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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한대]오펜하이머에게 보내는 편지앱에서 작성

래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02 2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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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쇼와(昭和) 20년, 그러니까 서기로는 1945년 8월 15일.
경성(京城)의 여름은 질척이는 찜통 같았다. 숨 막히는 열기가 온 세상을 누르고 있었지만, 적어도 내 응접실 안은 그나마 견딜 만했다.

서양에서 건너온 최신식 선풍기가 미적지근한 바람을 힘겹게 돌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이 선풍기도 조만간 주인이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정오를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응접실 한가운데 놓인 독일제 라디오에서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클래식이나 흘려보냈을 물건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온 조선, 아니 온 일본 제국(帝國)이 숨죽여 기다리는 소리가 나올 터였다.

“…….”

내 옆, 값비싼 비단으로 마감된 서양식 소파에는 레이제이 아야카(冷泉 彩香) 아가씨가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얼굴, 명문 화족(華族)의 영애다운 기품이 서려 있었지만, 가늘게 떨리는 어깨는 그녀의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그녀의 집안은 육군(陸軍)의 별들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니, 지금 이 방송이 어떤 의미일지 누구보다 잘 알 터였다. 아니, 어쩌면 모르고 싶었을지도.

라디오의 잡음이 잦아들고, 낮고 떨리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오래된 레코드판을 긁는 듯한, 그러나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 히로히토(裕仁) 천황의 *옥음방송(玉音放送)*이었다.

“짐(朕)은 깊이 세계의 대세(大勢)와 제국(帝國)의 현상(現状)을 감(鑑)하여…”

목소리는 딱딱하고 어려웠다. 고풍스러운 한자어(漢字語)와 격식 차린 말투. 아마 절반 이상의 신민(臣民)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을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분위기. 목소리에 실린 무게감.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

“...제국(帝國) 정부로 하여금 미(米)·영(英)·중(中)·소(蘇) 4국에 대하여 그 공동선언(共同宣言)을 수락(受諾)할 뜻을 통고(通告)케 하였다…”

포츠담 선언 수락. 즉, 무조건 항복. 패전(敗戰).

순간, 응접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렸다. 나는 찻잔을 들어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역시 영국산 얼그레이는 향이 좋아. 이런 상황에서도 차 맛을 음미할 수 있다니, 나란 남자,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침통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게 다 사회생활의 기본 아니겠는가.

“거짓말…”

아야카 아가씨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첫마디였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라디오를 노려보았다.

“거짓말이죠? 이와쿠니(岩國) 상.”

이와쿠니 쿠니오(岩國 國男). 황국신민(皇國臣民) 이인국(李仁國)의 새 이름이자, 내가 지난 몇 년간 공들여 쌓아 올린 페르소나였다. 그녀는 언제나 나를 이 친근하고도 격식 있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럴 리가 없어요… 신국(神國) 일본이… 천황 폐하(天皇陛下)께서… 어째서…”

그녀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 사이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투명한 눈물방울이 뽀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 감탄할 때는 아니지만. 귀족 아가씨의 비극적인 모습은 언제나 한 폭의 그림 같… 아니지, 정신 차리자 이인국.

아야카의 시선이 탁자 위로 향했다. 거기에는 내가 과일을 깎아주기 위해 잠시 꺼내 두었던, 손잡이에 은(銀) 장식이 박힌 작은 과도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하얀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과도 손잡이로 향하는 것을 포착한 순간, 나는 번개처럼 움직였다.

“아가씨!”

나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생각보다 더 가늘고 차가웠다. 비단 옷 소매 아래 드러난 하얀 살결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었다. 여기서 귀족 아가씨가 자결이라도 하면 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뒷수습도 귀찮고.

“놓으세요! 이와쿠니 상! 놓으란 말이에요!”

아야카는 예상외로 강하게 저항했다. 평소의 조신한 모습과는 달랐다. 절망이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이제 모든 게 끝났어요! 대일본제국은… 우리 가문도… 저도… 더는 살아갈 의미가…!”

