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화 컨텐츠 서사의 변주는 음악이 갖는 감정선에서 비롯된다. '울림'을 기반으로 한 청각이 갖는 전달력은 집중한 청자의 호흡을 긴장-이완시키는 데 가장 좋은 매개가 되므로.
흔히 BGM이라고 일컫는 게임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은 다른 문화 컨텐츠와 달리 체험자가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 자신의 선택으로 상황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게 상황을 컨트롤하는 플레이어에게 가감 없이 직접 쏟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에 실린 감정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마 국내서 이 점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다.
이미 하나의 궤가 된 비주얼 퀄리티에서나, 어른을 울고 울리는 이야기의 깊이에서나 서브컬처 시장에 새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 개발진이 니케의 음악에 갖는 애정과 자신감은 이미 유명하다.
'니케'는 그간 이미 수많은 기념 음원과 OST를 발매한 바 있으며, 니케 전문 음악 레이블 '레벨 나인'을 론칭하며 멜론, 유튜브 뮤직,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론칭 기준 약 280여 개의 음원을 등록했다. 오는 3월 14일에는 'OVER ZONE', 'NEVERLAND', 'LAST KINGDOM'의 OST 패키지 발매 계획도 발표했다.
장르 불문, 창의적 음악 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들과의 적극적인 테마곡 협업은 물론이고, 보컬곡의 가짓수만도 단일 타이틀로는 이미 비교 대상조차 없다.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은 4,4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자랑한다. 또, 어느 장르에나 대응 가능한 최신 무대 장치를 지녀 오케스트라와 밴드가 함께 하는 니케의 'MELODIES OF VICTORY' 프로그램에 적격이었다. 그랜드피아노와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첼로의 선율 위로 드럼비트와 일렉 기타가 활공하고, 레이저가 사방을 훑고 지나가는 연출은 니케가 갖는 특이점을 잘 소화해냈다.
레벨인피니트와 시프트업이 준비한 승리의 여신: 니케의 첫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말 그대로 지휘관들을 위한 하나의 거대한 선물이었다. 이 정도라면 까짓 거 있는 둥 없는 둥 지나간 밸런타인데이 정도는 까맣게 잊을 수 있겠다. MELODIES OF VICTORY는 웅장하게 편곡된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숙연한 고요함 속에서 일순 터져 나오는 게스트 보컬 Pernelle의 소리를 시작으로 게임에 로그인하듯 시작한 공연은 지휘관의 잊지 못할 첫 출전 속 '마리안'의 서사로 시작했다. 2년도 더 전에, 모두가 느꼈을 비정함과 무력함 속에서 고이 잠든 '모더니아'의 모습은 많은 지휘관들의 추억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1주년 스토리 이벤트 RED ASH를 먼저, 하프 애니버서리 스토리 이벤트 OVER ZONE을 역순으로 배치한 것 역시 참으로 영리한 판단이었다.
중간중간 캐릭터들의 대화로 당시 상황을 되새기게끔 하는 구성도, 절규하듯 외치다 어느 순간 그루비하게 리듬을 타는 Pernelle의 세련된 보컬과의 협연, 사람 좋게 웃으며 연주자들에게 항시 고개를 숙여 뜻을 전하는 HIROSHI TAKAKI의 뒷모습도 선물을 받아든 지휘관들에게 기꺼이 손뼉을 마주하게 했다.
니케의 OST가 그간의 서사에 매번 마침표를 찍어왔듯, 지휘자 손끝, 연주자의 손끝, 잘 조율된 악기 하나하나를 거쳐 홀 안에 가득 퍼지는 곡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흐르고, 하나하나 완성됐다. 한 톨, 한 톨 파내려가 이야기를 잘 알기에 무엇보다 감동적이었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던 익숙한 음악의 웅장한 변신에 또 새로이 귀가 트였다.
마이크 잡은 손을 어찌나 떨던지 보는 사람조차 긴장하게 만든 유형석 디렉터의 다소곳한 모습이나 주종현 사운드 디렉터의 숨길 수 있는 끼조차 유쾌한 이벤트였다.
생각해 보면 창작자의 열정처럼 참지 못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몇 없다. 아낌없는 아트 리소스와 캐릭터 하나하나를 발굴해 조명하는 충실한 이야기, 그 이야기 하나하나에 배어 있는 OST가 갖는 힘은 이렇게나 대단했다. 오케스트라에 치우쳐 부드러운 어울림을 고집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더 단단하게, 각자 치고 나가는 다이내믹한 편곡이 돋보여서 더욱 힘 있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추억을 다시 한번 조율할 수 있어 좋았다. 주말 저녁에 일하러 나가서 이런 말을 한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감사하다"고. 바빠서 연차도 못 쓰고 월요일에도 사무실에 남아 빈 시간을 이용해 짤막한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봐도 똑같다. 지휘관 중 한 명으로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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