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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감상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0 10:57:22
조회 93 추천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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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이라는 말 만큼 논란 가득한 것도 없다. 흔히들 좋은 식재료는 면역력을 강화해준다고 말하고, 잦은 감기 몸살 치레를 치르면 면역력이 약해진 증거라고 말하곤 한다. 일상적 통념과 학계의 정설 사이의 간극은 어떨 때에는 매우 직관적이고, 어떨 때에는 매우 반직관적이다. 면역에 한해선, 대부분이 반직관적이다. (그리고 이는 학계의 정설 자체가 학계 외부의 학자들에게조차 매우 복잡하기 때문인 것도 한몫 하는 듯하다) 물론, 고등학교까지의 기초 교육을-특히 이공계에서 생명과학2까지-받았다면 면역 체계가 대략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감은 갖고 있을 것이다. 허나 우리가 실제 삶에서 겪는 여러 면역 관련 문제는 이 간단한 도식만으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기이한 요소를 연상시킨다. 예를 들어서, 애초에 그렇다면 처음부터 면역계를 강화할 수 있는 약으로 대부분의 병원체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던가? 왜 아직까지도 처음에 이 사단을 내도록 방치하는가?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일반적 통념은 바로 이런 사고의 흐름을 따른다 - 애초에 신경 쓸 필요도 없도록 초기 대처를 잘하게 하자)


또한 그런 간단한 도식은 우리 몸이 실제로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다른 문제를 무시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면역 반응에서 핵심인 염증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허파야말로 외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부위 중 하나라는 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소화관은 말할 것도 없다. 위에서 던진 질문을 이와 더불어 생각해보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이런 불필요한 염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면역계가 지금 이상으로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 염증을 비롯한 면역계의 대응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 아니라 몸을 불편하게 만들며-내가 지금 겪고 있는 염증 반응만 해도 정말 약 없이 버티기는 끔찍하게 고통스럽다-어느 정도 몸을 파괴한다. 이 작용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 염증이라는 대-병원체 전선이 참호전처럼 끊이질 않고 지속되는 만성 염증이 나오고, 대응 대상을 너무 과하게 잡을 경우 어느 순간 주위의 모든 세포가 전부 적이라고 인식하는 불길한 히트맨을 데리고 사는 자가 면역 질환이 나오며, 그보다는 소박하지만 때에 따라선 훨씬 심각해질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 역시 그 일환이다. (영양분과 위생이 과하게 좋은 선진국에서 산다는 것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가장 큰 문제 따위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축복받은 생활 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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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면역의 기묘한 작용을 안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그 작동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를 아는 것과 동시에, 그 작동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되는가를 아는 것이기도 하다. 면역 반응은 세균/바이러스 등이 몸을 잠식하기 전에 빠르게 일어나야 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딴 게 없는데도 일어나 몸을 축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세포라는 자그마한 세상에서는 무작위적으로, 다량의 분자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며, 아무런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보체 단백질이 서로를 이끌거나 배척하고, 활성화되거나 불활성화되며 눈에 띄는 거시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보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사이토카인이 흩뿌려진 염증 부위 속에서 계속 체액 속 부산물을 흡수해 림프절을 통해 B 세포 및 T 세포와 상호작용하며 후천 면역계의 발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계속 확인하는 가지 세포와, 이런 가지 세포와 반응하고도 혹시라도 자신이 불필요하게 과다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차적으로 확인을 하기 위해 조력 T 세포와의 반응을 기다리는 살해 T 세포의 모습이 그렇고, 그 외의 모든 작용 역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기이하고, 특이하고-이 특이하다는 말은 정말 '제멋대로' 돌아가는 예외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복잡하게 흥미롭다.


그러나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언가 거시 세계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는 것 같기도 하다. 우아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다량으로 복제되었다가 스스로 집단의 요구에 맞게 자신을 조절하고 조용히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몸이라는 복잡한 체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자연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권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사회적 진화론은 오히려 이 근본을 망각한 행위기도 했을 텐데, 진화론의 핵심은 충분히 많고 다양한 후손이 너무나 가차없게 버려지며 세상에 적합해 살아남은 소수가 이후 후손을 꾸리며 더 적합한 진화를 해나간다는 점에 있는데, 이것이 우생학 같은 가치판단적 체계와 함께 하기란 참 힘들지 않을까 싶다. 특히 암 세포라는 특이한 변이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천천히 지켜보고 있으면, 개인주의라는 것이 실제로-그 사람이 거기까지 성장하기까지 들어간 주변의 투자와 자연스레 기대되는 어떤 사회적인 역할 양쪽을 버려야 하는 것-그 사람 개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이 비율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회라는 모호한 체계는 얼마나 큰 손해를 안게 되는지를 느끼게 해주는지라. (실제로 이 둘의 행동 양상은 슬프게도 서로 참 비슷한데, 자연주의의 오류를 어디까지 '오류'라고 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어떤 학문을 다루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런 기이한 관조적인 마음과 함께 <면역>을 전부 읽고 나자, 무언가 기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면역이라는 복잡한 학문을 만들어야 했는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이런 학문이 없었을 때 우리가 저지를 수밖에 없던 치명적인 실수를 통해 학문의 기회비용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 의학에서조차 면역계의 작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린 치명적인 실수가 참 많았고, 개중 하나는 위에서도 언급한 '면역계를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 이는 곧바로 피험체의 과다한 전신 염증 반응을 낳았다) 과도하게 복잡한 기술을 비판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선 결국 그 복잡한 기술의 용도만이 아니라 기술이 없는 상태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필요할 테고, 면역학은 그 점에서도 참 중요하다. 아마 이런 겸손하면서도 철저한 학구열이 내게도 이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가, 책을 읽으며 여러 실제 면역 반응 및 감염 병변 사진을 찾아보고 있자니 어쩌면 의사를 해서 이런 일을 했어도 나쁘진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뭐든 실제로 해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법이다)


P. S. 그림체를 보고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유튜브 <쿠르츠게작트>의 핵심 디자이너가 쓴 책이다. 그래서 그런가 책의 문체도 기묘할 정도로 말했던 내용을 반복해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굵은 글씨로 다시 써주며, 대화체 문장까지 합쳐지니 무슨 어린이용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다. (유튜브는 늘 시청자가 어린아이 수준의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면역>에서 다루는 내용 자체가 사실은 꽤나 어려워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이런 식으로 쓰였어야 했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그 필체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 고려해볼 만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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