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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장문) 붕괴 스타레일 페나코니 에 대한 후기

루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05 21:59:35
조회 116 추천 4 댓글 22



페나코니는


시작 전부터 제가 꽤 기대를 했었는데요


원체 평가가 좋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도 에덴조약보다 훨씬 낫다는 호평부터 근들갑임 걍 별로임 이라는 평가까지 꽤나 큰 격차를 보여주는 반응들이 나왔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상반된 평이 나오니 오히려 더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어차피 모바일 게임 스토리라는 것의 한계를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또 그 정도의 과도한 기대를 하지는 않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려 했었더랬죠.




그래서 페나코니를 모두 끝냈을 때 직후의 제 감상부터 바로 말하자면





'좋긴 한데... 피클이 빠진 것 같다.'





이런 감상이었습니다.


뭔가 연출도 좋았고 웅장했고... 확실히 호평을 들을만한 체급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끝나고 가슴이 불타고 뇌가 녹는, 뽕에 마구 차올라서 격앙되는 그런 감정이 없었더랬죠.


물론 그건 단순히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그 정도 스토리가 아니었다고 하면 간단한 답변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상당히 대중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다들 재미있다고 하면 저도 그만큼의 재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늘 그래왔죠.


그래서 이상하네, 이 정도 체급이면 뽕이 더 차야 할 것 같은데 왜 뭔가 빈 느낌이 들지? 그리고 중간에 뭔가 빠진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라는 생각을 어제 몇 시간동안 해 봤었는데요.



진짜 빠진 게 있었음




일단 스토리 중 인상에 남은 장면들을 쭉 한번 짚어보면서, 그때 생각했던 걸 얘기하며 저 얘기도 같이 해 보겠습니다.




먼저 처음 아케론을 만났을 때 아케론이 씹소리를 막 하죠.


그리고 개척자가 어째서 눈물이? 를 하는데



뭐... 뭐지.


라는 감상이었습니다


아케론을 주의깊게 보라는 얘길 들었어서 주의깊게 보았는데도 그랬죠...



그 후 반디와의 데이트 파트


이것도 좀 뜬금없이 갑자기 시작되어서 뭐... 뭐노. 라는 얼떨떨한 느낌. 이쁘긴 함.



이후 속보) 반디 전 데이트녀 사-

속보) 로빈 전 유명가수 사-


두 명이 죽는데


음, 진짜 죽일거면 현실에서 죽일텐데 굳이 꿈에서 죽인걸 보면 안죽은거같은데?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딱히 심각하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저는 붕스갤을 하면서 반디가 샘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샘이 의심스럽다든가 하는 깜찍한 추측의 기회조차 빼앗기고 말았더랬죠.




이후 어벤츄린과 선데이의 두뇌배틀이 시작됩니다.


뭔가 좃띠껍게 뒤에서 툭툭 던지던 레이시오가 사실 전남출신이었다는 게 밝혀지며 어벤츄린을 배신해 버리죠


꽤 의외인 장면이었습니다. 레이시오는 누가 봐도 전남출신 캐릭터 처럼은 안보였거든요. 게다가 어벤츄린 같은 도박사 캐릭터는 보통 이런 경우 지는것까지 계산에 두고 행동했다고 나오기 마련이지만 저 레이시오가 배신할 줄 저도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어벤츄린이 진짜로 당한것처럼 보였습니다.


게임사가 저를 잘 속여넘긴 부분이었더랬죠.


왜냐면 사실 진짜 당한게 아니고 다 어벤츄린 씨의 계략이 맞았으니까요




그리고 웰트와 아케론이 이 스토리의 주제에 대한 얘기를 스리슬쩍 합니다.


소재 자체는 뻔합니다. 무한츠쿠요미에서 사는 게 행복한거 아닌가? 왜 깨어나야 되지?


1억번 정도 사용된 소재인 만큼 슬슬 질리는 것도 당연한 재료인데, 어쨌든 여기서 웰트는 아마 붕괴3rd에서 나온 스토리겠거니 하고 추측되는 네다씹 사건을 얘기하며 결국 인간은 나아가는 존재다 라는 인간찬가를 얘기합니다.

