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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한대] 우연이라도 좋아앱에서 작성

해연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02 21:51:10
조회 82 추천 0 댓글 2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 우연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창문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방 안을 따스하게 채우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아침 루틴을 기계적으로 마치고 집을 나서 평소처럼 출근길에 들르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우연은 커피잔을 든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출근길에 들른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때문이었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익숙한 멜로디. 잊을 리 없다. 그 노래는 그녀가 삼 년 전 판갤팝스타 결승전에서 부른 바로 그 노래였으니까.

"손님, 괜찮으세요?"
"아, 아."

바리스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문한 커피가 김을 피우며 올려져 있었다. 우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커피를 집어들었다.

"네, 괜찮아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예요."

황급히 변명을 하며 카페를 빠져나왔지만 우연의 머릿속은 이미 삼 년 전 그날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화려한 조명,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 그리고 전국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 있던 무대. 그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가장 길고도 짧았던 3분간의 시간.

판갤팝스타. 국내 최고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자, 우연이 10년간 음악을 하며 꿈꿔왔던 무대였다.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항상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던 그녀였다. "이번 시즌 최고의 보컬"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결승에 올랐고, 강력한 우승 후보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사무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우연은 유리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27살, 대형 출판사의 평범한 편집자. 남들이 보기엔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이모습은 그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우연 씨, 조금 늦었네요?"
"그, 죄송합니다."
"지각한 것도 아닌데요 뭐. 그냥 표정이 안 좋아서요. 혹시 무슨 일 있던 건 아니죠?"
"네."
"그럼 우선 10시 편집 회의 자료 좀 프린트 해주세요."

팀장의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그 노래가 맴돌고 있었다.


*


"다음은 결승 진출자 김우연 씨의 무대입니다!"
MC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우연은 심호흡을 하며 무대 뒤에서 나왔다.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아래 서 마이크를 붙잡았다.
"김우연 씨는 오늘 최고 인기 밴드 k-on의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을 자기 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부르신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떤 원곡과 다른 감동을 선사해 주실지 기대가 큽니다."

불이 꺼지고 노래가 시작되기 전.
우연에게 이유 모를 불안감이 떠올랐다. 그날 따라 꿈자리가 안 좋았으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우연은 심호흡을 하며 떠오르는 잡생각들을 가라앉히고 관객석을 바라보았다. 앞줄에는 늘 그녀를 응원해 주던 부모님과 친구가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도움을 준 이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었다. 우연은 눈을 감고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했다. 저음에서 시작해 서서히 고조되는 멜로디. 그녀의 목소리는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다.

"별을 따라 걸어온 이 길..."

첫 번째 verse와 코러스는 완벽했다. 심사위원들은 감탄의 표정을 짓고 있었고, 관객들은 그녀의 감성에 빠져들고 있었다. 두 번째 verse를 지나 브릿지 부분, 그리고 마지막 고조되는 부분이 다가왔다. 우연이 가장 자신 있어 하던 고음 파트였다.

"저 하늘 끝에서 빛나는 나의..."

그 순간이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준비한 고음을 향해 목소리를 끌어올렸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한 음이 명확하게 이탈했다. 우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순간적인 당황함에 다음 소절도 불안정하게 이어졌다.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노래가 끝난 다음에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관객석에서는 작은 소음이 들렸다. 우연은 필사적으로 남은 부분을 마무리했지만, 이미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동정의 박수였다. 그녀의 꿈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국민 여러분의 SMS 투표와 심사위원단의 평가 결과, 판갤팝스타 이번 시즌의 우승자는..."

MC의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채웠다. 우연은 뜨거운 조명 아래 서서,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리는 없다는 것을.

"...존스 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연의 옆에 서 있던 존스가 충격과 기쁨에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우연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아니, 쳐야 했다. 아직 저들의 무대는 끝나지 않았고 붉은 불이 들어온 카메라가 그녀를 비추고 있었기에. 웃어야 했다. 축하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방송이 끝나고 분장실로 돌아온 우연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SNS 알림이 끝없이 울려댔다.

"김우연 실수 모음.mp4"
"판갤팝스타 역대급 음이탈 장면"
"우연, 결승에서 망함ㅋㅋㅋ"

첫 번째 댓글부터 비웃음과 조롱이 가득했다.

