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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바둑갤러리에 길이 남을 명문인데 님들도 보고 가셈

진짜비숍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5 18:21:39
조회 83 추천 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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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취미로 몇년째 인공충을 한다.


고수들(8~9단)을 대상으로 할 때도 있고, 적당한 중수(5~7단 정도)들을 대상으로 할 때도 있다.


나는 인공충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나서 나에게 사디스트 기질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나는 절대로 상대를 함부로 꺾어버리지 않는다. 에이, 젠장. 수를 잘못 읽어서 졌네, 와! 상대가 엄청 세네 같은


그런 평범한 패배는 절대로 주고 싶지 않다.


무조건 상대가 그동안 둬온 바둑 중 최악의 바둑을 선사해주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하나의 예술이다.



유형 1. 자기 자신을 탓하게 하기


둔탁하고 평범한 포석과 중반 진행, 다소 기세가 없는 행마, 작은 실리를 탐하다가 손해를 보는 모습 등


먼저 타성에 젖은듯한 비실비실한 바둑을 둬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끼를 마음껏 펼치게 해준다.


상대에게 모양의 급소, 멋진 어깨짚음, 작은 돌 버리고 세력 얻기, 절묘한 자충의 묘를 맛보게 해줘라.


그런 다음, 유리한 바둑이니 쉽게 쉽게 가려는 마음을 노려라. 


그 순간, 타협이 불가능한, 굴복한다면 자존심 상 허용치 않는 자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라.


그리고 결국 그곳에서의 실수로 인해 반집~2집반 정도의 차이로 지게 만들어라. 


무조건 이길 상대인데 자기가 쓸데없이 만용을 부려 졌다고 자책하게 만들어라.


이 유형의 특징은 상대방의 재대국 요청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대국이 끝나자마자 이따위 패배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무섭게 재대국을 요청하는 상대를 보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유형 2. 쓰레기 바둑


내 자신도 바둑을 둘 때 가장 혐오하는 유형이 있다.


그것은 '수가 안 될 줄 알면서도' 상대의 실수를 바라며 두는 유형으로


이런 바둑을 보면 저따위로 살고 싶을까? 라는 순수한 경멸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 수에 넘어가서 지게 되는 날에는... 그날은 바둑 다 둔거다.


자, 정석 단계에서부터 상대의 대가리를 슬슬 예열해야 한다.


신수였지만 안 되는 수로 밝혀져 사장된 수, 하수 접을 때 두는 정석 변칙 진행, 당연한 정석 이후 변화에서 쓸데없이 아집을 부려라.


지켜야 되는 곳을 일부러 한칸 넓게 욕심을 부려 지켜라. 낮게 지켜야 하는 곳을 높게 지켜라. 딱 봐도 안좋은 수지만 응징하려면 꽤 수읽기가 필요한 자리를 둬라.


그리고 상대가 그곳을 응징하려고 들면, 절대 처음부터 상대를 잡아서 패대기치면 안 된다. 


상대가 내 바둑이 강하다고 생각하게 하면 절대 안 된다. 추잡한 저질 바둑에 졌다는 모멸감을 줘야 한다.


상대가 정수로 꼼수를 응징하게끔 내버려 둬라. 


포인트는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상대의 모양에서 객기를 부려라.


ㅈ도 못두는게 요행을 바라고 꽁수나 찾고 있다는 인상을 풍겨라


그리고 이 때 인공지능 변화도에 집중해라!!! 절대 블루 스팟을 찾는 게 아니다!


필연적으로 길고 어려운 변화가 예정되어 있는, 상대가 그렇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변화를 찾아야만 한다. 패가 포함되어 있으면 금상첨화다.


인공충이라고 머리 안써도 되는게 아니다. 집중해라! 


그리고 드디어 수가 안 날 곳에서 수가 났을 때, 짤막한 채팅을 해라. 'ㅋㅋ' 두글자 정도면 충분하다. 절대 길게 씨부리지 마라.


상대가 스스로 열받아야만 한다. 열받으라고 고사를 지내면 오히려 초연해진다.


보통 이런 경우에 대부분은 던지고 나간다. 


여기서 재대국을 요청하는 사람은 나를 정말로 행복하게 해주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유형이지만, 정말로 흔치 않다.


대부분 기분을 완전히 잡쳐서 접속을 종료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유형 3. 조뚝병 치료



일부러 대마 잡혀주고 역전하기, 극단적 실리 후 타개, 극단적 세력 작전 같은 짓거리는 어차피 인공충한테는 수없이 해본 식상한 래퍼토리다.


