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러면 꼭
"일본으로 유학은 왜 가시는거에요?"
라고 물어봄
그냥 그럴 때마다.. 음..
길게 얘기하기 귀찮을 때는 그냥
"전 후에 일본에 눌러붙어 살려구요. 그러려면 현지에서 대학을 나오는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라고 끝냄
그러면 다들 진짜 이해하는건지 아님 대충 넘어가던지 그냥 끄덕거리고 넘어가.
그런데 이렇게 하루종일 일본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사1설이나
구글재팬 검색해서 소논문 네타찾으려고 혈안이 되고
한자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서 연습장에 빽빽이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긴 해.
문과로 경제경영쪽 전공하려고 일본에 가는데,
이게 과연 메리트가 있을까? 하고.
이공계로 가겠다고 하면
한국보다 메리트가 있는건 확실하게 보이거든.
일본 국립대에는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도 꽤 있고
그런 사람에게 비교적 저렴한 학비로 가르침을 받는다는건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상경학쪽은 그렇지도 않고
흔히들 한국사람들이 얘기하는게
"일본이나 한국이나 경제 뭐 배우는게 거기서 거기일텐데, 뭐하러 외화를 쓰면서 나가냐. 일본은 오히려 지금 불경기라 더 안좋지 않을까?"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난 그저 답 할 수 있는게 "일본어가 재밌어서."
라고밖에 할 수가 없을거같아.
내가 일본 유학을 결심한 이유가..
나 그래도 나름 고딩때 공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
반 등수도 계속 1등에서 3등까지였고
모의고사도 꾸준히 잘 나와줘서
담임이랑 상담할 때에도 "너는 지금처럼만 노력하면, 서울에서 최소 서울의 H대 이상은 갈 수 있을거야. K대나 Y대도 충분해."
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전혀 기쁘지 않더라고.
어느날 그 학원에서, 대학탐방을 갔거든. K대로 갔어.
학교 엄청 크더라고.. 그냥 그 느낌 뿐이었어.
내가 왜 이런데에 오기 위해서 저렇게 엉덩이 피멍들 정도로 맞아가면서 공부해야하지?
공부를 억지로 했어.
부모님의 간섭과 잔소리와, 학원에서는 숙제 안했다고 몽둥이로 맞아가면서.
스파르타식 학원이 유행이었거든. 부모들이 제발 우리애들 공부 안하면 때려가면서라도 성적 올려달라고 돈 몇십만원씩 갖다바치는 그런 학원.
그런데 고2올라가면서 제2외국어라는걸 하더라고.
일본어가 쉽다길래 일본어를 선택했어.
그런데 내가 7살때 윤선생영어교실부터 시작한 영어는 고딩이 돼도 말 한마디 뻥긋 못하는데,
일본어 이거는 조금만 했는데 막 말이 되는거야. 서툴긴하지만 뜻은 통한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해서
부모님을 졸라서 일본어학원을 등록했고,
기초반에서 릴레이식으로 그날 배운 표현을 한 마디씩 시키는데
혼자 학원에서 배운 단어가 아니라, 다른 단어집에서 본 단어를 써서 한 마디 했는데
선생이 엄청 칭찬해주더라고.. 그 때 엄청나게 기쁘고, 공부해서 그렇게 기쁜적은 처음이었어.
그리고 그 해에 jlpt2급을 350점대로 합격했는데, 그 때 엄청나게 행복했던 기억이 있음.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싶어서 한 공부가 조금씩 성과를 내 주고, 그 하나하나가 진짜 엄청난 의미를 지녔어 나한테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학을 일본쪽으로 생각하게 됐고,
그 겨울방학때 직접 혼자 일본 여행을 갔엉.
거기서 대학을 둘러본다고 갔거든.
그런데 그 대학에서는, 내가 예전 한국K대에서랑은 다르게
이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느낌이 오더라고.
그래서 그냥 그 때부터 확실히 유학으로 진로를 정하고
부모님과 학교선생들과도 얘기하고, 선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준비하다보니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한국보다 일본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하는게 어떤 메리트가 있나.
국립대로 간다면 학비가 싸기때문에 알바 하나정도 하면서 안정적으로 공부하면서
이문화속에서 좀 더 시야를 넓히고, 자국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는 점?
그 외 교육의 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
지금 일본에서 문과 공부하고 있는 횽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거든
일본에서 상경학을 전공하는게
어떤 메리트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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