지라, 딱 한 번만 보고 전부 따라 그리고 베끼는 건 지나치게 힘들고, 그렇다고 계속 보면서 따라그리면 그저 옮겨 적기가 됨.
또한 인용문에 나온 것처럼 빈칸 채우기는 인공지능 학습과 마찬가지로 학습자의 수준이나 학습의 진전에 따라 빈칸의 위치나 길이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모작이나 필사에서는 베낄 그림 위에 그리드(격자)를 그려놓고 크기를 조금씩 키워나간다거나, 요약문을 보고 온전한 글을 완성해보는 것과 같은 단순한 비계조차도 사용되는 경우가 드뭄.
제일 큰 문제는 모작이나 필사를 한다 해도 우리는 결과물에 대해서만 배울 수 있을 뿐 그 과정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한다는 것임. 대부분의 그림쟁이 글쟁이들은 일필휘지로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고, 계획을 세우고 스케치하거나 초고를 쓰고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보는 것과 같이 복잡한 작업 과정을 거침. 영화를 본다고 시나리오를 쓸 수 없고 건물을 본다고 설계도를 그릴 수 없듯이, 이런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지도와 피드백은 연습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임.
따라서 빈칸 채우기 문제를 만들 때에도 문제를 주고 답만 비워놓는 그런 게 아니라, 상세한 풀이과정을 주고 풀이과정의 일부를 비워놓는 식으로 문제를 만들어야 함.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든 인공지능이든 학습을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 무한 양치기로 사탐 국어 문제는 곧잘 때려맞추는데 기초가 부족해서 수학은 포기한 한국 고등학생이나 숫자만 나오면 바보가 되는 LLM인공지능이 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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