"자기가 얼마나 잘하는지 착각했나 봄ㅋㅋ"
"저 고음 실패한 표정 봐ㅋㅋㅋ 완전 레전드"
"결승 무대에서 저렇게 망하기도 쉽지 않다"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우연은 SNS 앱을 닫았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실패 장면은 인터넷 곳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 부분만 편집해 반복 재생하는 동영상을 만들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녀의 표정을 캡처해 조롱하는 밈을 만들었다.

"우연아."

친구 소연이 조심스럽게 분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괜찮아?"

소연이 물었다. 우연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소연은 그녀 옆에 앉아 어깨를 감싸 안았다.

"사람들이 그냥 너무 가혹해. 그냥 하나의 실수였을 뿐인데..."
"내가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어."

우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어떻게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겠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의 부모님은 계속해서 그녀를 위로했다. 아버지는 운전대를 꽉 잡고 가끔씩 백미러로 뒷좌석에 있는 딸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우연아, 이건 그냥 하나의 경험일 뿐이야. 네가 얼마나 훌륭한 가수인지 우리는 알아. 다음 기회가 있을 거야."

어머니는 우연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래, 이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어. 사람들은 금방 잊을 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잊지 않았다.
다음 날, 우연의 실수 장면은 모든 연예 뉴스와 아침 방송에서 화제가 됐다.

"판갤팝스타 결승, 우승 후보의 충격적인 실수"라는 제목의 기사가 온라인 뉴스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음악 평론가들은 그녀의 실수를 분석하며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결과"라고 평했다.

우연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핸드폰은 꺼놓고, 블라인드를 내린 채 어둠 속에 누워있었다. 문 밖에서는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계속 그녀를 불렀지만, 우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피아노 앞에 앉지 않았다. 작곡 노트는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고, 기타는 케이스에 담긴 채 옷장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녀의 음악은 그 무대에서 끝나버렸다. 마음이 먼저 꺾이고, 그 패배의 대가이기라도 하듯 신은 그녀에게서 음악을 빼앗아갔다. 그날 이후, 더 이상 펜을 잡을 수 없었고, 다시 노래를 하려고 하면 그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누군가 그녀의 목을 조르듯 머리를 어지럽혔기에.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을 때, 소연이 찾아와 말을 건넸다.

"우연아, 바깥 세상으로 나와야 해. 네가 이렇게 숨어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나는 망했어, 소연아. 10년 동안 꿈꿔온 모든 것이... 그 무대에서 모든 게 끝났어."
"그렇지 않아. 너는 아직 네 음악이 있잖아. 한 번의 실수가 네 모든 재능을 부정할 순 없어."

달콤한 속삭임. 그러나 우연은 고개를 저었다.

"넌 몰라. 내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어."
"무슨 소리야?"
"노래를 부르려고 하면... 그 순간이 떠올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마치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연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우연을 바라봤다.

"우연아..."
"심지어 피아노 앞에 앉는 것조차 불안해. 하나의 음을 칠 때마다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올라. 이건 그냥 단순한 실수가 아니야... 그냥, 그냥..."

그 이후로, 마치 가슴 한부분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았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 그것은 물고기가 강을 헤엄치고 새가 하늘을 날 듯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상냥하지 않아서. 모두가 그 꿈을 이루는 걸 허락해주지 않는다. 꿈을 향해 손을 뻗는 행동은 비참한 몸부림이 되고, 어느새 꿈이었던 것이 나를 좀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가슴이 뻥 뚤릴 정도로 파먹힌 난,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다시 노래를 하라고?

우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우연을 보며 소연은 나중에 또 오겠다며 돌아갔다.

한 달 후, 우연은 모든 SNS 계정을 삭제했다. 그녀의 이름으로 올라온 모든 노래 영상, 커버곡들을 내렸다. 방 안에 있던 기타와 키보드, 작곡 노트들을 모아 창고에 보관했다. 더 이상 그것들을 볼 수 없는 곳으로.

"정말 그만두는 거야?"

