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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들뢰즈 감상이긴 한데 어차피 올릴 곳 여기뿐인 글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2 10:12:35
조회 128 추천 4 댓글 7

이것저것...


*


들뢰즈 관련 책을 읽을 때 늘 그러듯,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집은 책이다. 예전에 몇몇 해설서로 슬슬 좀 익숙해졌다 싶어 <안티 오이디푸스>를 조금 읽어보려다가 기겁해서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다만 <카프카>가 들뢰즈의 저작 중 제일 접근성이 높고 독창적인 카프카 해석으로 유명하다보니 읽을 기회가 있을 때 빠르게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슬프게도, 도서관에서 이 책은 강의도서로 지정되어서 학기 중에는 며칠 이상 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좋고 이해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아 이틀만에 바로 다 읽어버렸다. 역자의 말마따나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 사이의 저작이기도 하거니와 (이 비평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후 좀 더 다양한 재료와 함께 그 거대한 <천 개의 고원>을 이룬다) 카프카 문학 비평서로서도,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정치적인 철학서로서도 기능하는 내용이기도 해서 읽는 게 매우 즐거운 책이었다.


문학 비평서로서 들뢰즈는 내용과 형식의 문제를 내용의 형식과 표현의 형식이라는 두 별도의 문제로 나눠 '숙인 어깨' 같은 내용과 이를 그려낸 그림이라는 표현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되, 이 각각의 형식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양쪽 다 어떤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형식을 결정하는 기존의 영토를 탈영토화하기 위해 형식을 잃어버린 표현을 하다가 이것이 다시 형식에 맞춰지며 재영토화되는 과정을 논한다. 카프카는 언어로 구성되지 않는 음성, 곧 형식 없는 소리를 자주 활용하는데-개 짖는 소리, 비명 소리 등-이 형식 없는 소리는 영토로부터 벗어나는 탈주선을 구성하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탈영토화를 꾀하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이 세계를 뒤덮도록 가정한 다음 여기서 벗어나고자 오이디푸스의 구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곧, 세상을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설명한다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정신분석학의 구도를 통해 세계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듯.


그러나 왜 벗어나는가? 여기서 책의 부제인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가 빛을 발한다. 카프카가 당시 체코에 사는 유대인으로서 느끼던 소수자-독일에서는 체코인으로, 체코에서는 독일인으로 분류되는-감각으로서 그에게 글은 늘 낯선 것이어야 했다. 다른 독일계 체코 유대인이 자신이 쓸 수 있는 말을 만들기 위해 독일어를 화려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과 정반대로, 카프카는 독일어를 낯설게, 모든 표현이 주류에 반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이는 조이스와 베케트 사이의 관계와도 비슷한데, 조이스는 영어를 과도할 정도로 훨씬 풍성하게 만들었고 베케트는 반대로 영어가 모국어인 이에게조차 낯선 빈곤한 영어를 구사했다. 이 소수적인 문학은 따라서 개인의 기량에 따른 거장적인 문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단을 대표하는 정치적인 문학이 된다. 이 탈영토화된 낯선 언어 속에서 개인적인 것은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것과 연결되며 각각의 언표행위는 개인성을 상실한 집단적 배치가 된다.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바로 떠오르는 예시는 치마만다가 <아메리카나>에서 흑인 여성의 머리 관리 문제가 어째서 개인적이지 않은 정치적인 문제인지를 비교적 설득력 있게 논한 게 있겠다)


