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어디쯤엔가 한 축구 선수가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가난이라는 불치병 아래서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빈속으로 수돗가에 숙여 차가운 물을 들이켜던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축구를 포기하고 돼지 도축이라도 해야 하나, 그는 그렇게 멍하니 서서 고민에 잠겼다.

그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한국인 친구 백씨가 조용히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백씨는 그를 집으로 데려가 당시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노란색 캔에 담긴 고급 햄과 갓 지은 따뜻한 쌀밥을 내주었다. 

그 한 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 한 끼는 굶주린 그의 몸을 넘어, 영혼의 깊은 틈새로 스며들어 차갑게 비어 있던 공간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웠다.

밥을 먹는 동안 백씨가 나지막이 말했다. 

“너는 정말 재능이 많아. 이렇게 포기하면 안 돼.” 

 훗날 그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회고했다. 

“내가 성공해야 할 명분이 생긴 날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 최고의 선수가 되어 친구와 함께 그 영광을 누리리라!"

하지만 짓궃은 운명은 그 다짐을 비웃듯 얼마 뒤 백씨는 불의의 사고로 떠나 버렸다. 

깊은 슬픔이 그의 세계를 뒤덮었다. 그러나 그는 친구를 잊지 않기로 했다. 

백씨가 차려준 따뜻한 햄을 기리며, 그는 백네임에 ‘BECKHAM’을 새겼다. 데뷔전부터 은퇴의 순간까지, 그는 그 이름을 달고 매 경기마다 그라운드를 달렸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친구와의 추억이 가슴에서 되살아났고, 그를 향한 그리움은 땀과 함께 잔디 위로 흩어졌다.

‘BECKHAM’은 단순한 백네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난했던 소년에게 희망을 건넨 친구와의 약속이었다. 

그의 열정을 달로 쏘아 올리는 위대한 연료였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우정의 불씨였다. 

경기장 안에서 바람이 그의 등을 밀 때마다, 그는 느꼈다. 백씨가 어딘가에서 여전히 그를 지켜보며 미소 짓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