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아 살인으로 마법 뚫는거 찾았다

세오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10 03:04:25
조회 126 추천 0 댓글 15
														


74ed8675b1866ef051af878a1bd0372978396797de9b9b2a7242be7760b30a485e43b9d45022



판타지 세상에서의 두 번째 생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게 시작됐다.
내 아버지가 농노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글자 하나 모르는 무식쟁이에 술만 먹으면 어머니를 두들겨 패는 무뢰한.


심지어 이러한 폭력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쇄 작용까지 유발했다.
술 처먹은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은 어머니가 그 스트레스를 자식들에게 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집안에서 어머니보다 약한 건 자식들뿐이었으니까.

"아, 씨발! 작작 해, 엄마!"

하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성장하며,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보다 강하다.
슬슬 사춘기가 지나며 뼈가 굵어진 형은 참지 못하고 자신을 때리던 어머니에게 반격을 가했다.
아들에게 뺨따귀를 맞고 울먹이는 어머니.

나 역시 얼마 전 어머니에게 부지깽이로 맞았던 만큼 멍들었던 팔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움과 통쾌함을 동시에 느꼈다.

문제는 이후 아버지가 돌아와서였다.

"어머니를 때렸다고?"
"그, 그게-"
"이 짐승 새끼야, 나도 내 어머니를 때리진 않았다! 어머니를 때려? 감히? 네가!?"
"아아아악!!!"

자기만 팰 수 있어야 할 아내가 아들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을 알자, 화가 난 아버지는 몽둥이로 형을 때려 죽였다.
남편은 아내를 패도 되지만 아들이 어머니를 때리는 건 죽여도 된다니, 실로 스펙타클한 윤리관 아닌가.
정말 개지랄 같은 집안이라고밖엔.
형의 뇌수가 묻은 얼굴을 닦으며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장남이다, 알피온. 어머니 말 잘 들어라."

형은 산에서 잘못 넘어져 죽은 것이 됐고, 나는 식사 시간마다 국물 한 모금을 더 먹을 수 있게 됐다.
어차피 막장 집안, 형제간의 유대감 같은 건 딱히 없었기에 슬프진 않았다.
그렇게 장남이 된 나는 낮 동안 아버지의 일을 돕고, 이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뒷산에 올라 명상했다.

"마법, 제발 마법, 오직 마법...!"

이 세계는 중세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중세 판타지.
당연하게도 마법이 있었다.
심지어 강력한 마법사 한 명이 군대를 격퇴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나돌 정도이니 어줍잖은 로우 판타지 느낌도 아니다.
신분과 돈, 권력 따위가 힘의 대체제에 불과함을 생각하면 내 탈출구는 오직 마법뿐이었다.


환생자로서 가진 지식?
애초에 비누 만드는 법도 모르고, 알아서 만들어 봐야 마름이 다 뺏어가고도 남는다.
사유재산이라는 게 없는 농노 새끼가 뭔 수로 돈놀이를 하나.

문제는 어떻게 해야 마법사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카더라'의 영역에 불과한지라 신빙성이 없었다.
인터넷이 있는 세상도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


나는 전생에 알고 있던 온갖 신비주의적 의식과 지나다니는 보따리상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매달려 마법의 끄트머리라도 잡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전쟁이 터졌다.

"나는 이 땅을 통치하는 영주님의 징집관이다! 마을의 모든 남자는 광장으로 모여라!"

내가 속한 영지의 주인은 웬 남작이었는데, 그 양반이 섬기는 공작이 왕실이랑 뭐가 잘 안 되어서 전쟁이 났다는 모양이었다.
한 마디로 반역자 편에 서서 전쟁을 하게 된 거다.
정말 죽어도 가기 싫었지만...열다섯 살에 몸 건강한 청년이 징집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결국 나는 몽둥이 하나로 무장한 채 마을 청년 몇 명과 함께 전쟁터로 향하게 됐다.
당연히 마법은 터득하지 못한 채였다.

"뭐야, 징집병들인가?"
"무장 꼬라지 보니 다들 오늘 죽겠구만."
"어이, 반반한 새끼들은 엉덩이 씻고 막사로 들어와라!"

