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고독이란 무당들이 쓰는 용어로 항아리에 독충을 잔뜩 집어넣어서 서로 죽이게 한 다음 마지막 남은 한 마리로 상대방을 저주하는 주술이다. 동족들을 전부 잡아죽인 마지막 독충은 과연 어떤 심정일까? 물론 곤충이 마음을 가지는지 어떤지는 감증된 사항이 아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선 곤충을 직접 잡아 여러가지 실험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집에서 나가기는 귀찮으므로 대충 집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잡아 '그레고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레고리는 나에게 말했다. 아니 바퀴벌레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그레고리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기 때문에, 그 바퀴벌레는 단순한 바퀴벌레가 아니라 그레고리다. 내가 그레고리를 가두고 그레고리를 관찰하는 것인가 그레고리가 나를 가두고 나를 관찰하는 것인가 어쩌면 벌레 통속이 밖이고 여기가 안이지 않을까? 그전에 내가 그레고리인가? 그레고리가 나인가? 그레고리와 나 간에 무슨 연결이 되는 것인가? 나는 해답을 찾기 위해 라이터로 그레고리를 지졌고 그레고리의 비명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