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아나키스트 공화국과 제국 사이엔 용암이 흐르잖아. 용암해(鎔岩海) 말이야.>
아,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용암해라? 그 탄생 기원은 이렇다.
옛날 마족과의 최후 전쟁 당시, 마족 대공이 이상한 곳에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그 이상한 곳은 산자락 부근일 뿐이었고 일반적으로 별로 문제될 것은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문제는 마족 대공은 아홉 번째 소드 마스터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휘두른 칼은 무덤칼이었다. 피가 영원히 멎지 않게 만드는 그 저주의 마검 말이다. 그 결과로 지구의 피인 용암이 영원히 끓게 돼버린 것이다.
그 뒷내용은 건영이가 설명했다.
<원래대로라면 마도황이 우월한 마법으로 저주를 해제시켜야했거든? 그런데 저 용암 바다의 열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나라 내 모든 화력 발전소 합한 것과 같은 에너지 생산의 보고였단 말이야. 덕분에 용암해 표면 모든 곳이 에너지 머신으로 덮여졌지. 그래서 이제 와선 용암은 잘 보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용암 독소는 꾸준히 빠져나와서 맨몸으로 통과하는 건 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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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트롤들, 산적들, 심지어 레드 드래곤의 예상까지 뒤엎고서 킹왕이 선언했다.
"하지만 됐어. 그냥 싸우지 뭐."
내 표정이 확 펴졌을 건 당연했다. 거울이 없으니 직접 볼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러나 트롤들의 표정은 볼 수 있었고 거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경악.
"예, 예? 지금 뭐라고요? 그냥 싸우자고요?" "말도 안 돼!" "옆에 있는 검사 양반하고 같은 레벨은 아니었을 텐데?" "농담이시겠죠?"
순간 킹왕이 내 마음을 이해해준 건가 싶었으나, 당연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너무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 나를 킹왕은 흉악하게 째려보았다. 그러나 킹왕은 결국 전투를 해야한다는 결론만은 변경하지 않고서 설명했다.
"어차피 참마황하고 맞붙게 돼있어. 게다가 지금 저 레드 드래곤은 새끼다. 성체가 아냐."
"예? 성체가 아니라고요? 수백 미터인데도?"
저 수백 미터나 되는 레드 드래곤은 새끼다, 이 말에 놀란 것은 트롤들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대화 내용의 당사자인 레드 드래곤 역시 놀라선 물어왔다.
<허, 보통 지성체들은 그저 내 크기만 보고서도 성체임을 확신하곤 하던데, 너는 어찌 그 사실을 알았는가?>
"뻔하지. 레드 드래곤은 철분 같은 거 많은 질좋은 행성에 몸통박치기를 해서 물엿처럼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그걸 먹으며 사는 마족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빠르게 날더라도 그 정도 중량으론 행성은커녕 대륙도 어찌 못할 거 아냐? 그리고 제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새끼라는 증거지."
뭐, 행성을 녹여서 먹어? 난 그 스케일의 방대함에 놀랐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킹왕의 말에는 더더욱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시대 드래곤들은 마법도 못 쓰지? 마도황에게서 전수받지 못했으니…… 그러니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겨우 수백 미터짜리 비만걸린 거대 지렁이로군.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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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말장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저만치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거대한 불기둥이 내려앉았다. 굉음도 난다. 콰아앙!
그 불기둥이 얼마나 고열이었는지 핵폭발에나 생기는 윈드 커터 때문에 그 주변의 나무들이 불타오름과 동시에 일제히 잘려나갔다.
타닥타닥……, 쓰러진 나무들을 타고서 불길이 번져갔다.
그리고 그 불기둥을 막는 거대한 검이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저곳과 이곳의 거리는 엄청나게 떨어져있는데도 눈에 확 띌 정도로 거대한 검이었다.
우리는 저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닭 트롤은 엑스트라답게 설명 대사를 외쳤다.
"참마태검(斬魔太劍)이다! 저기에 참마황이 있는 모양인데?"
참마황의 성명무기인 참마태검. 사실 정식 명칭은 <천년노래>다. 하지만 원래 <천 년 노래>인 것을 띄어쓰기가 틀렸다 하여 깐깐하신 왕궁학자들은 그 이름을 싫어했다. 그리고 사물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늘 학자들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저 검은 참마태검이라 불리게 된 것이다. 참마황이 쓰는 아주 거대한 검이니까 참마태검. 외우기 쉽고 더 좋아진 건가?
아니, 천년노래는 그래도 뭔가 있어 보이는데. 혼란스럽다. 대체 저 칼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
"뭐 하고 있어? 저 대빵 큰 칼만 구경 말고 얼른 달려!"
아, 대빵 큰 칼이라 부르면 되는구나……. 아니, 이게 아닌데.
나는 내 국어학적인 고민을 방해한 킹왕을 째려보았다. 그러자 킹왕은 더 무섭게 째려보며 짜증냈다.
"왜 달려야 돼요? 숨 차게시리."
"아, 등1신아. 지금 저거 안 보여?"
난 킹왕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시퍼런 검기를 머금은 참마태검에 베이고서 피를 콸콸 흘리는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하늘에서 브레스를 뿜는 장면이 보였다.
참마태검은 미터(M)가 아니라 킬로미터(Km) 단위로 길이를 재야한다. 검신의 길이만 3.2km라던가?
그만큼 참마태검라는 저 참마황의 검은 말도 안 되게 크다. 그런데 그 칼 때문에 소중한 피를 마구 헌납중인 레드 드래곤은 그 칼 크기의 열 배는 족히 넘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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