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삶을 가르쳐준 건, 흰 종이 책장속의 글씨들이 아니라,
그런 글들을 읽어본 적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네.
내가 만난 한 노인은, 햇살보다 더 맑은 미소로 환하게 웃으며 쿠폰을 팔았다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그릇된 욕심이 부끄러워 졌다네.
어쩌면 나는 살아보지도 못할, 높은 빌딩같은 삶을 살고 있는 내 누군가가
내게 선물한 목걸이를, 그 노인에게 쥐어주었다네.
그러네, 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실이었던가.
그 당시의 난, 내가 잘한 일이라 여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네.
지금 돌이켜보니, 이 얼마나 나의 한없이 낮음이 드러나는 행위였던가.
그 나이 지극한 노인이 바라던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욕심이 아니었을거네.
나는 버렸다 했더 그 짐을, 그이에게 돌려주고야 말다니.
내 생각에선 선행이라 느꼈던 것이, 내 한없이 낮음의 물증이니.
아직, 난 한참 멀었구나...

 흙으로 더러워진 운동화를 닦아내었다네.
또 그 흙을 밟고 걸으리. 잔딧물이 내 운동화의 밑창을 파랗게 물들이겠거니.
흰쌀밥의 무김치를 곁들여 밥을 먹었다네. 무언가 아쉬울까 싶어
그래도 보랏빛 꽃이 수놓아진 접시위에 음식을 담아 먹었다네.
오래전 선물받은 빈 꽃병이 쓸쓸해보여 시든 장미 한송이를 담았다네.
줄기가 잘라진 꽃선물을 해주느니, 차라리 화분을 사다달라 했던 적이 있었다네.
이제는, 물속에 놓여있어도 시들어버리는 빛이바랜 꽃들도 아름답게 느껴진다네.

 한때는, 책을 빌려다 보는것이 좋았다네. 잠시 왔다가 떠나가 버리는 손님들처럼.
지금은, 몇권은 안되지만 오래전 내가 써놓은 낙서들이 있는 내 책들이 좋다네.
내가 내 친구를 밥을 사줘서 빈곤해졌을때 보다, 얻어먹고 온 후가 더 마음이 편하지 않다네.
새벽의 고요함보다도, 오후 두시쯔음의 찻길이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네.
오래전 이모가 건네준 반지를 한번 껴보았다네. 이래서 사람들은 몸에 무얼 지니는걸 좋아하는건지.

 내가 가지고 이 세상에 온것도 없지만,
앞으로 가지고 갈 것도 없을 것 같다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너 아니고서야 되겠는가.

 달랑 김치 하나와 고된 밥을 먹고 살아도,
너 하나가 나와 있으니, 행복하지 아니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