아버지가 창고 문 앞에서 물었다. 우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대학 시절 부전공했던 출판 편집 분야의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면 그나마 다른 세상에 가 있는 것 같아 그때의 실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상처가 조금씩 옅어졌다. 몇 번의 면접 끝에 현재의 출판사에 취직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혹은 알아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에게 위안이 됐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원고를 읽고 교정하는 일상.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나누는 가벼운 대화. 저녁에는 드라마를 보거나 책을 읽는 시간. 그렇게 우연의 새로운 삶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가끔, 그녀는 꿈에서 무대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보곤 했다. 그 꿈에서는 항상 완벽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뜨면, 베개가 눈물로 젖어 있곤 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그녀의 실수를 잊어갔다. 새로운 판갤팝스타 시즌이 시작되었고,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했다. 우연의 영상은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상처는 그대로였다.
그렇게 삼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우연은 카페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게 됐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 노래를. 이상하게도 그녀의 가슴 한구석에서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 그리움일까? 아니면 후회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그녀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언제는 죽어도 포기할 수 없던 게 이리 쉽게 잊혀버리다니."

바보 같지 않은가. 자조하듯 자기 스스로에게 물은 우연은 픽 웃음을 지었다.

"과장님, 회의 준비 끝났어요."

우연은 동료에게 파일을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요. 아 그리고 우연 씨, 이건 이번에 출판하게 될 신간인데요. 혹시 우연씨가 맡아볼 생각 없나요? 전에 음악 하셨다 해서 배경 지식이 있으면 아무래도 퇴고하기 쉽잖아요."

팀장은 우연의 책상 위에 두툼한 원고 뭉치를 올려놓았다. 우연은 표지를 보고 잠시 호흡이 멈췄다.

「별을 따라 걸어온 길」 - 존스 자서전
존스. 그 존스. 판갤팝스타에서 우연을 제치고 우승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혹시... 존스라는 가수의 자서전인가요?"
"맞아요. 우리 출판사에서 유명인 자서전 시리즈로 준비 중인데, 존스가 첫 번째예요. 판갤팝스타 우승 이후 그의 성공 스토리를 담았죠. 아, 우연 씨도 그 프로그램 좋아하셨죠?"

팀장은 아무것도 모른 채 미소를 지었다. 우연의 과거에 대해 아는 사람이 회사에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네... 가끔 봤어요."

우연은 원고를 집어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감은 다음 달 15일이에요. 중간중간 진행 상황 알려주세요."

팀장이 자리를 비운 후, 우연은 한동안 원고를 바라보기만 했다. 원고의 표지에는 존스의 웃는 얼굴이 크게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판갤팝스타 무대 사진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다. 우연은 천천히 원고를 펼쳤다.

1장. 별을 잡다 - 판갤팝스타에서의 승리
우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첫 문장부터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판갤팝스타 결승 무대, 내 이름이 호명되던 그 순간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우연은 원고를 덮고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은 창백했다. 물을 틀어 얼굴을 적시며 심호흡을 했다.

'이건 그냥 일이야. 그냥 편집할 원고일 뿐이야.'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우연아,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회사 사람들이랑 노래방 가기로 했거든."

점심시간, 같은 팀 동료인 지현이 물었다.

"아... 미안해. 오늘은 좀 피곤해서."
"에이, 우연 씨는 항상 그런 핑계로 안 와요. 한 번도 우리랑 노래방 간 적 없잖아요."
우연은 미소로 얼버무렸다. 노래방. 그곳은 그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장소였다. 마이크를 잡는 순간 그날의 기억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
"그냥 노래를 잘 못해서 그래요."
"에이, 괜찮아요. 우리 다 못 부르는데 뭐. 스트레스 풀러 가는 거지."
"다음에는 꼭 갈게요."

언제나 같은 대답. '다음에'. 그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임을 우연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우연은 소파에 몸을 던졌다. 탁자 위에는 존스의 자서전 원고가 있었다. 결국 집까지 가져왔다. 이것은 일이었고, 그녀는 전문가였다.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원고를 다시 펼쳤다. 첫 장은 어떻게든 넘겼다. 두 번째 장, 세 번째 장... 그러다 문득 자신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결승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우연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가수였다. 그녀의 실수는 안타까웠지만, 그것이 내 우승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예술의 세계에서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 프로의 자세일 것이다.'
우연은 원고를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세 번의 봄이 지났지만, 그 겨울의 한파는 아직도 그녀의 가슴에 남아있었다.

다음 날, 우연은 존스의 원고를 읽으며 메모를 해나갔다.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문장을 고치고, 구성을 검토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 스토리를 읽을수록 자신의 실패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내가 거기 있었더라면. 그 한 음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생각을 접으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만약에'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맴돌았다.
점심시간, 우연은 혼자 회사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가을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날씨였다. 그때 공원 한쪽에서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호기심에 고개를 돌리니, 한 젊은 남자가 벤치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특별히 뛰어나지 않았다. 가끔 음정이 어긋나고, 고음에서는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순수한 즐거움이 가득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주면 밝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우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무언가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짐을 느꼈다. 저 남자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인정받기 위한 도구? 아니면 그저 순수한 기쁨의 표현?
점심시간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우연은 그 버스커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음악이 끝나자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그의 모자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버스커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 신청곡 있으세요?"