나는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하지만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아가씨, 진정하십시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뭐라고요…? 지금 제정신이세요? 항복이라고요! 저 천한 미영(米英) 오랑캐들에게…!”

“그래서요?”

내 태연한 반문에 아야카는 잠시 말을 잃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는 대신,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아가씨, 너무 순진하십니다. 이런 날이 올 줄 정말 몰랐습니까?”

“네…? 그게 무슨…”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신형 폭탄. 섬광 하나에 도시 하나가 증발했다는 소식, 들으셨지요? 그리고 불과 며칠 전, 나가사키(長崎)에 또 하나. 그걸 보고도 ‘설마’ 했다면, 그건 아가씨의 순진함이 아니라… 어리석음입니다.”

내 말에 아야카의 눈이 커졌다. 물론 나도 그 ‘피카돈(ピカドン)’ 소식에는 등골이 서늘했다. 하지만 공포는 잠깐이었다. 중요한 건 그 공포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였다.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아, 올 것이 왔구나’ 직감했다. 그리고 즉시 플랜 B, 아니 플랜 C, D까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지만 일본은 신의 나라잖아요! 카미카제(神風)가 불 거라고…”

“아야카 아가씨.”

나는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내 눈빛에는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깊은 확신(確信)을 담았다. 물론, 그 확신의 9할은 연기였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이제 칼과 창, 아니 총과 대포로 싸우던 시대는 끝났어요. 버튼 하나로 도시를 날려버리는 시대가 온 겁니다. 그런 시대에 ‘신의 바람’만 믿고 있었던 게… 누구의 잘못일까요?”

나는 잠시 말을 끊고,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아까의 격렬한 절망은 조금 가라앉은 듯했다.

“일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적어도, 예전과 같은 시대는요. 하지만 그게 아가씨의 인생까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요.”

“기회라고요…? 조선인(朝鮮人)들이 들끓을 텐데요? 우리 일본인들은… 저 같은 화족은… 어떻게…!”

“걱정 마십시오.”

나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이 미소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거울 앞에서 얼마나 연습했던가.

“이 이와쿠니… 아니, 이제 다시 이인국(李仁國)으로 돌아갈 시간인가.”

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아야카를 안심시켰다.

“이 이인국에게는 다 생각이 있습니다. 아가씨와, 아가씨 가문의 *미래(未來)*까지도요.”

내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몇 수 앞을 내다본 체스 마스터처럼. 물론 내 머릿속은 지금부터 벌어질 혼돈 속에서 어떻게 최대한의 이득을 뽑아낼까 하는 계산으로 복잡했지만, 그녀에게 그런 속내를 보일 필요는 없었다.

“정말… 정말인가요?”

“물론입니다. 제가 언제 허튼 소리 하는 것 봤습니까?”

나는 그녀가 잡고 있던 과도를 슬며시 빼앗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은장 손잡이가 차갑게 빛났다.

“그러니 아가씨는 잠시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제가 나가서 상황을 좀 파악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확실히 다져놓고 오겠습니다. 아시겠죠?”

내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에, 아야카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젖은 눈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득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내가 던져준 가느다란 희망의 밧줄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절박함이 비쳤다.

됐다. 1단계는 성공이다.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지.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응접실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바깥세상은 이제 막 혼돈의 서막을 열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혼돈은 언제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기회였다.

2.

아야카(彩香) 아가씨를 잠시 응접실에 남겨두고, 나는 서둘러 내 방으로 향했다. 심장이 미묘하게 뛰고 있었다. 두려움? 아니, 그보다는 흥분, 기회에 대한 짜릿한 예감이었다. 방문을 잠그고, 나는 옷장 가장 깊숙한 곳,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법한 낡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삐걱거리는 경첩을 열자, 그 안에는 곱게 접힌 천 조각이 들어 있었다.