위에 서술에서 눈치챘겠지만 중요한 것은 멘탈리티다. 상대방의 호흡을 느끼면서 기분을 최대한 더럽게 만드는 것이 인공충의 묘인 것이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유형을 하나 알려주고자 한다. 바로 조뚝병 말기 환자들이다.


이 변태같은 인간들은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두겠다'는 식이다. 이런 도 닦는 멘탈을 가진 사람이 가끔 100명중에 1명정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열받게 한답시고 반집 패배를 주거나 하면 오히려 기뻐하는 정신병자들이기 때문에


반드시 덤 이상 차이로 꺾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끝내기 수순에서 일부러 작은 곳을 노타임으로 두면서 "어휴" 같은 채팅을 쳐서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인격자가 아니라,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치졸한 소인배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야만 한다.


패싸움을 받아주지 말고 그냥 성의 없이 이어버려라. 절묘한 끝내기 수순을 생각하고 있는 상대에게 무덤덤하게 집을 뚝 떼어줘라.


상대의 다음 수가 예상된다면 광클을 통해서 무조건 0.1초만에 두어라. 


그래도 안 통한다? 그런 사람한테는 고의 패배가 딱이다. 최적의 끝내기 수순을 밟아가는 상대를 발견한다면, '아 님이 이겼어요 됐죠?' 하면서 나가버려라.


매너가 좋은 사람일수록 이런 행위에 모욕감을 느끼므로 참고하라.




여담...


*

필자의 기력은 타이젬 6단에서 버티는 실력으로, 버틴다는 말은 솔직히 말하면 강단도 종종 당한다는 말이다. 다만 4단한테는 잘 안 진다.


눈치 챘겠지만 그래서 저단자에게는 인공을 쓰지 않는 것이다. 나보다 약한 상대한테 인공 써봐야 무슨 재미인가?


결국 인공충 짓도 나보다 고수를 못 이긴다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인가 싶은 반성도 든다.



*

자연빵으로는 물론 양학을 즐길 때도 있다. 1~3단 정도가 제일 재미있는 먹잇감인데, 웃긴 점은 유독 재대국을 하면


내가 발리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정말 엄청나게 강해져서 손도 못쓰고 발릴때도 있고, 내가 했듯이 어느정도 장단 맞춰주는 듯 하다가


갑자기 기풍이 끈적끈적하게 바뀌면서 전투에서 나를 조패고 이기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인공충이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이 든다.



*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기력대로 플레이해 왔지만,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상대방의 더러운 매너다. 욕설, 계가 거부,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초속기로 둬 온다던가


축을 계속 나간다던가 하는 폭주 행위는 '나는 지금 야마가 돌았습니다' 라는 고백으로 느껴져 너무나 기쁘다.


그래서 자연빵으로 둘 때, 나는 굉장히 매너가 좋은 편이다. 같은 기쁨을 상대에게 주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

이건 진짜 개뻘소리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인상 깊은 일화를 소개해 주겠다.


예전에 나보다 기력이 낮은 저단자한테 계가까지 가서 20집 넘게 진 적이 있다. 대마가 여러개 엮인 굉장히 빡센 바둑이었고,


너무 정신없는 나머지 부끄럽게도 끝날 때까지 그렇게 많이 진 줄도 몰랐다.


그런데 대국후 카타고로 복기를 해 보는데, 상대가 초반부터 거의 블루 스팟만 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많은 차이로 개발린 것은 매한가지다. 하지만 애초에 상대가 인공이라는 걸 알았다면


결코 호선으로 둘 엄두도 못냈을 것이고, 끝까지 두지도 못했을 것이고, 중반에 바둑이 끝났을 것이다. 지금껏 수없이 카타고와 접바둑을 둬 봐서 안다.


카타고와 둘 때 나는 복잡하고 힘든 변화가 생기면 그냥 포기해버린다. 어차피 두들겨 맞고 끝날 걸 알기 때문에.


카타고랑 호선으로, 진심으로 이길려는 마음으로 개처럼 싸우며 한판을 뒀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세상에 대해 잘 모를 때 오히려 사람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사소한 악취미에 대해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니들 어차피 조뚝이랑 유튜브 쇼츠에 절여져서 이제 이런 긴 글 읽지도 못하겠지만


이제 이 짓도 그만할려고 마음 정리하는 차원에서 써봤다.


신진서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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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에 진짜 많은 고촬이 있었구나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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