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새벽을 참 좋아한다.
새벽은 유일하게 참 조용한 시간이라서 참 좋다.
낮의 시간을 일이나 리서치, 학교 과목들로 채우고 나면...
다시 내 방에 돌아와 꼭 낮잠을 자고...그러다가 새벽까지 깨어있는다.
어릴때 시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라서 그런지,
도시 생활은 내겐 참 낯설었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는 마음에,
나는 인위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수 밖엔 없었다.
어려서부터 그래도 쭉 난 혼자 노는걸 좋아했던 것 같다.
몇몇의 단짝들이랑 속마음을 털어놓는것 외에는, 책을 읽거나 그렇게 보냈다.
아빠와 주말이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던 다정한 기억이 있는데...
그런 소박한 행복했던 기억이 가끔씩 든다.
현실에서 낙이 없는 내 삶에 오아시스같은, 그런 작은 기억들이다.

 난 사람들이 시끄럽게 싸우는걸 참 싫어한다.
심지어는,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마저 싫어한다.
시끄러운건, 소란스러운건, 나랑은 그냥 잘 안맞는것같다.
보기에는 어때 보일지 모르지만, 난 말보단 눈물이 앞서는편이다.
감동을해도, 슬퍼도, 화가나도, 당황스러워도.
말보단 늘 눈물이 먼저 앞선다.
예나 지금이나 아빠의 작은 장소에 가면, 난 택시안에서부터 엉엉운다.
나를 안쓰럽게 생각한 이모나 가족들은 날 위로하느라 진땀을 빼는데.
한껏 자존심이 센 나는 그것 마저도 모른채한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런적은 한두번도 아니지만.
매번 날 울리는 것들이 있다. 그냥 옛날 사진들과, 그냥 가끔
엄마를 생각하면 그렇다. 내가 다른 자식들처럼 열의도 없고
경쟁심도 없고, 그리고 오냐오냐 따르는 순종적인 자식이 아니라서.
그냥, 결벽증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엄마의 기대에 못미쳐서...
나 홀로 훌쩍 떠나버리거나, 혼자만의 세계에 갖혀서
내 낭만과 로망은 채우려들고, 현실과 타협하려는 들지 않아서.
미안하고 죄스럽다.

 엄마는 내게 밥을 차려주는것이 즐거울까?
나 조차도 귀찮아서 밥을 안챙겨먹는 편인데. 엄마는 나에게 매일
밥차려주는 것이 즐거웠을까? 엄마의 새 남편에게는? 새 자식들에게는?
새 자식들보다도 못한 하나뿐인 친자식인 나에게는?
엄마는 분명 밥하는 운명이 아니었을텐데...
젊어서의 엄마의 사진을 보면, 난 그냥 글썽해진다.
엄마도 꿈이 있고, 나처럼 낭만이 가득했고, 그랬을텐데...
지금은 그냥 밥하는 사람이 되어버린것처럼.
내가 엄마의 뱃속에서 서식했을때부터, 야금야금
엄마의 꿈을 갉아먹고, 그렇게 엄마의 야망과 양분을 다 빼앗아서.
엄마를 아프게 해서. 내가 태어난것처럼. 미안하다.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것에, 죄스럽고. 미안하다.

 새벽이되면 눈물도 조용하게 흐르는것같다.
그래서 난 새벽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