꾸깃꾸깃했지만, 그 색깔과 문양만큼은 선명했다. 순백의 바탕 위에 자리한 붉고 푸른 태극(太極) 문양, 그리고 네 귀퉁이를 지키는 건곤감리(乾坤坎離). 바로 태극기(太極旗)였다. 이걸 언제 준비해뒀더라? 아마 몇 년 전, 상해(上海) 임시정부(臨時政府) 쪽과 잠시 연락이 닿았을 때, ‘혹시나’ 해서 구해뒀던 물건이었지. 그때는 그저 보험 삼아 챙겨둔 것이었지만, 오늘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역시 나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다니까.

나는 태극기를 조심스럽게 펼쳐 품 안에 깊숙이 넣었다. 그 위로 낡았지만 여전히 몸에 잘 맞는 서양식 양복을 걸쳤다. 마지막으로 현관 옆에 놓인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어제까지 일본인 고관대작(高官大爵)들 앞에서 비굴할 정도로 허리를 굽히고, 아첨하는 미소를 흘리던 ‘이와쿠니 쿠니오(岩國 國男)’는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눈에는 조국(祖國)을 되찾은 감격과 일제(日帝)에 대한 분노,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결연한 의지… 같은 것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입꼬리는 살짝 아래로 내려 비장미를 더하고, 미간에는 적당한 주름을 잡아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연출했다.

“좋아. 이 정도면… 완벽하군.”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 나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섰다.

찌는 듯한 더위 속 거리.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억눌렸던 함성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해방(解放)의 기쁨과 흥분, 그리고 약간의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거리 곳곳에는 숨겨져 있던 태극기가 내걸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외쳤다.

“만세! 대한독립(大韓獨立) 만세!”

나도 질 수 없었다. 품 안에서 태극기를 꺼내 서툴지만 힘차게 흔들며,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우리 민족(民族) 해방이다!”

내 갑작스러운 등장과 열정적인 외침에 주변 사람들이 잠시 흠칫했지만, 곧 그들도 다시 환호성에 묻혔다. ‘저 사람도 우리 동포(同胞)구나!’ 하는 눈빛들. 그래, 나는 오늘부터 그 누구보다 열렬한 애국지사(愛國志士) 이인국(李仁國)이다.

인파를 헤치며 나아가는 동안, 나는 흘깃흘깃 주변을 살폈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의 일본인들, 겁에 질려 숨을 곳을 찾는 순사(巡査) 나부랭이들, 그리고 이 혼란을 틈타 무언가를 약탈하려는 불량배들까지. 그야말로 혼돈(混沌)의 카오스였다. 그리고 이런 혼돈 속에서야말로 진정한 기회가 숨 쉬는 법이지.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조선 총독부(朝鮮總督府)에서 내무국(内務局) 참사관(參事官)을 지냈던 야마모토 겐지(山本 健二)의 사택(舍宅)이었다. 그는 나의 ‘사업’에 여러모로 편의를 봐주었고, 나 또한 그에게 적잖은 ‘성의’를 표시하며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의 집은 명동(明洞)에서도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제법 큰 규모의 일본식 가옥이었다.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담벼락 너머로 불안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대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좀 더 세게 두드리며 외쳤다.

“야마모토 상! 저요, 이와쿠니입니다! 문 좀 열어보시오!”

잠시 후, 문이 아주 살짝 열리고, 하얗게 질린 야마모토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내 품에 얼핏 보이는 태극기를 보고는 더욱 겁먹은 표정이 되었다.

“이, 이와쿠니 군…! 자네가 어쩐 일인가?”

“어쩐 일이긴요. 야마모토 상을 구하러 왔지요.”

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닫힌 문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야마모토는 마지못해 나를 안으로 들였다. 집 안은 예상대로 엉망이었다. 중요한 서류를 태운 듯한 재 냄새가 났고, 여기저기 짐을 싸다 만 흔적이 역력했다.

“이와쿠니 군! 도와주게! 제발! 나를… 나를 안전한 곳으로…!”

그는 거의 울먹이며 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을 기세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심시키는 척 말했다.

