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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레즈씬이 좋아

ㅇㅇ123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3 05: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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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fbcde22ecd139ab2eed86e7479c756f23de9d4ffd854f71b195861a5b8be4b6f6a4cebf5483021ec04a990cebae744b






 지직.


 지지지직.


 “선ㅡ.”


 누군가의 목소리.


 기계음에 가까운.


 지직.


 지지지직.


 “선배.”


 익숙한 호칭.


 여전히 낯선 목소리.


 다만 매 초마다 세세한 부분에서 조정이 가해져 세밀한 딥 페이크 작업 끝에 목소리는 료가 익히 듣던 것으로 변했다.


 “선배.”


 아카네다. 료가 그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자 그의 정신에 걸려 있던 락이 부분적으로 해제되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왠지 혼란스러웠다. 그는 호화롭게 꾸며진 방 안에 있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전후 과정이 잘 떠오르질 않았다.


 “왜 그러세요?”


 료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봤다. 그의 바로 뒤편에 아카네가 철썩 달라붙어 있었다. 부담스러울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그게...”


 료는 말하다 말고 위화감을 느꼈다. 목소리가 이상하다. 원래 그의 굵직한 저음이 아니었다. 마치 여자의 것처럼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료는 정면에 위치한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등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 짙은 속눈썹과 오뚝한 코, 작고 붉은 입술, 제법 성숙하게 부풀어 있는 가슴과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허리, 가랑이에 있어야 할 물건은 없고 수줍게 다물어져 있는 작은 균열이 나있을 따름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무심코 넋 놓고 바라보게 될 그런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이다. 료와의 연관점은 고작해야 차가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날카로운 눈매와 회색 눈동자밖에 없다.


 왜 이런 모습이 되어 있는 거지...? 게다가 알몸이다.


 혼란에 빠져 있던 것도 잠시, 뒤에서 아카네가 손을 뻗어 료의 가슴을 움켜쥐더니 말했다.


 “아름다워요 선배. 질투가 날 정도예요.”

 

 아카네가 사정없이 가슴을 주물렀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유두를 스쳐갈 때마다 료는 깜짝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신체가 놀랍도록 민감했다. 그게 여자라서 그런 건지 이 아바가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둬, 아카네. 이게 대체... 왜 내가 갑자기 여자 아바타를 쓰고 있는 거야?”

 “네? 무슨 소리예요? 선배도 참, 아바타를 교체해본 게 너무 오랜만이라 전뇌화 칩에 무리라도 간 건가요?”


 이내 료의 머릿속에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아바타를 고른 건 다름이 아니라 자신이었다. 이유는 아카네를 지도하기 위함.


 겉으론 성실하고 착하며 또한 열혈 형사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청초한 느낌의 젊은 아가씨인 아카네에겐 누구에게도 말 못할 꺼림칙한 비밀이 한 가지 있다.


 그건 바로 그녀가 싸이코에 가까울 정도로 광적인 레즈비언이라는 것이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하면, 범법의 범 자도 모르는 그녀가 무심코 범죄에 손을 댈 뻔한 게 출근 중 우연히 만난 여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가가 말을 걸었다가 매몰차게 대해졌을 때였다고 한다.


 본인 말로는 그대로 납치해서 집에 데려가고 싶단 생각을 떨쳐버리느라 엄청 애를 썼다고 한다.


 다만 아카네의 부모님은 보수적인 성향인데다 주위 사람들도 그런 것엔 일체 관심이 없어서 괜히 트러블을 만들지 않으려 철저히 숨긴 채 지냈다고.


 그러다가 최근에 아카네가 료에게 대뜸 커밍아웃을 해왔다. 그러고는 말하길, ‘선배를 범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때의 아카네는 일체 과장 없이 말 그대로 눈이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그녀가 말하길, 예전부터 자기 취향이었던 게 바로 도도한 느낌의 여자였다고 한다. 아카네 왈, ‘딱 선배 같은 느낌의 여자예요’


 료는 당연히 거절했다. 이 년이 미쳤나 싶었다. 하지만 아카네도 물러섬이 없었다. 그녀는 형사 앞에서 당당하게 선포했다. ‘들어주지 않으면 누구든 붙잡아서 강제로 할 거예요. 후배가 범죄자가 되는 거라고요?’


 료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아카네는 진심인 것 같았다. 애초에 장난삼아 저런 말을 할 만큼 성격이 고약한 녀석도 아니었다.


 료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마지못해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둘은 약속을 잡고 이처럼 호텔에서 만난 것이다.