이 벗어나는 행위는 동물-되기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단편 <변신>에서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며 인간적인 형식을 전부 상실하고 그의 행동의 강도로서만 표현되는 탈주선을 그린다. 그는 그 자신으로서도, 가정의 일환으로서도 탈영토화해 여동생이 들려주는 음악을 그 형식과 무관한 소리로서 반긴다. 허나 그의 동물-되기는 그림이라는 표현의 형식에 집착하며 여동생에 대한 근친상간적인 욕망을 따라 재영토화되는 것으로 실패하며,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죽음과 함께 그의 가정은 샛방에 들여놓았던 하숙인까지 전부 쫓아내 단 세 명만의 가정의 삼각형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재영토화된다. 그런 소수적인 문학이 다수에게 던지는 질문은 참 골치 아프다. 단편 <어느 개의 연구>에서 인간-되기를 시도하는 개가 던지는 질문에 보이는 반응은 이를 요약하는데,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도록 입을 음식물로 채워서 막아 버리는 사람들의 손길에 개는 혼자 생각한다. "왜 그들은 차라리 나를 내쫓지 않았으며, 질문하지 못하게 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그들은 내 질문을 듣길 바라는 건 결코 아니었지만, 이 질문 자체가 나를 쫓아내지 못하고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 이상으로 소수적인 문학이라는 기획이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동물-되기 이상의 탈주선이 필요했다. 이는 카프카의 편지에서 먼저 드러나는데, 그가 편지를 쓰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것과 유사한 행위였으며, 편지를 쓰고 있는 언표행위의 주체인 카프카와 편지 속에서 등장하는 언표 주체 카프카는 서로 다른 존재가 된다. 편지에서 카프카가 드러내는 여러 가지 욕망과 좌절, 죄책감 등의 감정적 기복은 언표 주체에게만 귀속되는 식으로 그에게서 분리된 별도의 배치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배치 속의 언표 주체는 실제로 욕망을, 기계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한다. 편지 속에서의 카프카가 오이디푸스적 삼각형의 기계였듯, 단편 <유형지에서>의 장교는 그 스스로가 기계가 만들어내는 권력의 일부가 되고 싶은 욕망을 품고 그 스스로 기계의 일부가 된다. 이 주제는 장편소설 <소송>, <성>에서 구체화되며, 푸코가 권력을 바라보는 방식을 차용해 소송/행정 절차라는 거대한 권력 기계에서 각각의 개인이 단순히 막대한 권력에 탄압받는 희생자가 아니라 그 권력 자체를 구성하여 스스로 자신을 영토화하는 욕망의 선분으로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욕망의 선분이 제대로 한 곳으로 모이지 않고 계속 유예되며 기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욕망의 배치가 해체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 많지만, 역시 소수적인 문학이라는 점 자체에 가장 주목하게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간극에서 온라인/오프라인의 언어는 분명히 서로 제대로 호응하지 못한다. 오프라인의 문어체를 통해 온라인의 언어를 담아낸 현실의 여러 문학은 다소 의도된 듯한 조야함으로 인해 실패했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문학을 하려는 시도는 읽히지 않아 마음을 이끌지 못하는 글로 남는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이 글은 각 집단을 대표하는 모양새를 띄는데, 일례로 <기구한 스트리머 박민서>의 주인공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매몰된 이대남이라는 실패한 온라인의 젊은 인간군상을 대표해 성별 전환으로도 숨겨지지 않는 이대남의 고뇌를 분출하고 있다. (TS 미소녀라는 판타지의 영역으로 탈영토화한 민서는 몇 번이고 남자로서, 자식으로서 다시 '끌려와' 한국의 지배적인 사회질서에 재영토화된다) 여기에서 고뇌는 어디까지나 온라인의 밈에 힘입은 형식으로서 표현되어야만 하며, 밈으로 풍성해진 오프라인의 문학은 그러나 밈을 경유해서 도달한다. 나는 반대로 온라인에 사실주의적인 언어를 도입하는 식으로 <갓겜충 넷카마 갱생기>를 시도해봤지만 그리 성공적인 시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빈곤해야 하는가? 귀여니가 당시 한국 인터넷 환경의 언어를 그 언어의 구사자에게도 낯선 방식으로-귀여니는, 그 인기와 별개로 읽는 사람에게도 무언가 거북한 작가였다-구사했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일단 확실한 건 좀 더 생각해봐야 하리라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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