“야마모토 상. 진정하십시오. 제가 누굽니까. 당신의 오랜 친구 아닙니까. 제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오오, 고맙네! 정말 고맙네! 이 은혜는 평생…!”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난리 통에 일본인 고관(高官)을, 그것도 야마모토 상 같은 거물(巨物)을 안전하게 빼돌리려면… 상당한 *위험(危險)*과 *비용(費用)*이 따릅니다. 아시겠지요?”

내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었는지, 야마모토의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떨리는 손으로 안방 벽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묵직해 보이는 비단 주머니와 두툼한 서류 봉투 몇 개를 꺼내 내밀었다.

“이, 이걸로 되겠나? 금괴(金塊) 약간과… 명동 상점가의 땅문서(地券) 몇 개일세…”

“흠…”

나는 내용물을 대충 훑어보는 척했다. 사실 이미 그의 재산 목록은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야마모토 상의 목숨값, 그리고 가족분들의 안전까지 생각하면… 솔직히 턱없이 부족합니다만… 뭐, 급한 대로 이걸로 성의를 보이셨다 생각하지요. 나머지는… 제가 일을 성사시킨 후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나는 금괴 주머니와 땅문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 가방에 쑤셔 넣었다. 야마모토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등 뒤에서, 나는 그가 이를 갈며 내뱉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조센징(朝鮮人)*은… 역시 믿을 게 못 돼… 은혜를 원수로 갚는군…”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은혜? 내가 당신에게 받은 건 부스러기였고, 내가 바친 건 내 영혼… 아니, 연기력이었지.’

야마모토에게는 ‘며칠 안에 연락할 테니,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고 숨어 있으라’는 신신당부를 남기고, 나는 그의 집을 나섰다. 다음 목표는 조선 주둔군 사령부(司令部)에서 보급을 담당했던 다나카 쇼이치(田中 正一) 소좌(少佐)였다. 그는 군수물자(軍需物資)를 빼돌려 뒷돈을 챙기는 데 일가견이 있었고, 나 역시 그의 ‘도움’으로 몇몇 사업에서 재미를 봤었다. 물론, 그 대가로 기생(妓生) 접대와 뇌물(賂物)을 꾸준히 바쳐야 했지만.

다나카는 용산(龍山)의 군 숙사(軍 宿舎) 근처, 허름한 창고에 숨어 있었다. 그는 야마모토보다 더 겁에 질려 있었다. 군복(軍服)이라도 벗어 던졌는지, 때 절은 쓰메에리(詰襟) 학생복 같은 것을 입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이와쿠니…! 자네가 여길 어떻게…!”

“소좌(少佐) 나으리. 저를 너무 얕보시는군요. 이런 상황일수록 정보가 생명 아니겠습니까.”

나는 다나카를 발끝으로 툭 차며 말했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살려주게… 제발… 조선인들에게 잡히면 난… 난…!”

“알고 있습니다. 소좌 나으리의 ‘전쟁 중 공적(功績)’에 대해서는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지요. 특히 만주(滿洲)에서… 크흠.”

내 말에 다나카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그는 내가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 듯했다.

“원하는 게 뭔가? 말해보게!”

“소좌 나으리께서 ‘비상시’를 대비해 숨겨두신… 그 ‘특별 자금’과… 그리고 혹시, 총독부 지하 비밀 금고 열쇠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지?”

다나카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내 싸늘한 눈빛과 마주치자 결국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창고 구석의 썩은 마루판 밑에서 기름종이에 싼 돈다발(그의 계급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액수였다)과 작은 열쇠 꾸러미를 꺼내 나에게 건넸다.

“이것뿐이네… 정말 이것뿐이야…!”

“고작 이 정도로 저의 위험 부담과 수고를 때우시겠다? 소좌 나으리, 너무 염치가 없으신 거 아닙니까? 제가 듣기로는… 나주(羅州) 평야에 차명(借名)으로 사둔 농장(農場)이 꽤 된다던데… 그 권리증서(權利證書)도 함께 주셔야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만.”

