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실험과 탐구를 통해 몇가지 알아낸 바가 있었다.

‘우선, 하나. 마법사는 자연발생하지 않는다. 마법은 법칙을 다스리고 이치를 뒤트는 힘인 것으로 확인된 바.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다 하더라도 자연의 일부인 존재가 스스로 마법을 자각해 다룰 방도는 없다. 허나, 마도서라는 매개가 존재했던 인류의 경우에는 달랐다고 보는 편이 합당할 것이다.

둘. 마법은 뇌, 정확히는 사고기관에 영향을 끼친다. 마법을 처음 각성한 인간의 상태는 갓 태어나 세상빛을 보게 된 아기, 털이 나기 시작한 새와 같다. 그리고 마법을 각성한 존재는, 배고픈 아기가 젖을 탐하듯, 새끼 새가 날갯깃을 퍼덕이듯 새로이 열린 세계를 탐미하려 든다. 근래 비정상적인 속도로 증가하는 마법범죄의 추세에는 이러한 비밀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무릇 모든 연습에는 시범운용만한 것이 없지 않는가?

셋. 그렇기에 마법을 익히는데 지성은 중요치 않다. 일정 이상의 복잡성과 탄력을 갖춘 네트워크라면, 각성의 동기를 충족시킬 매개가 근처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마법의 세계까지 감각을 내뻗을 수 있다. 오히려 중요한것은 -그것이 구분되는 개념인가는 차치하고- 무언가를 바라는 열망 내지 욕망인 것이다.’

여기까지 정리한 나는 실소를 흘렸다. 마법을 익히는데 지성이 중요치 않다니? 당장에 마법사로 각성한 생물이 사람밖에 없다는게 자명한데 그럴리가. 마법의 발현에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한게 아닌 이상에야…

잠깐, 의도?

“…”

마법은 자연, 최소한 지구 자연물에서 스스로 탄생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아니다.

마법의 각성은 마도서에 의지한다.

마도서는 이름 그대로 책이다. 마법을 다루게 해주는 책.

그리고 마도서는 당연히 “책”의 형태를 띈다. 기원전 2쳔 년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의 형태도, 3000년 이전 이집트 문명의 파피루스지의 형태도, 중세 유럽의 양피지 형태도 아닌, 종이가 가지런히 쌓여 표지와 책등에 보호받고 있는 형태를 띄는 우리 현생 인류에게 익숙한 ‘책’의 모습을 한다. 

이 사실은, 138억 년 역사를 가진 우리 우주의 어느 시대에 태어났고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을 어떤 무엇인가가, 우리 은하의 2000억에서 4000억 개는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항성 중 하나에 속해있는 행성의 문명에서 나타난지 1000년도 안 된 기술의 산물을 자신의 발명품인 ‘마법을 담는 그릇’에 본뜰 정도로 이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하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어째서 인간을 선택했는가?

음... 별로야

누구 첨삭 지도해줄 글선생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