거기서 아케론이 나아가는 건 좋은데 가서 결국 도착하는 게 죽음이면 왜 나아가야 됨?? 이라고 말하고 장면이 전환되죠.



아마 이 부분이 페나코니에서 하고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케론이 공허를 담당하는 것도 그렇고, 결국 죽을건데 왜 사는가 라는 얘길 하고 싶은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근데 아케론 이 생퀴는 웰트한텐 질문으로 끝내놓고 어벤츄린에겐 답을 또 해 줍니다.


'왜 우리는 죽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걸까?' 라고 어벤츄린이 말했을 때 '설령 결말이 이미 정해졌다 하더라도 상관 없다. 정해진 결말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으며, 이에 따라 같은 결말이라도 전혀 다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음, 이 얘기에 대해선 일단 보류해두고, 어쨌든 그 후 갤러거라는 인물이 허구로 만들어진 키메라몬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선데이도 죽고


진짜 페나코니로 넘어갑니다.




여기까지가 딱 중간이라고 보는데, 사실 여기까지 하면서 조금 걱정도 있었습니다.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었죠. 지금까진 솔직히 그냥 뭐 그랬거든요.


하지만 이 걱정은 딱히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에 대해 제가 재미없다고 느낄 경우 뭔가 내 감각이 어긋나있어서 대중들과 작품을 받아들이는 시선에 괴리감이 커져 있는 거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쨌든 그렇게 후반부가 시작되고


부트힐이라는 양아치 같이 생긴 놈이 의외로 호감작을 잘 하는 것에 조금 놀라면서


이 스토리의 가장 고점파트인 시계공의 비밀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여기가 빠진 피클이었습니다.



시계공의 유산을 찾기 위해 모인 여러 세력들의 군상극, 대립구도 를 표방하는 스토리 였지만 사실 뭐, 그건 그렇게 와닿지도 않았고 시계공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그렇게 흥미가 동하지는 않았던 저였습니다만은... 세 명의 은하열차 무명객과 시계공의 서사가 이어지며 완전히 이야기가 완성되며 그의 의지를 이어받은 개척자가 화합의 길을 각성하는 그 장면은


누가봐도 이 스토리의 고점이고 저도 재밌게 봤는데


여기서


뭔가 끊어진 느낌을 느껴버리고 그게 끝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시계공의 서사는 결국 선데이의 물음에 대한 대답인데요.


선데이는 '무한츠쿠요미, 나도 싫어. 근데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 너였으면 어쩔건데.' 하고 계속 개척자 일행에게 물어봅니다. 하지만 당연히 쉬운 문제가 아니니까 답이 제대로 나올 리 없고, 결국 힘 싸움을 하게 되는데,

반대를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겠죠. 그 명분, 어째서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서 나아가야 하는가 라는 그 인간찬가에 결부된 개척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바로 시계공의 서사이고, 이 스토리의 가장 핵심인 부분인데




미래의 무명객, 나는 계속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자네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모습인지,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개척자」 라고 부르겠네.
자네라면 이미 내가 누군지 알아챘겠지. 난 은하열차의 전직 정비사, 재주와 학식이 부족한 학생이자 평생 바삐 살았던 불쌍한 노인네일세. 내가 「개척」 여정을 떠난 것은 삶 자체와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함이었네. 그러나 배우는 게 많아질수록 더욱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배운 것은 정해진 결말인 「공허」 를 점잖게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다네.
이 운명에 저항하든, 순종하든, 사람들은 늘 답을 찾아내겠지만, 이 질문은 「개척」 에 속한 것이 아닐세. 하지만 나는 이 문제가 너무 심오하다고 생각했지. 아키비리 본인도 「개척」 에 속한 유일한 해답은 줄 수 없을 것이네. 하지만 무명객으로서, 또한 인간으로서, 우리에게는 생각할 권리와 행동할 권리가 있네. 우리에게는 자신의 결말을 정할 권리가 있어.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권리가 있다네. 결말로 가는 길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따라서 결말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걸세. 무명객은 한순간의 꿈에 빠져 있어서도, 고통과 고난 때문에 타고난 권리를 포기해서도 안 돼.

내가 초대장에 남긴 질문 기억하나? 개척자, 「생명은 왜 깊은 잠에 빠지는가」 ?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은, 결국 꿈에서 깨어나기 위함이야」 ——이게 늙은 무명객이 평생을 바쳐 얻은 답이라네.