다나카는 거의 실신할 지경이었지만, 결국 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의 마지막 발악 같은 저주를 들으며 창고를 나섰다.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놈…! 시카타가나이(仕方がない)… 이것도 운명인가…”

거리로 다시 나왔을 때는 해방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열기 속에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마침 종로(鍾路) 네거리에서 성난 군중들이 한 일본인 상점 주인을 둘러싸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언뜻 보니, 평소 조선인들에게 고리대금(高利貸金)을 하며 악독하게 굴기로 소문난 가네다(金田) 상회 주인이었다. 그는 나에게도 몇 번이나 아쉬운 소리를 하며 접근했지만, 나는 그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바로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군중 속으로 파고들어, 가장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저 자다! 저 악질(惡質) 친일파(親日派) 앞잡이! 우리 동포(同胞)들의 고혈(膏血)을 빨아먹던 흡혈귀(吸血鬼) 같은 놈!”

내 외침은 군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가네다를 손가락질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똑똑히 보았소! 저 자가 일본 *겐페이타이(憲兵隊)*에게 우리 독립운동가(獨立運動家)들을 밀고(密告)하는 것을! 저 자의 창고에는 우리 조선 농민들에게서 빼앗은 쌀가마니가 가득 쌓여 있을 것이오!”

물론 전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나를 ‘정의로운 애국자’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내 선동에 넘어간 군중은 더욱 격앙되어 가네다에게 달려들었다. 아비규환(阿鼻叫喚) 속에서 나는 슬쩍 뒤로 물러났다. ‘미안하게 됐수다, 가네다 씨. 당신의 희생 덕분에 내 입지가 좀 더 탄탄해질 것 같으니.’

소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나는 즉석에서 연단(演壇) 삼아 쓸 만한 빈 나무 상자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목청을 높였다.

“동포 여러분! 우리는 드디어 해방을 맞았습니다! 이것은 수많은 애국선열(愛國先烈)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위대한 승리(勝利)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군중을 둘러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진정한 독립(獨立)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땅에는 일본군(日本軍)이 물러난 자리를 노리는 외세(外勢)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소련(蘇聯)이 북쪽에서 내려오고 있고, 남쪽에서는 미국(美國)이 상륙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나는 잠시 극적인 침묵을 두었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바로 강력한 국방력(國防力)입니다! 우리의 자주국방(自主國防)을 위해, 저 강대국(强大國) 미국으로부터 최신식 무기(武器)를 사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군대(軍隊)를 창설해야 합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나라를 지킵시다! 이 이인국이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분의 피 같은 *애국성금(愛國誠金)*을 모아, 우리 손으로 당당한 자주독립국가(自主獨立國家)를 건설합시다!”

내 열변(熱辯)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여기저기서 “옳소!”, “이인국 선생 만세!”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쌈짓돈, 가락지, 비녀 등을 꺼내 나에게 건넸다. 순식간에 나무 상자 위에는 제법 많은 돈과 귀중품이 쌓였다.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쓸어 모아 미리 준비한 자루에 담았다.

“동포 여러분의 이 뜨거운 애국심(愛國心)! 제가 반드시 ‘조선 건국 준비 위원회(朝鮮建國準備委員會)’에 전달하여, 우리 조국의 국방(國防)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 돈이 건준위로 갈 일은 없었다. 이 돈은 전부… 나와 아야카, 그리고 나의 ‘새로운 조국’에서의 안락한 미래를 위해 쓰일 예정이었다.

군중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뒤로하며, 나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슬슬… 진짜 ‘큰손’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해방된 조국의 하늘 아래, 나의 야망은 이제 막 날개를 펼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3.

며칠 후, 경성(京城)의 혼란은 극에 달했지만, 나는 이미 그 아수라장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덕수궁(德壽宮) 석조전(石造殿) 근처에 임시로 마련된 미군정(GHQ) 연락사무소였다.

