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심의등급과 콘셉트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게임에선 전투나 액션이 묘사된다. 무언가를 때리고, 맞는 일이 일상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은 비현실적이거나 아케이드성이 짙기에 피부로 와닿진 않는다. 실제로 철권 8을 플레이하며 공중에서 초풍신 7방을 맞을 때 '보기만 해도 내가 다 아프네'라며 몸이 움츠러드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아 물론 '저게 가능해?'라며 얼이 빠지는 경우는 있겠지만, 아무튼 화면 너머 플레이어가 아프진 않다.
이처럼 모니터 내부의 상황이 화면 바깥으로 느껴지는 것은 반드시 폭력의 정도와 비례하지 않는다. 모탈 컴뱃의 잔인한 피니쉬 장면이 혐오감은 줄 지 몰라도, 비현실적이고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것이 대표적 예다. 반면, 다치는 정도는 덜하더라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하고 화면 속 캐릭터와 같은 부위가 아파오는 것 같은 현실적 고통을 주는 게임도 있다. 오늘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화면 속 캐릭터의 고통을 함께 느끼게끔 하는, 보기만 해도 아픈 게임 속 장면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스나이퍼 엘리트, 가랑이샷
저격 특화 슈팅게임 '스나이퍼 엘리트' 시리즈는 꽤나 잔인한 장면이 많다. 애초에 타겟을 제거하는 게임이거니와, 저격에 성공하면 탄환이 몸을 꿰뚫어 상대방을 어떻게 처치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장면은 엑스레이처럼 투영해 마치 해부도를 연상시키듯 묘사되기 때문에, 현실성은 조금 떨어진다. 마치 과학실에 있는 인체모형이 생각나기에, 몇 번 보고 나면 금세 익숙해져 적을 효율적으로 처치하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단 하나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일명 '가랑이샷(Testicle Shot)'이라 불리는 장면이다. 그러니까 인체의 고간 부분, 정확히 말하자면 고환이 위치한 쪽을 저격으로 쏘는 것이다. 그렇다. 이 장면의 다른 명칭은 '고자샷'이다. 드라마 '야인시대' 등에서든 총알이 좋지 않은 곳을 지나가 고자가 되었더라도 의사양반이 목숨은 살려주지만, 스나이퍼 엘리트에서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물론 권총과 저격소총의 파괴력 차이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현실적일 듯 하다. 아무튼 다른 저격 장면에서는 덤덤하던 남성 게이머들이, 유독 가랑이샷만 나오면 다리를 움츠리고 식은땀을 흘리곤 한다.
TOP 4. 잇 테이크 투, 코끼리 인형 살해 장면
잇 테이크 투는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아이의 인형에 빙의돼, 원래대로 되돌아가고자 협력하며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그린 게임이다. 인형 시점에서 진행되기에, 게임 속 대부분의 무대와 캐릭터, 적은 장난감이나 가전기기, 공구나 작은 동물 등이다. 부부는 마법을 풀기 위해 아이의 울음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코끼리 애착인형 큐티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도망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큐티를 강제로 끌고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다리가 뜯기고 귀가 찢어진다.
게임 자체는 전반적으로 폭력적 요소가 없는 12세 이용가로, 위 장면 역시 선혈 표현 없이 인형이 찢겨나가는 정도에서 연출된다. 그러나 사람 말을 하는 순진무구한 인형을 잔혹하게 처치하고, 찢어진 부분에서 흰 솜이 흘러나오는 등의 묘사는 그야말로 섬뜩할 정도다. 전반적으로 평온한 게임 내에서 이 장면만큼은 정서적으로 상당한 대미지를 준다. 엔딩까지 보고 나면 이러한 묘사가 등장한 이유는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남기는 상처를 나타내는 것임을 알 수 있지만, 그 잔혹하고 폭력적인 묘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었냐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TOP 3. GTA 5, 미스터 K 고문
GTA 시리즈는 사회적 문제를 여러 차례 일으킨 폭력성 짙은 게임이다. 행인을 포함해 게임 내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범죄의 대상이며, 조직범죄나 뒷세계 이야기를 다루기에 게임 내에서 죽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GTA 유저들은 게임 내 잔혹하고 인정머리없는 범죄 장면들에 익숙해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골수 팬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GTA 5의 '미스터 K' 고문 장면이다.
미스터 K는 딱히 뭔가를 잘못한 사람도 아니고, 입이 무거운 사람도 아니기에 물어보면 다 말해줄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FIB의 질 나쁜 요원들이 일단 고문부터 하고 본다. 물고문부터 이빨 뽑기, 고자 만들기, 전기고문까지... 이로 인해 그가 받는 고통이 그야말로 모니터를 뚫고 생생히 전해진다. 마네킹 같은 다른 NPC들을 괴롭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불쾌함이다. 게임 속에서 고문하는 것도 이렇게 찝찝한데, 실제 고문기술자였던 몇몇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인간들이었을까?
TOP 2. 헤비 레인, 에단의 고행
인터렉티브 게임의 새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는 헤비 레인. 완성도 높은 여러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놀라운 몰입도를 자랑한다. 게임 내에서는 선택에 따라 주인공 일부가 사망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꽤나 잔혹한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정작 게이머들을 충격에 빠뜨린 장면은 사망 장면이 아니다. 오히려 일부 액션이나 격투게임에선 가볍다고 여겨질 만한 대미지임에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노골적이기에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게이머들이 손에 꼽는 장면은 주인공 중 하나인 에단의 고행이다. 깨진 유리병 조각이 가득한 환풍구를 맨손으로 기어가는 부분, 그리고 각종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부분이다. 참고로 손 절단의 경우 아웃라스트에도 묘사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헤비 레인의 일상 속 비일상을 마주한 부분이 더욱 임팩트가 크다고 느껴진다. 이러한 장면은 신체에 가해지는 대미지 자체는 다른 장면 대비 크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게이머로 하여금 매 동작마다 숨을 참게 하고, 매 선택을 괴롭게 만든다. 아이를 납치당한 상황이기에 불합리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범인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들어줘야만 하는 에단에 몰입하다 보면, 더욱 몸서리처지는 장면일 수밖에 없다.
TOP 1. 퀘이크 4, 신제 개조 컨베이어 벨트
인간을 가축처럼 부리는 외계 문명이 있다면? 인간의 고통 따윈 신경쓰지 않고 도살이나 인체실험 등을 일삼는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이 내용을 게임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낸 장면이 있다. 퀘이크 4의 신체개조실 장면이다. 주인공 매튜 케인이 중간 보스에게 잡혀 스트로그의 기계 병사로 개조되는 것인데, 이들은 인간 등 생명체를 붙잡아 기계로 개조해 온갖 곳에 이용한다. 병사로 쓰는 정도면 양호하고, 몸통만 남은 채 우주선의 생체 부품이 되거나, 장식품이 되어 영원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다 개조가 실패하면 살았건 죽었건 그대로 하수구에 내던져진다.
퀘이크 4는 주인공이 이런 개조를 당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과정은 단순히 외계인이 와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이라곤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진행된다. 눈 정도만 겨우 움직일 수 있게 고정된 의자가 움직이는데, 하필이면 바로 앞에 나란히 붙잡혀 온 병사가 한 명 있다. 그 병사가 당하는 일들이 조금 후에 바로 나에게도 닥친다는 공포 속. 앞 의자의 가려진 부분에 회전톱날이 들어가고 피가 튀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트라우마 안 생기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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