전쟁터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남작이 고용한 용병들.
지구에서라면 거지라고 의심할 정도로 꾀죄죄한 꼴들이지만 제법 그럴싸한 무기를 들고 가죽 갑옷도 입은 게, 나 같은 징집 농노 열 명쯤은 혼자서도 회쳐 먹을 것 같은 인간병기들이었다.
그렇군, 웹소 주인공쯤 되면 저런 녀석들을 허수아비처럼 도륙해야 한다 이거지.
이 시점에서 나는 슬슬 내게 환생 특전같은 것은 없으며, 그냥 쓸모없는 기억 좀 가지고 있는 농노임을 자각했다.

그리고 사흘 뒤, 전쟁이 시작됐다.

"이야아아아아아----!!!!!!!!!!!"
"다 죽여라!!!!!!"

고함, 비명, 피와 오물의 악취.
험상궃은 사내들이 악을 쓰며 서로를 찌르고 베고 때려 죽이는 수라장에서는 적과 아군을 판별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심지어 마법사들까지 참전해서인지 때때로 불꽃이 피어나거나 벼락이 치니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는 상황.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얼굴이 익은 동료 농노들과 함께 부평초처럼 쓸려다니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와 어깨를 맞댄 이들은 하나하나 사라져갔다.
눈 먼 화살에 맞아, 혹은 지나가던 용병이나 다른 징집병이 휘두른 무기에 맞아.
나는 어느새 내가 완전히 고립되었음을 깨달았다.

"아, 인생 씨발..."
"으오오오오!!!"

그때 내게 달려오는 남자가 하나.
피 묻은 장검과 방패를 들고 얼굴에 칼자국이 가득한 게, 딱 봐도 이쪽의 공격은 이빨도 안 박힐 역전의 용사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는 줏어든 창을 앞으로 겨눴다.

"으헉!?"
"...어?"

놀랍게도, 달려오던 남자는 시체에 걸려 넘어지며 내 창에 정확히 가슴이 꿰뚫렸다.

창을 뽑으려는 것처럼 버둥대던 남자가 이내 축 늘어졌다.
첫 살인이었다.

'...살았다?'

안도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머리가 찡하고 울리며 생소한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뿜어내는 불꽃과도 같은 생명력, 대지 아래에서 용틀임하는 거대한 기운, 전자파처럼 퍼져나가는 고통과 광기.
그리고 공기처럼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순수한 힘, 마나.
그것을 호흡으로 빨아들일 때마다 육신과 영혼이 해체되고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본래 가지고 있던 힘임을, 그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한창 마나를 만끽하던 도중 눈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내가 이 세계에 환생한 뒤 수천 번은 찾았지만 응답하지 않던 그것, 상태창이.

[마법을 각성하셨습니다.]
[당신의 마법 테마는 '살인'입니다.]