아직 정식 대사관(大使館) 간판이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성조기(Star-Spangled Banner)가 펄럭이는 그곳에는 이미 새로운 권력의 향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가장 점잖은 양복을 차려입고, 유창한 영어(물론, 이것도 생존을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갈고 닦은 기술이었다)로 나를 소개했다.

"저는 이인국이라고 합니다. 경성제국대학(Kei-jo Imperial College)에서 법학(Legal Arts)을 공부했고, 잠시나마 이 땅의 행정(Administration)에 관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해방된 조국의 재건과 미 군정과의 원활한 협력(cooperation)을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악질 친일파(親日派)' 명단(물론, 이미 내가 단물을 다 빨아먹었거나, 나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인물들 위주였다)과 함께, '앞으로 한반도 정세 안정화를 위해 협력할 만한 온건파(穩健派) 인사 리스트'(여기에는 당연히 내 이름이 가장 위에 있었다)를 건넸다. 또한, 소련(蘇聯)의 남하 가능성과 공산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자유 민주주의(自由 民主主義) 수호(守護)를 위한 미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다. 내 현란한 언변과 시의적절한 정보 제공에 미군 장교(G.I.)들은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드넓은 태평양(太平洋)을 가로지르는 호화(豪華) 크루즈선의 갑판 위에 서 있었다. 옆에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아야카(彩香) 아가씨가 서 있었다.

그녀는 이제 빛바랜 기모노(着物) 대신, 미국에서 막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심플한 디자인의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우리가 탄 배는 단순한 여객선이 아니었다. 미 군정이 특별히 마련한, 일본에 남아 있던 소수의 연합국(聯合國) 인사들과 '특별 협력자'들을 안전하게 미국 본토(本土)로 이송하기 위한 배였다. 물론, 이 배에 오르기 위해 내가 얼마만큼의 '성금'과 '정보'를 미군 측에 제공했는지는… 아야카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이야기였다.

"인국 씨…" 아야카는 가냘픈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창씨개명(創氏改名)한 이름 대신, 내 본명(本名)을 부르는 것도 이제 제법 익숙해진 듯했다.

"우리는… 정말 괜찮을까요? 아버님과 어머님은… 하와이(Hawaii)라는 곳에서 잘 지내실 수 있을까요? 거기도 결국 미국 땅인데… 우리 같은 일본인(日本人)을…"

그녀의 걱정은 당연했다. 패전국(敗戰國) 국민, 그것도 한때 적국의 귀족(貴族)이었던 이들이 승전국(勝戰國)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터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모든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야카, 걱정 마시오."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바닷바람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하와이는 단순한 피난처(避難處)가 아니오. 기회의 땅이지. 이미 전쟁 전부터 많은 일본계 이민자(移民者)들이 터전을 잡고 있었고, 전쟁 중에는 잠시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제 곧 달라질 거요."

나는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눈에는 이미 하와이의 푸른 바다와 야자수 너머, 미국 본토의 눈부신 미래가 펼쳐지고 있었다.

"진주만(眞珠灣) 공습 때문에 잠시 얼어붙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생각보다 실용적(實用的)이오. 일본계 2세들로 구성된 442 연대(聯隊)가 유럽 전선(戰線)에서 얼마나 용맹하게 싸웠는지 아시오? 그들의 희생 덕분에 미국 내 일본인들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뀔 거요. 물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나는 아야카를 돌아보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와이는 시작일 뿐이오. 진짜 무대(舞臺)는 미국 본토(本土)에 있지. 지금 미국은 전쟁 특수(戰爭 特需)로 엄청난 호황(好況)을 누리고 있소. 유럽과 아시아가 폐허가 된 동안, 미국은 군수물자를 팔아 막대한 부(富)를 축적했지. 이제 그 돈이 미국 사회 곳곳으로 흘러 들어갈 거요. 자동차(自動車), 냉장고(冷蔵庫), 텔레비전(television)… 온갖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더 넓은 집, 더 풍요로운 삶을 원하게 될 거란 말이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생각해 보시오, 아야카. 전쟁이 끝났으니 군인들이 집으로 돌아오겠지? 그들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새로운 집을 살 거요. 레빗타운(Levittown) 같은 교외(郊外) 주택 단지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날 거고, 그들을 위한 도로와 학교, 상점들이 필요해지겠지. 이건 엄청난 건설(建設) 붐을 의미하오. 그리고 나는… 바로 그 기회를 잡을 거요."