그 중요한 시계공의 서사를 완성하는 마지막 편지를


스토리 도중에 갑자기 임무를 눌러야 볼 수 있게 해 놔서


잘 모르면 그냥 안보고 넘어가게 해 놓음


이 새끼들은 대체 뭐임.....................?


이 피스가 빠져 있으니까 여기 신경이 쓰여서 뽕도 제대로 안 느껴졌던 거였더라고요.


그리고 라이덴 보센모리 메이가 뭔데 씨발 씹덕 새끼들아 존나 뽕 차야될것만 같은 장면에서 네다씹을 하면 대체 어쩌라는거냐???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결전이 시작되고


마지막에 선데이가 다시 이 에피소드의 최초의 화두를 얘기하죠


생명은 어째서 깊은 잠에 빠지는가?


개척자는 언젠가 꿈에서 깨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저는 시계공의 저 편지를 모르니까 그냥 뻔한 얘기로 보였었더랬죠


하지만 편지를 보고 나면 느낌이 사뭇 달라집니다. 아마 제대로 편지와 함께 했다면 정말 뽕이 차올랐을 것 같더라구요. 아케론과 어벤츄린과 시계공과 개척자와 선데이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대가리가 터졌겠죠. 아쉽게 된 거죠 뭐.




그건 그렇고, 다시 주제에 대한 얘길 하자면, 페나코니를 끝내고 웹을 돌던 중 저 장면에 대한 이런 해석이 있었습니다



잠은 인생이고 깊은 잠을 자는 건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꿈에서 깨는 건 죽음


즉 사람은 죽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된다는 건데, 잠을 자는 것이 죽음에 자주 비유되는 걸 생각해볼때 오히려 반대로 바라본 말이라 재미있었고, 마치 타이의 대모험에서 포프가 했던 말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감명 깊었더랬죠.



그런데 이렇게 스토리를 복기하고 있으니 정말로 저 해석이 맞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아케론이 했던 말도 사람은 언젠가 죽지만 죽기 전 과정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많고, 그것을 바꾸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는 얘길 하는 거니까 같은 얘기가 되거든요.


즉 페나코니에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사람은 누구나 죽고 그로 인해 공허에 빠지게 되겠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며 살아가면 그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히메코의 말을 보면 작가는 여러 시선에서 해석되기를 의도한걸로 보이긴 합니다만은, 어쨌든 뻔하다고 매도할 수도 있는 좋은 메시지이지만 현실에 적용하는 건 참 어려운 얘기기도 하죠.


그래도 이 주제를 개척이라는 테마와 잘 버무리고 좋은 연출로 게임 속에서 살리면서 잘 엮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끝나고


슬슬 게임을 끄고 싶은데 스파클이라는 깜찍한 해병대가 앙증맞은 장난을 쳐서 호감도가 매우 내려갔습니다.


끝나고 나서 저 반디 안 죽이려고 그런거니까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ㅠㅠㅠ 하고 메시지가 오긴 하던데, 불꽃놀이 씬은 연출이 참 좋았기 때문에 인정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렇게...... 페나코니가 끝나게 됩니다.




뭔가 어제 막 했을때는 솔직히 에덴조약보다 재미 수치가 낮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가 지나면서 곱씹어보면 볼수록 오묘한 맛이 있는 스토리였네요. 각자의 서사도 깔끔하게 잘 풀었고, 편지 숨기기 같은 짓을 안 했다면 훨씬 좋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시계공의 서사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자 가장 큰 뽕을 줘야하는 만큼, 좀 더 꼭꼭 씹어서 알기쉽게 식당비유를 해서 전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호요는 항상 재료를 최상급으로 준비해놓고 요리를 좃같이 하기로 유명한 곳이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꽤 재밌게 했다는 점에서 고평가를 주고 싶으며, 샤오지 씨의 말처럼 이 페나코니가 사실은 발사대이고 엠포리어스에서 진짜 고점을 터뜨릴 수 있길 기원하고 또 기대 해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반디 억빠 조지게 해서 반감 들기 딱 좋았는데 결국 호감으로 남아서 이것도 대단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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