-----


이거 예전에 노퓌아에 1화만 올렸다가 비공개 처리했는데

그냥 웹에서 바로 쓴 거라서 하드에 없던거더라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잘못하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4/07 - -
7499183 근데 확실히 개신교도 좌파가 사고방식이 그게 있음 [1]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50 0
7499182 짤그려드립니다 [5] ㅇㅇ(220.126) 04.10 37 0
7499181 psi라는 단위보고 놀라서 공중제비돔;;;;;. [1]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1 0
7499180 네작가님안녕하세요노밸피아입니다~~다름아니라작성하신소설 [8] Thestr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73 1
7499179 세븐나이츠 돌이켜보니까 진짜 추억이긴 하네 위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7 0
7499178 의외로 한국이 AI에서 1위인 분야도 있군 [3] 건전여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76 1
7499177 사갈드립을 치려고 했는데 상세를 까먹었네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3 0
7499176 씨팔 시험치는데 펜 잉크 존나 안 나와서 화병나뒤지는줄알았네 삐리릭빠바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3 0
7499174 몬파라 단일겜에 전장중장종장 잇는데 [2]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5 0
7499173 의붓있음? [3] 한가할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8 0
7499172 슬슬 밥 시간이라 배고프네 치매반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9 0
7499171 사샤 쉬멜이라는 탐험가는 창 한자루로 150kg의 재규어를 사냥했다 [4] 생물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41 0
7499170 근데 늙은이들이 일부러 교도소간다는거 [1]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45 0
7499169 자궁꾹스 오티 구리네. [5]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40 0
7499167 노피아....제발 전화로는 고지만 하고 수정사항은 메일로보내다오.... [21]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06 1
7499166 분리수거 헌터라는 거 존나 웃기네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4 0
7499165 점메추받음(창경궁근처임) 스즈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3 0
7499164 저번 주말에 먹은 점심 고마(223.39) 04.10 13 0
7499163 여잘알테스트결과 [7] 방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46 0
7499162 집앞분식집이 너무 맛잇어서 좆된거같애 [1] 엘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1 0
7499160 근데진짜로 웹소설편집자업계 종사자들 << 전화너무좋아함 [8]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97 0
7499159 나도 처음엔 이에케 농후돈코츠 나가하마 미소버터 이런거 찾아다녔는데 [3]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6 0
7499158 나근데 진짜 돼지기름범벅된 지로라멘 먹고십음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6 0
7499157 30살 정도 되면 슬로우비타 가능? 청춘의삶이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3 0
7499156 라면먹고 씻어볼까시라 Atomo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4 0
7499155 아카이브 죽기전에 익헨에 없는 자료받아야지... [4] YAMA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9 0
7499154 나는 이상하게 이에케 진해서 못 먹겠던데 [1] bases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0 0
7499153 모비노기 망탑 쉬운 직업이 뭐야 [2] 설아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1 0
7499152 개쩌는거 온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28 0
7499151 퓌캬륀몬파라하라고 [4] 짭타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2 0
7499150 나도 옛날에 버스타다가 공황오니까 좀천천히좀...!하다가 [4] 퓌캬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7 0
7499149 디씨보다 아브가 먼저 망하다니 새삼신기하네 [5] 트루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50 0
7499148 반룡꼬리로 만든 오소부코가 먹고 싶다 고마(223.39) 04.10 13 0
7499147 지하철 타는데 현실사람 생일축하보다 캐릭터들이 더 많네 ㄷ [10] 하트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50 0
7499146 지로라멘말고 지로밥은 좀 음식같더라 [6]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56 0
7499145 올만에 공황와서 돌아버릴거같은ㄷㄷㄷ [1] 천덕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3 0
7499144 맞다글고이거오늘아침이었음(도민의혈세) [3] 재미교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2 0
7499142 근데 평균키가 3~4cm 정도 차이나는거가 실생활에서 체감이 갈까? [3] ㅇㅇ(211.201) 04.10 53 0
7499141 동네 라멘집의 한정메뉴 <<< 기대도 안 함 [10] 조은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74 0
7499140 저 농후라멘집 메뉴 컴플리트 쳣는데 맑은라면 먹으러 가볼까요 [3] 이서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7 0
7499139 생목충이 가성으로 부르면 생기는일 청춘의삶이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1 0
7499138 저지능 주공아로나 쓰는순간 바로 노피아PD눈나의 연락 [7]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88 5
7499137 트레이너가 된 유동죽 산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22 0
7499136 저녁은 라멘조질까흠 재일교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4 0
7499135 전 여기 라멘 먹은 뒤로 다른 라멘 안 먹음 [15] 조은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82 0
7499134 앱에서 고객센터 전화번호 안남기면 불법임? ide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6 0
7499133 반룡 들때 꼬리 잡지 마세요 [6] 그래서니가누군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6 0
7499132 ㄴ라멘부심 부리는 할짓없는 인간임 소악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2 0
7499131 편의점에서 크림우동파네 좋은데? see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13 0
7499130 공복에 초코도넛 2개 먹으니까 죽을 것 같이 졸린데...? [4] 다이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4 0
뉴스 ‘언슬전’ 고윤정 “작품 공개 너무 설레…멤버들 얼굴 오랜만에 봐” 디시트렌드 04.1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