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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협 아포칼립스 프롤로그 써온 거 봐주실 분 있는 ㄷ

글도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2 14: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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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 씨, 식사하세요."


젊은 여자가 조심스레 감옥 문을 열고 내게 다가왔다. 


최하급 영력초가 섞인 벽곡단 한 알.

하급 관리 대상에게 주어지는 하루 중 유일한 식사였다.


오랜만에 창문을 올려다봤다. 

푸른 하늘은 옛 기억 속에만 남아있었다. 지금의 하늘은 붉은빛과 보라빛이 뒤섞인, 흡사 멍이 든 것 같은 색이었다. 상계(上界)와의 연결로 인해 완전히 변해버린 하늘이었다.


"오늘은 화룡천군님 목장 쪽에 새로 하계인들이 잡혀 왔대요."


여자의 말에 나는 말없이 눈을 감았다. 또 다른 희생자들이었다. 무너진 세계의 잔해 속에서 살아남았다가, 도사들에게 붙잡힌 불운한 영혼들.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했다.


"다들 질이 좋다는 걸 보면, 시민군 쪽 사람들인가 봐요."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실 나 또한 잡혀온 사람들을 걱정할 처지는 못 되었기 때문이다. 


나나 잡혀온 사람들이나 둘 다 잡아먹힐 가축에 불과했으니까.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와 함께 나는 벽곡단을 삼키곤 돌아누웠다. 쓴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고,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나마 나는 다른 하계인들에 비하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운이 나쁜 몇몇 이들은 잡히자마자 산 채로 화로에 넣어져 단약이 되었으니까.


멍하니 자색 하늘을 보고 있자 3년 전, 상계와 지구가 처음 연결된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퇴근길이었다. 뉴스에서는 전 세계 주요 도시 상공에 나타난 이상 현상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서울 상공의 거대한 구멍. 처음에는 기상 이변이라고 치부됐지만, 곧 진실이 드러났다. 


그 구멍은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었다.


구멍에서 나타난 존재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수도자'라 칭했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하계'라 불렀다. 그리고 자신들이 온 세계를 '상계'라 했다.


수도자들은 공중을 날고, 물 위를 걸으며, 손짓 한 번으로 폭풍을 일으켰다.


첫 날은 혼란 그 자체였다. 

각국의 정부는 수도자들과 대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전부 소용없는 짓이었다. 수도자들은 지구인들을 인간 미만의 원숭이로 취급했으니까.


심지어 수도자의 무력은 한 명 한 명이 일인군단에 필적했다. 특히나 미국이 발사한 다섯 발의 핵폭탄이 광목상제 앞에서 산산이 분해되는 장면은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버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어떻게든 그 혼란 속에서 살아남았다. 지하철 역사, 버려진 건물, 하수도. 마주치는 족족 모든 인간을 미트볼로 만들어버리는 수도자들을 피해 숨어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세상에 흩뿌려진 공법을 통해 그들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수도자들은 하계인들 중 일부가 영기를 느낄 수 있는 능력, 통칭 '영근'을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일부러 하급 공법서를 세상에 흩뿌려 범인들의 영육을 살찌웠다.


그런 계략을 알고 있음에도 나 같은 하계인들이 수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선 어떻게든 공법을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오행의 영근 중 불과 쇠라는 두 가지 속성의 영근을 가진 사람이었다. 영질의 속성이 많을수록 수련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나는 꽤나 축복받은 인간인 셈이었다.


오 년이란 시간 동안 오직 수련에만 매진했다. 공법을 익히고, 영력을 모으고, 내력을 다졌다. 그럼에도 단수기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상계의 수도자들에게는 이제 막 수선에 입문한 단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캄캄한 폐건물 안에서 수련하고 있을 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색 장삼을 입은 수도자였다.


"호오. 하계인 주제에 단수기에 오르다니. 이 정도면 내가 모시는 아토대제(亜土大帝)님의 단약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겠어."


나는 오 년 동안 익힌 법술을 펼쳤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익힌 법술은 질이 낮은 하급의 법술이었으니까.


게다가 내가 마주한 수도자는 무려 연기기 중경의 도사였다. 아무리 용을 써도 이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도사는 손짓 몇 번으로 날 제압하곤 홀로 중얼거렸다.


"흐음, 다 좋은데 영력이 부족한 게 아쉽군. 목장에서 더 키워서 수확하는 게 좋겠어."


그렇게 나는 인간 목장으로 끌려왔다. 다른 인간들처럼 바로 단약 재료로 화하지 않고, 하급 관리 대상이 되었다. 단수기에 오른 하계인이라는 이유로, 나는 좀 더 오래 살 수 있는 특권을 얻은 셈이었다.


