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간 1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냥!
아직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은 당장 찍먹해보기를 추천한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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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서 가장 즐거운 때는 바로 남이 틀렸단 걸 지적할 때다.
이 의견에 반대할 수도 있겠으나, 당신은 틀렸다.
단간론파는 지적(하는) 유희에 나름의 액션성을 곁들인 추리 게임이다.
나는 어제 아침에 단간 1을 스팀에서 구매했으며, 챕터 1을 끝내고 꽂힌 나머지 휴가도 써가며 막 엔딩을 봤다.
역전재판 시리즈를 무척 재밌게 한 사람으로서 돈은 아깝지 않은 재미였으나, 끝을 보니 휴가까지 쓸 정도였나… 싶은 감상이다.
마지막의 호불호가 갈리는 맥거핀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인 추리의 즐거움, 무엇보다도 캐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된 단간론파의 장에서 내가 가장 몰입했던 부분은 극초반인 1장이었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본 결과 이유는 간단했다.
몰아치는 전개도 전개였거니와 1장은 ‘초고교급’이라는 특수한 추리 설정을 유의미하게 활용한 유일한 사건이었다.
그 뒤로는 학생들의 특별함이 사건 트릭에 활용된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무척 아쉽다.
비단 사건 트릭뿐만이 아니라 ‘초고교급’ 설정은 스토리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초고교급 갬블러는 포커페이스 요소만 깔짝, 수영선수는 물을 묻힌 적도 없고 점술가는 헛소리만 반복하는데다가 초고교급 폭주족은 왜 들어왔는지조차 의문이다.
결국 인물이 컨셉만 얄팍한 정신병자들로만 느껴져서(심지어 유일한 히로인인 키리기리조차 ‘탐정 컨셉’이라 느껴졌지 초고교급 탐정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중후반부의 전개가 무척 싱거웠다.
게다가 컨셉에 아예 잡아먹혔던 캐릭터도 몇 존재한다.
예를 들어 슈타인즈 게이트의 다루에서 유능함을 제거하고 성인병 몇 개를 추가한 캐릭터인 야마다 히후미의 경우, 게임 내내 하는 일이라고는 불쾌한 섹드립만 반복하며 증언 시간을 잡아먹는 게 전부다.
또 초고교급 상속자인 토가미 바쿠야의 경우에는 별달리 도움도 안되는 캐릭터인데도 트롤링과 꼽주기만을 반복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며 죽어버리기를(혹은 누군가를 죽였기를) 바란 적이 다소 있다.
본질이 캐빨물인 게임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추리극으로서도 아쉬운 지점이 여럿 보였는데, 가장 실망했던 부분은 2장의 트릭이었다.
추리 소설의 3요소라고 하면 Whodunit, Howdunit, Whydunit이 대표적이다.
결국 핵심은 범인, 트릭과 동기인 셈이다.
2장에서 토가미 바쿠야는 트릭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기에 나는 토가미가 진범이라 반쯤 확신했다.
토가미 바쿠야가 시체의 성별을 속여 후카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속셈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진범은 따로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트릭을 실행한 자는 토가미 바쿠야였다.
왜 그가 진범이 따로 있는 범죄에 트릭을 썼을까? 심지어 진범이 밝혀지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살해당하는 입장인데?
정답은 ‘재미있으니까’였다.
개연성은 미뤄두고서 추리 소설로서는 실격점을 줄 수밖에 없다. 이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나는 단 한 순간도 토가미 바쿠야를 담가버리겠다는 마음을 포기한 적이 없다.
최후의 반전이었던 흑막의 정체도 진부한 클리셰였다. 해당 전개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부터 남발됐고, 아가사의 소설은 1920년대에 나왔으니 오래된 게임이어서 그렇다고 둘러대기도 무리다.
흑막의 카리스마와 연출로 어느 수준 무마했으나 열심히 갈고 닦은 비장의 한 수 치고는 싱거웠다.
주인공은 최근 5년 본 유형 중에서 최악을 달린다. 비주얼 노벨은 1인칭으로 진행되기에 지나친 개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다. 그러나 나에기 마코토는 무난함을 넘어서 답답하다.
전개상 나에기 마코토는 1장에서 마이조노 사야카에게 배신당한다. 그러나 사야카의 차도살인지계에 희생양으로 바쳐질 뻔한 나에기 마코토는 끝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야카를 두둔한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야기의 초반이라면 얼마든지 주인공이 답답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최종장인 6장에 가서 나에기 마코토는 키리기리 쿄코에게 또 다시 배신당한다. 쿄코는 명백하게 나에기 마코토를 버림패로 삼았으며 주인공이 죽으리란 걸 알면서도 사지로 내몬다.
학급재판의 진행상 쿄코, 혹은 마코토를 범인으로 몰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대신 죽으란 의미다.
결과론적으로 나에기는 운좋게 살아남았으다. 그럼 재회한 키리기리에게 나에기는 어떻게 따졌을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잊지 않았구나~하며 좋다고 웃는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납작해져도 싸다.
키리기리가 스토리에서 자신에게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다며 꼬박 3일간 대화를 거부했던 걸 떠올리면 정이 뚝 떨어진다.
게임 형식상의 피할 수 없는 문제점도 역시나 존재한다.
대화에서 가장 기분나쁠 때는 언제일까? 바로 내가 틀렸단 걸 남이 지적할 때다.
단간론파는 역전재판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불가피하게 다른 인물이 나에기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런데 비단 반동인물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트집을 잡는다. 게다가 십중팔구 이 트집에는 논리적인 하자가 있다.
자유시간마다 선물을 갖다바친 학생이 주인공을 프레스기에 집어넣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꼴을 보면, 또 다음 자유시간에도 선물을 들고가야한단 사실을 떠올리면 누군가가 내 입에 박피한 소보루빵을 예닐곱개 쑤셔넣은 기분이 된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단간론파를 무척 재미있게 플레이했는데도 단점만 말한 것 같아서 살짝 찔린다. 나름 쉽게 질리는 나도 하루만에 엔딩까지 달릴 만큼 단간론파는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2025년 현재 기준으로 봐도 혁신적인 연출과 셋팅 등, 나름 서브컬쳐물을 먹었다하면 반드시 해봐야 할 명작임은 분명하다.
특히나 수사가 끝나고 진행되는 학급재판의 타격감과 머리를 쓰는 재미는 대체제가 없는 파격적인 요소였다. 서브컬쳐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답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게임을 플레이해본 사람이겠으나, 설령 이 글을 읽었더라도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한번쯤은 시도해보기를 바란다. 단간론파 1은 설령 모든 반전과 전개를 알고 있다고 한들 경험할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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