우연은 잠시 망설였다. 입술이 떨렸다.

"아... 괜찮아요. 잘 들었어요."

버스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유튜브 채널도 있어요. 궁금하시면 이 카드 한 번 봐주세요."

그는 작은 명함을 건넸다. '소소한 음악, 김도현'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날 밤, 우연은 침대에 누워 김도현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았다. 구독자는 1,500명 정도.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영상마다 진심 어린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도현님 덕분에 힘든 하루를 버텼어요."
"음정이 완벽하진 않아도 마음이 전해져요."
"이 노래 들으면서 출근합니다. 힘이 나요!"

우연은 영상을 하나씩 클릭해 보았다. 도현의 노래는 거창하지 않았다. 대부분 유명 곡들의 커버였고, 가끔 자작곡도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분명 전문 가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 진실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영상을 클릭했을 때, 우연은 숨을 멈췄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판갤팝스타에서 불렀던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이었다.
도현의 버전은 원곡보다 훨씬 단순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으로 반주를 했고, 고음 부분에서는 음역을 낮춰 불렀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결과였다.

영상이 끝나고 우연은 폰을 내려놓았다. 창가로 다가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

마음속으로 그 노래의 가사를 읊조렸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별은 혼자서는 별자리가 될 수 없다. 다른 별들과 함께 모여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녀는 완벽한 별이 되려고 했지만, 결국 다른 별들과의 연결을 잃어버렸다.

다음 날 출근길, 우연은 다시 그 공원을 지나갔다. 가방 안에는 반쯤 읽은 존스의 자서전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버스커 도현이 어제와 같은 자리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한 밝은 멜로디의 노래였다.

우연은 잠시 그의 음악을 듣다가 출근길을 서둘렀다. 하지만 그날 내내, 그의 노래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무실에서 존스의 자서전을 읽으며, 우연은 문득 자신이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음악은 완벽함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날 저녁, 우연은 오랜만에 친구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연아, 나야."
"우연이? 오랜만이네! 갑자기 웬일이야?"
"그냥... 요즘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전화기 너머로 소연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잘 지내지. 너는 회사는 어때? 아직도 그 출판사?"
"응. 요즘은... 좀 힘든 원고를 맡게 됐어."
"힘든 원고?"
"존스... 판갤팝스타에서 우승한 그 존스의 자서전."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자신의 일에 대해서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소연이다.

"우연아... 괜찮아?"
"괜찮아. 처음엔 좀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읽다 보니까 뭔가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뭘?"
"내가 음악을 정말 포기한 건지, 아니면 그냥... 도망친 건지."

소연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우연아, 네가 다시 노래하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어. 네 목소리는 정말 특별했거든."
"요즘 길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사람을 봤어. 그 사람 노래는 완벽하지 않아. 근데 듣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져. 그게 음악의 본질 아닐까?"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니 기뻐."

통화를 마치고, 우연은 아파트 창고로 향했다. 먼지가 쌓인 박스들 사이에서 그녀는 옛날 자신의 기타 케이스를 찾아냈다. 집으로 가져와 조심스럽게 열었다.
기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우연은 떨리는 손으로 기타를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손가락이 현 위에 올라갔지만, 그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 순간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아직은... 아직은 안 되나 봐."

우연은 한숨을 내쉬며 기타를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창고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침대 옆에 두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이것은 변화의 신호였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우연은 출근길에 도현의 버스킹을 들었다. 그리고 점심시간마다 공원에 가서 그의 노래를 들었다. 도현은 그녀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매일 오시네요. 이제는 제 팬인가 봐요?"

도현이 농담처럼 말했다.

"신청곡도 받나요?"
"당연하죠. 언제든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 게 거리 뮤지션 팬의 장점이죠."
"좋아하는 곡이 있는데... 혹시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 불러주실 수 있나요?"

도현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거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바로 해드릴게요."

