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게임산업진흥에 대한 법률(약칭 게임법) 제28조 제7호에 따르면 PC방 업주는 밤 10시 이후부터 오전 9시 이전까지 청소년을 출입하게 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영업정지 및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 게임법에서는 "청소년 출입시간을 위반하여 청소년을 출입시킨 자를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청소년임을 알고도 출입시킨 경우에 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요. 즉, 법조문 그대로만 보면 PC방 업주가 단순한 실수나 위조 신분등 등에 속아서 심야시간에 PC방에 출입시킨 경우에도 영업정지 및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PC방 업주 입장에서 억울한 일이 많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심야시간에 청소년을 PC방에 출입시킨 업주가 처벌을 받은 사례 및 처벌 정도를 살펴보고, 최근에 바뀌고 있는 판례 경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실수로 청소년을 출입시켜 벌금이 선고된 사건
먼저 대전지방법원에서 2017년 선고된 2017고정238호 판례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PC방 종업원이 청소년 2명을 오전 12시 50분경에 출입하게 해 약 2시간 가량 게임을 하게 한 행위로 기소된 사건인데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인 PC방 업주 측은 ① 당시 종업원이 설거지를 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고 ② 심야시간에 PC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되어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허위 개인정보로 가입해 게임을 할 줄은 몰랐다며,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게임법 제46조 제2호는 동법 제28조 제7호의 규정에 의한 청소년의 출입시간을 위반하여 청소년을 출입시킨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청소년임을 알고도 출입시킨 경우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PC방 업주가 단순히 청소년인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또, 법원은 "청소년들이 이 사건 PC방을 이용하기 위하여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하기는 하였는데, 당시 위 청소년들에 대한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위 생년월일의 진위여부에 대해서 아무런 확인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피씨방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다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즉 이 사건의 경우 청소년들이 허위 개인정보로 회원가입을 했음에도, 회원가입 당시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PC방 업주 측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면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심야시간 청소년 출입 시 PC방 업주의 처벌 정도
이렇듯 과거에는 많은 경우에 일단 청소년이 출입금지 시간인 밤 10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이전까지 PC방에 출입한 경우 PC방 업주들은 영업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은 물론, 벌금과 같은 형사처벌까지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 출입시간을 위반해 청소년을 출입시킨 PC방 업주가 받게되는 처벌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게임법에서는 이와 관련해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내리는 행정처분과, 법원에서 결정되는 형사처벌 두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행정처분은 기계적으로 위반행위 횟수에 따라 부과되는데요, 현행법령에 따르면 PC방 업주는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10일,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3차 위반 시 영업정지 3개월, 4차 이후부터는 영업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다음으로 형사처벌은 게임법에 따르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이 규정되어 있는데요, 이 범위 안에서 법원이 재량으로 처벌 정도를 정합니다. 아래 표와 같이 청소년 출입시간을 위반한 PC방 업주에 대해 대부분 3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의 벌금형이 선고됐으며, 선고유예나 벌금형 집형유예도 상당 수 있었습니다.
최근 바뀌고 있는 판례 동향
그러나, 위와 같은 판례들은 근래 변화된 PC방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일일이 PC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이용대금을 수령하고 컴퓨터를 작동하게 해줬으나, 요즘은 PC방 규모도 커지고, 대부분의 PC방에서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면서 이용자 출입과 대금 계산은 키오스크로 관리하는 식으로 변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성인 개인정보를 이용해 키오스크를 통하여 회원 가입을 한 뒤 밤 10시 이후에도 게임을 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PC방 업주가 청소년이 출입시간 이후에도 PC방을 이용하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PC방을 이용해본 독자분 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심야 시간에는 직원도 적고, 직원이 음식과 음료 제조 및 서빙 등을 하다보면 PC방에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를 항상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선고되는 판례들은 이러한 PC방 상황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표적으로 대구지방법원에서 2018년 9월 13일 선고된 2018고단2965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PC방에서 청소년으로 회원가입한 아이디는 출입금지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종료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해당 청소년들이 나이를 속여 PC방 회원으로 가입하였고, 이를 PC방 업주는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또한, 당시 PC방 업주는 청소년들이 PC방에서 입장할 당시 (피고인인 PC방 업주 측에서 서빙 혹은 음식제조 등의 이유로 부재중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이 PC방에 입장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시하면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위 판결문은 PC방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이를 판결에 반영한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PC방은 청소년 출입 제한 의무가 있는 다른 업종인 담배판매점, 술집, 숙박업소 등과는 다소 다른 특수한 환경에 있는데요. 다행히 근래 들어서는 위 2018고단2965 판결과 같이 PC방 현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청소년 출입시간 위반 사건에서 선고유예, 집행유예, 무죄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선고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로 보입니다.
PC방 업주에 대한 입법적인 보호 대책을 기대하며
그러나 판결에서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받아 벌금을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PC방 업주에게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 영업정지, 즉 행정처분 문제가 남았기 때문인데요. 현행법상 별도 입법 없이는 수사과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거나 형사 판결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PC방 업주가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게임법을 보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개정된 법에는 청소년이 신분증 위조·변조 또는 도용 등으로 PC방에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을 이용하다 적발되었을 때, 이러한 사정이 인정되어 불기소 처분이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는다면 PC방 업주에 대한 행정처분을 면제해주는 기준을 신설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청소년 출입시간 위반 사건에 대해서도 청소년이 신분증이나 개인정보를 위조·변조 혹은 도용하여 청소년을 출입시켰고, 이러한 사정이 감안되어 불기소 처분이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을때 PC방 업주에 대한 행정처분을 면제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생겼다면 어땠을까요.
저도 예전처럼 PC방을 자주 가지는 못합니다만, PC방에서 보낸 많은 즐거운 시간들은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관련 법제도가 앞으로도 점차 잘 정비되어 앞으로도 우리나라 고유의 게임 문화인 PC방이 오래 번창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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