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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인으로 마법 뚫는거 찾았다

세오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10 03:04:25
조회 130 추천 0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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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상에서의 두 번째 생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게 시작됐다.
내 아버지가 농노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글자 하나 모르는 무식쟁이에 술만 먹으면 어머니를 두들겨 패는 무뢰한.


심지어 이러한 폭력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쇄 작용까지 유발했다.
술 처먹은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은 어머니가 그 스트레스를 자식들에게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집안에서 어머니보다 약한 건 자식들뿐이었으니까.

"아, 씨발! 작작 해, 엄마!"

하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성장하며,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보다 강하다.
슬슬 사춘기가 지나며 뼈가 굵어진 형은 참지 못하고 자신을 때리던 어머니에게 반격을 가했다.
아들에게 뺨따귀를 맞고 울먹이는 어머니.

나 역시 얼마 전 어머니에게 부지깽이로 맞았던 만큼 멍들었던 팔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움과 통쾌함을 동시에 느꼈다.

문제는 이후 아버지가 돌아와서였다.

"어머니를 때렸다고?"
"그, 그게-"
"이 짐승 새끼야, 나도 내 어머니를 때리진 않았다! 어머니를 때려? 감히? 네가!?"
"아아아악!!!"

자기만 팰 수 있어야 할 아내가 아들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을 알자, 화가 난 아버지는 몽둥이로 형을 때려 죽였다.
남편은 아내를 패도 되지만 아들이 어머니를 때리는 건 죽여도 된다니, 실로 스펙타클한 윤리관 아닌가.
정말 개지랄 같은 집안이라고밖엔.
형의 뇌수가 묻은 얼굴을 닦으며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장남이다, 알피온. 어머니 말 잘 들어라."

형은 산에서 잘못 넘어져 죽은 것이 됐고, 나는 식사 시간마다 국물 한 모금을 더 먹을 수 있게 됐다.
어차피 막장 집안, 형제간의 유대감 같은 건 딱히 없었기에 슬프진 않았다.
그렇게 장남이 된 나는 낮 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고, 이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뒷산에 올라 명상했다.

"마법, 제발 마법, 오직 마법...!"

이 세계는 중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중세 판타지.
당연하게도 마법이 있었다.
심지어 강력한 마법사 한 명이 군대를 격퇴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나돌 정도이니 어줍잖은 로우 판타지 느낌도 아니다.
신분과 돈, 권력 따위가 힘의 대체제에 불과함을 생각하면 내 탈출구는 오직 마법뿐이었다.


환생자로서 가진 지식?
애초에 비누 만드는 법도 모르고, 알아서 만들어 봐야 마름이 다 뺏어가고도 남는다.
사유재산이라는 게 없는 농노 새끼가 뭔 수로 돈놀이를 하나.

문제는 어떻게 해야 마법사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카더라'의 영역에 불과한지라 신빙성이 없었다.
인터넷이 있는 세상도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


나는 전생에 알고 있던 온갖 신비주의적 의식과 지나다니는 보따리상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매달려 마법의 끄트머리라도 잡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전쟁이 터졌다.

"나는 이 땅을 통치하는 영주님의 징집관이다! 마을의 모든 남자는 광장으로 모여라!"

내가 속한 영지의 주인은 웬 남작이었는데, 그 양반이 섬기는 공작이 왕실이랑 뭐가 잘 안 되어서 전쟁이 났다는 모양이었다.
한 마디로 반역자 편에 서서 전쟁을 하게 된 거다.
정말 죽어도 가기 싫었지만...열다섯 살에 몸 건강한 청년이 징집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몽둥이 하나로 무장한 채 마을 청년 몇 명과 함께 전쟁터로 향하게 됐다.
당연히 마법은 터득하지 못한 채였다.

"뭐야, 징집병들인가?"
"무장 꼬라지 보니 다들 오늘 죽겠구만."
"어이, 반반한 새끼들은 엉덩이 씻고 막사로 들어와라!"

전쟁터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남작이 고용한 용병들.
지구에서라면 거지라고 의심할 정도로 꾀죄죄한 꼴들이지만 제법 그럴싸한 무기를 들고 가죽 갑옷도 입은 게, 나 같은 징집 농노 열 명쯤은 혼자서도 회쳐 먹을 것 같은 인간병기들이었다.
그렇군, 웹소 주인공쯤 되면 저런 녀석들을 허수아비처럼 도륙해야 한다 이거지.
이 시점에서 나는 슬슬 내게 환생 특전같은 것은 없으며, 그냥 쓸모없는 기억 좀 가지고 있는 농노임을 자각했다.

그리고 사흘 뒤, 전쟁이 시작됐다.

"이야아아아아아----!!!!!!!!!!!"
"다 죽여라!!!!!!"

고함, 비명, 피와 오물의 악취.
험상궃은 사내들이 악을 쓰며 서로를 찌르고 베고 때려 죽이는 수라장에서는 적과 아군을 판별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심지어 마법사들까지 참전해서인지 때때로 불꽃이 피어나거나 벼락이 치니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는 상황.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얼굴이 익은 동료 농노들과 함께 부평초처럼 쓸려다니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와 어깨를 맞댄 이들은 하나하나 사라져갔다.
눈 먼 화살에 맞아, 혹은 지나가던 용병이나 다른 징집병이 휘두른 무기에 맞아.
나는 어느새 내가 완전히 고립되었음을 깨달았다.

"아, 인생 씨발..."
"으오오오오!!!"

그때 내게 달려오는 남자가 하나.
피 묻은 장검과 방패를 들고 얼굴에 칼자국이 가득한 게, 딱 봐도 이쪽의 공격은 이빨도 안 박힐 역전의 용사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줏어든 창을 앞으로 겨눴다.

"으헉!?"
"...어?"

놀랍게도, 달려오던 남자는 시체에 걸려 넘어지며 내 창에 정확히 가슴이 꿰뚫렸다.

창을 뽑으려는 것처럼 버둥대던 남자가 이내 축 늘어졌다.
첫 살인이었다.

'...살았다?'

안도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머리가 찡하고 울리며 생소한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불꽃과도 같은 생명력, 대지 아래에서 용틀임하는 거대한 기운, 전자파처럼 퍼져나가는 고통과 광기.
그리고 공기처럼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순수한 힘, 마나.
그것을 호흡으로 빨아들일 때마다 육신과 영혼이 해체되고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힘임을, 그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한창 마나를 만끽하던 도중 눈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내가 이 세계에 환생한 뒤 수천 번은 찾았지만 응답하지 않던 그것, 상태창이.

[마법을 각성하셨습니다.]
[당신의 마법 테마는 '살인'입니다.]


-----


이거 예전에 노퓌아에 1화만 올렸다가 비공개 처리했는데

그냥 웹에서 바로 쓴 거라서 하드에 없던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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