내 말에 아야카는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아마 내가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는 것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생존(生存)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승자(勝者)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신 아버님의 인맥(人脈)과 내가 가진 정보(情報), 그리고… 여기 이 자금(資金)을 합치면, 우리는 미국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소. 부동산(不動産) 투자, 혹은 전쟁으로 기술이 급성장한 제조업 분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오. 일본이나 조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거요."

그때, 아야카의 시선이 내 발치에 놓인 큼지막한 가죽 가방에 머물렀다. 그 안에는 경성에서 '애국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긁어모은 돈뭉치와 야마모토, 다나카 같은 자들에게서 빼앗은 금괴, 보석, 그리고 각종 이권(利權) 서류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종잣돈이었다.

아야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궁금증과 함께, 어쩌면 마지막 남은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이 섞여 있는 듯했다.

"인국 씨… 그럼… 그때 종로에서 모았던 그 돈들은… 정말로… 조선의 독립(獨立)을 위해서…?"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 남자가, 겉으로는 기회주의자(機會主義者)처럼 보였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불타는 애국심(愛國心)을 숨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 순진한 아가씨를 어찌하면 좋을까.

"아야카."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조선의 독립? 물론 역사적(歷史的)인 사건이지. 하지만 그게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소?"

"네…?"

"저 돈? 그래, 분명 조선 민중(民衆)들의 피와 땀이 섞여 있겠지. 하지만 그 돈으로 미국에서 무기(武器)를 사서 조선으로 보낸다? 하!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요? 지금 조선은 소련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요.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라고. 그런 혼란 속에서 자주국방(自主國防)? 웃기는 소리지."

나는 가방을 발끝으로 툭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 돈은… 오로지 나와 당신, 우리의 미래(未來)를 위해 쓰일 거요. 안전하고 풍요로운 미국 땅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갈 우리의 기반(基盤)이 될 자금이란 말이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차갑게 식은 눈으로 아야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실망과 혼란, 그리고 약간의 공포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가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창한 '애국' 따위는 나에게 없소. 내가 충성(忠誠)하는 대상은 오직 하나뿐이오. 바로 나 자신이지. 그리고 이제… 당신도 포함해서."

나는 짐짓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의 성공(成功)과 안위(安危), 그리고 당신의 행복(幸福). 그것이야말로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가치(價値)이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愛國) 아니겠소?"

내 궤변(詭辯)에 아야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파도 소리만이 우리의 침묵을 채울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이 남자의 본질(本質)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배는 망망대해(茫茫大海)를 건너고 있었고, 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선택지란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체념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나의 마지막 변신(變身)을 선언했다.

“이제 슬슬… 과거(過去)의 이름들은 잊어야 하지 않겠소?”

“네…?”

“이와쿠니(岩國)도, 이인국(李仁國)도… 다 지나간 시대의 이름들이지. 새로운 땅에서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한 법이오.”

나는 씩 웃으며, 캘리포니아(California)의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앞으로는 나를 ‘조셉(Joseph)’이라고 불러주시오. 조셉 리(Joseph Lee).”

크루즈선은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머에는 새로운 기회의 땅, 아메리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해방된 조국의 함성도, 스러져간 제국의 비명도 이제는 아득한 배경음처럼 멀어져 갔다. 내 앞에는 오직 성공과 부(Wealth)를 향한 야망만이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트로피처럼, 아야카… 아니, 이제 조셉 리의 여자가 될 그녀가 서 있었다.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바로 나, 조셉 리를 위한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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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18.235)

    아수스도 사면안된다

    04.03 0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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