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잘 읽어주시오 그럼 시작하겠소
제목 : 지령벌레와 혁명적 이발소장의 비극


어느 날, 고갤의 혁명적 사상에 물든 인민들이 한데 모인 평화로운 마을에 새로운 소문이 돌았다. "중라리스라는 반혁명적 존재가 지령벌레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벌레는 인민이 잠든 틈을 타 귓구멍으로 들어가 머릿속에서 자본주의적 사상을 주입한다고 했다. 그로 인해 고갤의 동무들은 매일 밤, 귓구멍에 코르크 마개를 단단히 끼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무렵, 정희 동무는 머리를 깎기 위해 마을의 유일한 혁명적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소의 문을 열자, 이발소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동무! 자네 이름은 무엇이오?"

정희는 혁명적 경각심을 품고 말없이 대답했다.
"다 깎지 말라오."

이발소장은 정희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동무. 내가 알아서 혁명적으로 처리하리다."

정희는 의자에 앉아 혁명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가 깨어났을 때, 거울 속에는 반짝이는 두피가 드러나 있었다. 머리카락은 온데간데없었다.

"동무! 내가 다 깎지 말라고 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혁명적으로 처리했소?"

이발소장은 바리깡을 든 손을 번쩍 들며 단호히 말했다.
"동무! 자네는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오! 고갤에 지령벌레를 퍼뜨리는 자가 바로 다카기 마사오라던데, 설마 자네가 그 반동의 씨앗 아니란 말이오?"

정희는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게 아니라오! 나는 단지 머리칼을 다 깎지 말라는 의미였소. 내가 어찌 지령벌레를 퍼뜨리는 반혁명의 주범이 될 수 있겠소?"

이발소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갤 사람들의 고통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허나 동무, 지령벌레로 인해 밤마다 고갤 동무들이 코르크 마개를 끼우며 잠드는 고통을 모른단 말이오? 나는 단지 이발소장의 의무를 넘어, 혁명적 사명감을 지키려 했을 뿐이오."

그때, 이발소의 창밖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
"중라리스가 온다! 지령벌레를 풀고 있다!"

정희와 이발소장은 깜짝 놀라 창밖을 내다보았다. 멀리서 반혁명적 인물 중라리스가 지령벌레를 손으로 휘두르며 웃고 있었다. 이발소장은 단호히 외쳤다.
"동무, 이 머리로는 안 되겠소. 빡빡머리는 지령벌레가 달라붙을 틈조차 없는 혁명적 무기요!"

정희는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의 머리가 혁명적 방패가 되었음을. 그는 결의에 차서 외쳤다.
"좋소! 이 빡빡머리로 중라리스를 타도하리다!"

이발소장은 바리깡을 들고 혁명적 노래를 부르며 정희와 함께 마을을 지키러 나갔다. 코르크 마개를 끼운 고갤 사람들은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며 그들의 용기를 응원했다.

그리고 고갤의 밤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물론 코르크 마개를 끼우는 습관은 계속되었지만, 이는 이제 고갤 동무들의 새로운 혁명적 패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