 미리 예약해 둔 방으로 들어온 후에 료는 아카네가 준비해 온 여성 아바타로 바디를 교체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잠시 잊고 있었던 건, 여태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여성용 아바타는 써본 적이 없기에, 아마 잠시 뇌에 부하가 걸려 기억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한 탓이 아닐까 싶다.


 “아님, 선배가 보기에도 아바타가 너무 예뻐서 순간 정신을 놓았던 건가요?”


 아카네가 유두에다 댄 손가락을 음흉하게 놀려대며 말했다. 료는 처음엔 간지러워 몸을 떨다가 점점 묘한 느낌으로 변해 얼굴이 붉어졌다.


 “그만해, 임마!”


 료가 아카네의 손을 떼어놓곤 돌아서서 꿀밤을 먹였다. 그러자 아카네가 머리를 감싸 쥐고선 억울한 듯이 말했다.


 “뭐예요, 오늘 하루 동안 선배는 내 장난감이 되기로 했잖아요.”

 “없는 말 지어내지 마. 내가 응했던 조건은 어디까지나 딱 한 번 성관계를 맺고 끝나는 거였어.”

 “그게 그거죠 뭐.”

 “뭐가 그게 그거냐. 됐으니까 최대한 간단하게 끝내.”


 료는 말하면서도 아카네가 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가 아는 성적인 행위란 보통 남자와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는 게 얼마 되지는 않지만.


 료는 남자치고는 드물게도 성욕이 원체 적은 편이었다. 그래서 딱히 연인 관계인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위 또한 아주 가끔 가다 한 번씩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래서 남자라면 어떤 식으로든 알게 되는 다양한 성적 지식들에 관해서도 일자무식에 가까웠다. 그가 아는 성행위에 대한 용어들은 보통 공식 석상에서 쓰일 법한 딱딱한 명칭들이었다. 이는 성과 관련된 사건들을 자주 맡다 보니 자연스레 익히게 된 것으로, 그래서 료는 펠라가 뭔지는 몰라도 구강성교에 대해선 얼추 알고 있었다.


 료는 그래서 아카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을 때도 내심 난처했다. 여자끼리의 섹스라니,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감이 오질 않았다. 말하자면 한 평생 수동만 탄 사람이 처음으로 오토를 탔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저, 스틱은 어디 있습니까? 예? 없다고요? 그럼 뭘로 갑니까? 지들끼리 알아서 잘 만져 준다고요? 거 참 요상한 세상이다.


 “역시 뭘 모르네요. 여자끼리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드라고요.”

 “뭔 무드여. 그냥 대충해.”

 “안 돼요! 제대로 확실하게 만족할 정도로 하지 않으면 했다고 치지 않을 거예요. 대충 하고 때워야지 그런 건 용납할 수 없다고요. 섹스가 장난이에요?!”


 아카네가 활활 눈동자를 불태우며 말했다. 료는 그런 그녀를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보고 역할놀이를 하라고? 하기 싫은 건 둘째 치고 잘할 수 있을 리도 없잖냐.”

 “걱정 마요. 제가 리드할 테니까요. 적당히 맞춰 주기만 하면 돼요.”

 “그 말을 들으니 더 불안한데...”

 “쓸데없는 말은 금지! 분위기를 깨니까요.”


 아카네가 그리 말하고는 이내 두 팔을 크게 벌렸다.


 “자! 제 품에 안기세요!”


 료는 눈을 가늘게 뜨고선 아카네를 쳐다봤다. 아카네는 아랑곳하지 않고선 팔을 더 크게 벌렸다. 료는 한숨을 푹 내쉬고선 다가가 아카네의 품에 파고들었다. 료가 그 상태로 쭈뼛쭈뼛 서있자 아카네가 팔을 오므리더니 료의 허리와 엉덩이를 붙잡았다.


 “후욱후욱... 아주 좋아요... 잠시 가만히 있으세요...”


 이 녀석, 사실 알고 보니 본체는 남자인 거 아니야? 료는 갑자기 의심스러워졌다.


 아카네가 고개를 수그려 료의 가슴에다 대고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료는 코앞에서 아카네를 바라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이 녀석 키가 이렇게 컸던가. 료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가 이내 자신이 작아진 것임을 알아차렸다. 원래는 한 뼘도 넘게 차이가 났는데, 이젠 눈높이가 거의 비슷했다.


 “선배, 근데 그거 아세요?”

 “어, 어 뭐가?”


 딴 곳에 신경이 가 있던 료는 아카네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자 당황해 대꾸했다.


 이내 아카네가 사뭇 진지해진 투로 말했다.


 “그 아바타, 엄청 연약하거든요.”