하급 특별 관리 대상이라고 해봐야 다른 범인들과 대우가 다르진 않았다. 그저 음식 대신 최하급 영력초가 섞인 벽곡단이 주어질 뿐.


그마저도 내 영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일 뿐이었다. 더 맛있는 고기로 만들기 위한 사료에 불과한 것이다.


-끼이익.


2년 만에 나를 잡아왔던 도사가 다시 찾아왔다. 놈은 내 특별 관리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녀석의 눈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잘 익은 과일을 수확하러 온 농부의 눈빛 같았다.


'오늘인가.'


아무래도 오늘이 내가 죽을 날이었던 모양이다. 두 해 동안 진전시켜온 내 영력이 드디어 수확의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나는 모든 영력을 끌어 모아 저항했다. 하지만 내 경지와 공력으로는 눈앞의 도사에게 맞설 수 없었다. 그는 나의 모든 발악을 미소 지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도사의 손이 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달군 쇠꼬챙이에 찔린 것처럼 심장 어귀가 뜨끈했다.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했지만, 고통 때문인지 팔 다리가 좀처럼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머지않아 입에서 핏물이 왈칵 쏟아지며 심장이 그대로 뽑혀 나왔다.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고, 그 표면에는 희미한 백색의 영력이 춤추고 있었다.


심장이 뽑힘과 동시에 내 몸은 무너졌다. 의식이 점점 멀어지고, 몸은 차갑게 식어간다.


결국 하계인은 가축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는 건가. 

저 오만한 수도자들의 발끝조차 닿지 못한 채로 이대로 죽어야 한단 말인가.


비통함에 피 눈물이 흘렀다.

나는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보랏빛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신이든, 악마든…. 상관없어. 그저…, 한 번….'


다시 한 번의 삶을 달라.

한 번만 더 기회를 준다면, 누구에게도 지배당하지 않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겠다.


네가 그토록 증오하는 역천자들을 내가 대신해서 죽여 버리겠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들에게, 운명을 거스르고 하늘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것들에게 영멸을 안겨주겠다.


이 세상의 모든 신선을 죽이겠다.


그러나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 아무리 드높은 경지의 수도자라도 시간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눈을 감는 순간, 의식이 번쩍 들었다.


눈을 뜨자 거리 한복판이었다. 도로 위에서 사람들이 혼란스럽게 소리치며 어딘가로 달리고 있었다. 


그 때, 저 멀리 하늘 위로 거대한 구멍이 열리는 게 보였다. 구멍 속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이 낯설지 않았다.


정확히 그 날이었다. 상계와 하계가 처음 연결되던, 천지개벽의 순간.


눈앞의 광경이 현실인지 몽환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의 소음과 혼란은 생생했다. 내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그 날처럼 정확히 재현되고 있었다.


‘나는…, 회귀한 건가?’


그러나 단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머릿속에 지난 7년간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수련했던 날들, 아토대제의 목장에서 보낸 시간들, 그리고 죽음의 순간까지.


'왜 과거로 되돌아온 거지?'


기억을 되짚어보며 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혼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달아나는데, 나만 홀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도 익숙했기에.


상공의 거대한 구멍에서 이제 막 첫 수도자가 나타나려는 참이었다. 나는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기시감이 온몸을 감쌌다.


'꿈인가?'


팔뚝을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하늘의 구멍을 찍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대피소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 때였다. 

나의 몸 안에서 익숙한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오행의 영근 중 불과 쇠의 기운이었다. 이전에는 오 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수련의 결과가 내 몸속에 그대로 존재했다.


'어째서...?'


영력을 운용해 보았다. 놀랍게도 이전 삶에서 이루었던 경지가 그대로 현재로 옮겨졌다.


환각이 아니었다. 정말로 경지를 유지한 채 과거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근처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벽에 기대 앉아 심호흡을 했다. 혼란스러운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기 위해 애썼다.


상계인들조차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심장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도사의 손이 내 가슴을 꿰뚫고, 온몸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


나는 무엇을 바랐던가?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달라고 했지.'


확실한 것은 없었다. 다만 느낌으로는 알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나를 과거로 되돌린 것은 내 힘이 아닌,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어쩌면 우주의 법칙 자체가, 혹은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불명확한 와중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존재가 나를 과거로 되돌려보낸 이유는, 분명 죽기 직전 내가 품었던 염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신선을 죽인다.”


죽기 직전의 맹세를 읊조리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어떤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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