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일주일마다 장을 보러 이마트에 가면

2층인가 3층에 애완동물을 파는 곳이 있었다

거기에서 파는 동물들을 좋아했다

이구아나, 도마뱀, 관상어, 심지어는 토끼까지 

온갖 동물이 있었지만 내 부모님은 집에서 이런 걸 키우는 걸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애초에 나도 저런 걸 기를 자신은 없었다(토끼 제외 얘는 진짜 키우고 싶었음)

허나 햄스터는 예외였다

꽤 관리가 쉬워보이는 모습과 내 생일이 겹치자 부모님은 허락했고

햄스터(1500원)와 햄스터 우리(15000원)를 구매한 나는 톱밥도 깔고, 휴지도 넣어 주고, 감자도리라는 이름도 지어 주었다

감자도리는 다음 날 죽었다

내가 우리를 베란다에 두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얼음감자도리를 보며 나는 펑펑 울었고

부모님은 이번에는 베란다에 두지 말라며 두 번째 햄스터를 사 주셨다 

나는 고구마도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고, 이번에는 방 안에서 정성을 다해 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화장실을 가려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분명 내 방 햄스터 우리 안에 있어야 할 고구마도리가 

화장실 앞에서 날 바라보다가 도망치는 게 아니겠는가

약 30분에 걸친 고구마도리 포획작전은 성공으로 돌아갔으나

나는 고구마도리 탈출 사건의 책임자로서 관리 소홀의 가능성을 제기받았다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나는 문을 연 적이 없는데? 

그 후로도 고구마도리는 몇 번이고 탈출했다

그 수많은 탈출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햄스터들은 아주 좁은 틈만 있으면 탈출이 가능했고

이마트 이 씨발놈의 새끼들이 15000원을 받고 팔아먹은 알루미늄 격자 우리의 틈은 햄스터가 탈출하기에 어떠한 문제도 없는 병신같은 제품이었다

어느 날, 고구마도리는 다시 탈출한 뒤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집안을 아무리 찾아봐도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이사를 하는 그 날에도 시체를 찾지 못했다

햄알못인 부모님은 집 밖으로 나간 게 아니냐는 소리를 했지만 

전문가인 나는 햄스터가 창문 문턱은커녕 신발장 문턱마저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고구마도리는 분명 이삿짐 어딘가에 숨어 있었을 것이다

나를 따라왔을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자기 전에 침대 옆에 해바라기씨를 두곤 한다 

다음에 잡았을 때 사용하기 위해 전면 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우리를 창고에 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