 스윽 고개를 들어 료를 마주본 아카네의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료에게 있어선 익숙하기도 한 눈빛이었다. 약자를 대하는 강자의 눈빛. 인간이 보다 짐승 같은 면모를 띠게 되었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잔혹함이다.


 이내 아카네가 료의 손을 끌어 침대에 드러눕혔다. 료는 당혹스러운 눈길로 아카네를 쳐다봤다. 전혀 저항하질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손아귀에 힘을 가한 걸 알아차린 순간에 역으로 제압했을 텐데.


 “제가 뭔 짓을 해도 선배는 저항할 수 없어요.”


 아카네가 침대 위로 올라와 엎드린 채로 서서히 료에게 다가왔다. 이내 아카네가 료의 위에 올라 타 바로 위에서 내려 보았다.


 “너, 너무 과몰입 한 거ㅡ.”


 료가 말하던 중에 아카네가 입술을 포개어 왔다. 료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뿌리치려고 손으로 밀어내자 아카네가 역으로 팔을 붙잡더니 억눌러 침대에 고정시켰다. 이내 아카네가 혀를 집어넣었다. 료는 그걸 알아차리곤 기겁해서 이마로 아카네의 머리를 때렸다.


 “아얏!”

 “저, 적당히 해 멍청아! 넌 섹스랑 강간도 구분 못 하냐!”

 “선배도 참... 한창 달아오르는 중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난 안 해. 알겠냐?”

 “안 할 거면 어쩔 건데요?”

 “...뭐?”


 아카네가 만면에 차가운 웃음을 짓고선 대꾸했다.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후배의 하극상에 료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자 아카네가 입고 있던 옷을 단숨에 벗어서 저 멀리 던져버리곤 다가와 지근거리에서 료를 마주보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오늘 하루 동안 선배는 내 장난감이라고요.”

 “...네 멋대로 정한 거잖아.”


 료는 애써 떨림을 감추며 말했다. 단숨에 역전된 관계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형사조차도 동요하게 만들었다.


 “싫다고 해도 선배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이 방, 특실이라 서버가 분리되어 있거든요. 흔히들 그러잖아요? 아무리 소리쳐도 도와주러 올 사람은 없다고. 선배가 처한 상황이 꼭 그렇다고 생각 들지 않으세요?”

 “내가 이런 아바타를 쓰고 있다고 해서... 너 하나 이기지 못할 거 같아?”

 “어머, 그럼 해보실래요?”


 아카네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오기 때문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이기기 어렵단 걸 료도 느끼고 있었다. 이 아바타가 연약한 것도 있지만 아카네도 훈련을 성실히 받아 건장한 성인 남성도 손쉽게 제압할 정도로 일반인 기준에선 전투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편이기에.


 “너, 내가 맞춰 주고 있다 해서 착각하는 모양인데 오늘만 살 거 아니면 적당히 해라...”

 “뒤탈이 두려웠으면 선배한테 부탁하지도 않았어요.”


 아카네가 스멀스멀 입 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너무 멋진 걸요... 선배처럼 고압적이고 까칠하고 냉철하며 항상 누군가의 위에 있는 여자를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서 멋대로 쥐고 흔드는 건.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아카네가 얼굴을 감싸 쥐고선 환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점점 맛이 가고 있는 후배의 모습을 보며 료는 자기가 너무 아무 생각 없이 끔찍한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나 하고 뒤늦게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호신용 스프레이 하나는 숨겨서 올 것을. 아니면 너클이나.


 “난 남자야. 잊은 건 아니지?”

 “선배...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자길 어떻게 인식하느냐죠.”


 이 멍청이도 정론을 말할 줄 아는군. 료는 몰랐던 후배의 다양한 모습들에 내심 감탄했다.


 이내 아카네가 고개를 숙이더니 료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을 포개었다.


 료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할까. 남자였던 시절에도 아카네에 대한 감정이 아예 없던 건 아니기에 그녀와의 키스는 료에게 있어서도 그리 싫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단지, 그게 누구든 간에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걸 꺼림칙하게 여기는 료이기에 그 순간에도 약간의 주저가 들었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전부 연기니까. 그냥 적당히 맞춰 주다가 끝내면 된다. 괜히 나중에 가서 뭔가를 더 요구하거나 들러붙으면 그때 칼같이 선을 그으면 되는 거니까.


 그리 생각하는 와중에 아카네가 혀를 집어넣어 왔다. 입 안에 타인의 것이 들어오자 료는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을 느껴 뿌리치려 했다. 다만 아카네가 알아차리고선 팔을 붙들어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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