도현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연은 눈을 감고 그 노래를 들었다. 가슴 한구석이 아팠지만, 동시에 이상한 평온함도 느껴졌다. 어디 하나 특별하지 않은 음색. 그러나 그 안에는 이상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노래가 끝나고 우연은 도현에게 물었다.

"혹시... 음악을 왜 하세요?"

도현은 기타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생각에 잠겼다.

"음... 그냥 좋아서요. 처음엔 유명해지고 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밝게 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더라고요."

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질문해도 될까요?" 도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노래 좋아하세요? 아니면... 혹시 하시나요?"

우연은 잠시 침묵했다.

"예전에... 했었어요."
"그러셨군요.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네요."

우연은 미소로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봐요."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우연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그날 밤, 그녀는 다시 기타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한 음, 두 음 코드를 짚어보았다. 손가락은 여전히 익숙했지만, 마음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듯했다.

존스의 자서전은 이제 절반 이상 읽었다. 그 안에는 그의 성공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도 있었다. 그가 데뷔 전 수십 번의 오디션에서 떨어진 이야기, 첫 앨범이 실패했을 때의 절망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뒤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다. 하지만 그 실패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국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존스의 문장이 우연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날 밤, 우연은 꿈을 꿨다. 그녀는 다시 그 무대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려움 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음이 틀려도 웃으며 계속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 박수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우연은 잠에서 깨어났다.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새벽 3시였다. 우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오랜만에 목소리를 꺼내 작은 허밍을 시작했다.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

목소리는 떨렸고, 금세 숨이 막힌 듯 가슴이 조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이전의 공포와 함께, 어딘가에 묻혀있던 그리움이 함께 솟아올랐다.

우연은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다시... 할 수 있을까?"


•••



일주일 후, 우연은 드디어 존스의 자서전 원고 편집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그녀는 자신에게도 변화가 생겼음을 느꼈다. 처음 원고를 받았을 때의 두려움과 원망은 이제 희미해져 있었다.

원고의 마지막 장에는 존스의 미래 계획이 담겨 있었다.

'음악은 경쟁이 아니라 소통이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별의 목소리"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재능은 있지만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내가 별에게 받은 선물을 나누는 방법이다.'
우연은 그 문장에 빨간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메모를 남겼다.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공감을 줍니다. 좋은 마무리입니다.'
팀장에게 최종 원고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은 이제 습관이 된 것처럼 공원으로 향했다. 도현은 오늘도 그곳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왔네요."
"네. 이제 퇴근길에 음악 듣는 게 습관이 됐어요."

도현이 기타를 치며 웃었다.

"오늘은 어떤 노래 들려드릴까요?"
우연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은... 제가 한 곡 불러봐도 될까요?"

도현의 눈이 커졌다.

"정말요? 물론이죠! 어떤 노래 원하세요?"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 그 노래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타 코드를 잡았다. 그리고 전주를 시작했다. 우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이 떨렸고, 다리도 후들거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떨림 속에 기대와 설렘이 함께했다.

첫 소절이 시작되고, 우연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한 소절, 두 소절 부를수록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졌다.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
나 그대 곁에 머물고 싶어요
어두운 밤하늘 비추는 작은 빛
그대 향한 마음 담아서..."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다. 3년의 공백은 그녀의 기술을 무뎌지게 했다. 고음에서는 목소리가 갈라졌고, 호흡도 불안정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전에 없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깊은 감정, 진실된 울림.

도현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공원을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연주를 듣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주변에서 조용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우연은 눈을 떴다. 몇 명의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와...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예요."

도현이 감탄했다.

"예전만큼 좋지 않아요. 많이 망가졌어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뭔가... 진짜가 담겨 있어요. 전문가처럼 들려요."

우연은 쑥스럽게 웃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그 노래를.

"혹시... 다른 노래도 불러볼래요? 제가 반주해 드릴게요."

우연은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다른 노래로 해볼게요."
그날 저녁, 우연과 도현은 공원에서 여러 곡을 함께 연주했다. 해가 저물고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때까지, 그들은 음악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마치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우연은 오랜만에 알람 소리보다 먼저 눈을 떴다. 침대 옆에 놓인 기타를 집어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기타 현을 조율하고, 우연은 천천히 코드를 짚기 시작했다. 굳은살이 벗겨진 손가락은 마치 첫 걸음마를 하듯 서툴렀지만, 그녀는 더 이상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그날 이후로, 우연은 매일 아침 베란다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종종 도현의 버스킹에 동참했다. 그들은 함께 노래하며 서로의 음악 세계를 나누었다.
한 달 후, 도현이 제안했다.

