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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또 걸었다.

별가루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4.27 14:30:12
조회 36 추천 0 댓글 0


 혼자서 낯선 곳에 뚝 떨어졌을때. 내가 원해서 자처해서 온 것 이었지만,
그래도 무서운 기분이 먼저 들었다. 나는, 유로의 개념이 별로 없어서,
무조건 근처의 슈퍼마켓같은 곳에 가서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달라 했다.
그리곤, 지하철역에 있는 공중전화기로 내가 아는곳에 전화를 했다.
"나 여기 잘 모르겠어. 아무데도 몰라. 나 여기가 싫어.
다시 돌아갈래. 나 여기가 너무너무 싫어. 나 빨리 갈래 그냥."
미친사람 처럼 울었다.
어른들은, 어려서부터 우는 나를 별로 예뻐하지 않았다.
재수없다고 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도 같다.
울면 해결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건, 난 잘안다.
장례식장에서 몇박 며칠을 울다가 눈이 팅팅 부어서
그날 먹었던 해장국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우는건, 마법이나 주문이 아니다. 우는건, 내 안의 강함의 패배와
나약함의 승리다. 우는건, 내가 약하다는걸 인정하는 것이다.
난 울고있어. 내가 우는것좀봐. 그러니까 어서 뭣좀해봐. 하고 말이다.
결국 나는 다시 민박집 안으로 돌아갔다. 외국까지 나와서
무슨 민박집이냐 싶었다. 그 집의 주인들이 주는 아침상이 너무나 싫었다.
그 집에 묵었던 이들은, 회사에서 같은 동료끼리 온 팀.
남편 잘만나서 홀로 여행을 즐기던 아주머니 한분 이 다였다.
난 미국에서 온 어린아이여서, 그냥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줬다.

 아침부터 콩나물국에 돼지고기를 먹자니. 가득히 쌓인 쌀밥이
어질어질해보였다. 내가 이 밥상을 얻어먹고자 이 먼 여행길에 올랐나.
나는 정말 보기만해도 토가나올 것 같아서, 먹는둥 마는둥 했다.
그래도, 돈이 부족했던 터라, 배가 부르게 먹었다.
머리도 안말리고, 그 집안에서 나와서 무작정 걸었다.

 어디로 갈진 난 잘 몰랐다. 그냥, 사람들이 많은곳을 찾아서 갔다.
어디선가 길을 잃으면, 난 무조건 차들이 많이 가는 곳을 따라간다.
그러면 대부분은 큰 길이 나오더라.
걷고 또 걷고 또 걸었다.
더우면,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먹었고. 배가고프면
슬러쉬같은것 하나와 소세지빵 같은것 하나를 사먹었다.
큰 광장에 나아가니, 해질무렵까지 인파가 끊이질 않았다.
사람구경 하는 재미도 있거니와, 나처럼 홀로 온 사람들이
서로를 관찰하면서, 신경안쓰는척 하는 그게 더 재미났다.

 겁도 없는 나는, 어느 벤치에 누워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했다.
누군가 와서 말을 걸기도 했지만, 난 그 나라 말을 잘 못해서
그냥 떠나가게 하였다. 콜라 한잔이라도 사들고 왔다면,
하루종일 친구가 되어줬을지도 모른다. 배고픔 앞에서 약해지는게
나라는 인간의 자존심인가.

 마지막 날, 한없이 걸었던 바닷가가 생각난다.
나중에 컴퓨터로 찾아보니 19.5km나 되는 길을 새벽까지 걸었다.
방파제를 따라서 걸었던 그 바닷가는, 인적은 아무도 없었고.
단지, 문을 닫은 카페들과 푸르게 불켜진 술집들 밖엔 없었다.
그마저도 으슬으슬했던게, 지나가던 찻길의 차들이 다 조용히 지나갔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걸었나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빈털털이에 가난하고 할게 없어서 그랬지 싶다.
가이드북을 사간게 후회될만큼, 그 곳에 유명하다는 곳은
내가 다 걸어버리는 바람에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철없이 걸어다니는걸, 아빠가 보신다면
무어라 혼을 내실진 모르지만. 나는 그래도 벤치에 누워 낮잠을 자도
어느 하나 건드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톰보이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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