"우연 씨, 제 유튜브 채널에 같이 영상 올려볼래요? 듀엣으로요."

우연은 잠시 망설였다.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우리가 즐기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어요."

우연은 결국 도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카페에서 작은 공연을 열었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과 몇 곡의 듀엣 곡을 부르며, 우연은 오랜만에 음악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다.

영상은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독자 수가 조금씩 늘어났고, 댓글에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 여자분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두 분의 하모니가 정말 아름다워요. 더 많은 영상 기대할게요!"

우연은 댓글을 읽으며 미소 지었다. 이것은 예전의 화려한 무대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인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더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
어느 날, 출판사에서 회식이 있었다. 동료들은 노래방으로 향했고, 이번에는 우연도 그들과 함께했다.

"우와, 우연 씨가 처음으로 노래방에 왔네요!"
"맨날 1차만 하고 가셔서 저희는 노래 싫어하는 줄 알았어요."
"아하하... 그랬었죠."

지현이 놀라며 말한 말에 우연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노래 한 곡 불러주세요!"

마이크를 건네받은 우연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최근 도현이 불렀던 노래를 하나 선택했다.

잠시 간주가 이어지다 노래가 시작되고, 우연은 더 이상 그날의 실패를 떠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이 이 노래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생각했다.

노래가 끝나자 동료들은 놀라움과 감탄으로 가득 찬 표정이었다.

"우연 씨, 목소리가 정말 아름다워요! 프로 같아요!"
"이런 실력자가 우리 회사에 있었다니!"

우연은 쑥스럽게 웃으며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때 팀장이 다가왔다.

"우연 씨, 혹시... 당신이 그 김우연 아닌가요? 판갤팝스타에 나왔던..."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우연은 잠시 긴장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알고 있었어요. 존스의 자서전을 받았을 때 당신의 반응을 보고 짐작했죠. 그런데도 그 원고를 맡아준 것, 정말 대단해요."

우연은 미소 지었다.

"처음엔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책을 통해 제가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어요."
"실은... 한 가지 제안이 있어요."

팀장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럼 혹시 그것도 알고 있나요? 존스가 '별의 목소리' 프로젝트를 실제로 시작한대요. 그리고 그 첫 번째 책으로, 판갤팝스타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해요. 특히 당신과 같이 음악을 향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우연의 눈이 커졌다.

"관심 있으세요?"
"저, 저요?"
"우연 씨가 하면 되겠는데요? 노래도 잘 하고 이 정도면 당장 앨범 내러 가도 합격이예요!"

우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는 것. 그것은 두렵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생각해볼게요."

다음 날, 우연은 도현과 함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된 소모임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어제 들었던 존스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떻게 생각해요? 제가 제 이야기를 책으로 내도 괜찮을까요?"

도현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당신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거예요.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 그건 음악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니까요."

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해볼게요.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뭔데요?"
"당신도 함께해요. 우리의 이야기로요."

도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환하게 웃었다.

"좋아요. 함께해요."

몇 달 후, 존스의 '별의 목소리' 프로젝트 첫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별을 따라 걸어온 길 - 김우연과 김도현의 음악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책에는 우연의 실패와 재기, 그리고 도현과의 만남을 통해 찾은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출간 기념회에서, 존스는 우연과 도현을 무대로 초대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음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음악은 경쟁이나 유명세가 아닌,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우연과 도현은 그 자리에서 '별자리가 될 수 있다면'을 함께 불렀다. 우연의 목소리와 도현의 기타 소리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별자리를 그리는 것 같았다.
노래가 끝나고, 우연은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오랫동안 완벽한 별이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알게 됐어요. 별은 혼자서는 별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요. 우리는 서로 연결될 때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객석에서는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중 어떤 별은 밝게 빛나고, 어떤 별은 희미했다. 하지만 그 모든 별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만들고 있었다.

우연은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 새로운 노래의 제목을 적었다.

「우리가 그리는 별자리」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과거의 실패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 실패는 그녀를 넘어뜨렸지만, 동시에 새로운 길을 찾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우연은 이제 자신만의 별자리를 그리며, 그 빛으로 다른 이들의 길을 밝혀주는 별이 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경연대회에서의 우승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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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긷갤러1(14.53)

    서예지빠도 있었어?

    04.03 15: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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