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형종 기자] 모바일게임 ‘잊혀진 서재’와 개발팀 ‘스토리 디자인 프로젝트 소낙(이하 소낙)’을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였다. 당시 플레이해본 게임은 독창적인 퍼즐과 독특한 캐릭터가 매력 포인트였다. 이후 직접 다운로드 받았고, 지스타 시연 버전이 상당히 순화된 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부 퍼즐은 극찬이 뿜어질 정도로 어려웠고, 힌트를 본 뒤에는 크게 후회할 정도로 창의적인 퀴즈도 등장했다.
다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다소 아쉬웠던 부분은, 모바일 플랫폼에서 다소 한계가 보였다는 점이었다. 일부 퍼즐은 터치로 풀기 어려웠고, 전투 미니게임은 더 넓은 화면이 적합하게 느껴졌다. 기본적인 아트 디자인도 모바일에서는 다소 단순하게 표현되어, 더 넓은 화면에서 볼 때 강점이 있어 보였다. BM 역시 무료 광고시청형 방식보다는 패키지 구매 방식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지난 3월 1일부터 텀블벅을 통해 잊혀진 서재 확장 스토리와 PC 이식 소식이 들렸다. 이에 게임메카는 개발팀 소낙으로부터 잊혀진 서재를 개발했던 과정과, PC 이식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시작한 개발팀 ‘소낙’
소낙은 이현준 총괄 기획자 및 대표(이하 이현준 대표)가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서 출발한 개발팀이다. 이현준 대표는 개발사 데브시스터즈에서 10개월간 인턴을 하며, 팀을 이뤄 게임을 만들거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게임에서 풀어나가면 어떨지 고민했다. 이후 2022년 초,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고등학교 친구 김예현 아트 담당과 함께 처음 캐릭터를 구상하며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각종 대학생 커뮤니티와, 단톡방 등으로 팀원을 모았다. 현재 아트, 개발 등 팀원은 객원 멤버를 포함해 10인에 육박한다. 이후 2023년까지 약 1년간 잊혀진 서재를 개발했고, 성공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으로 출시할 수 있었다. 이현준 대표는 “제가 구현할 수 없는 그래픽이나 게임 요소를 협업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전했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를 토대로 펼쳐지는 퀴즈형 방탈출게임
잊혀진 서재는 이야기로 이루어진 한 세계가 파괴되고, 플레이어가 여러 주인공이 되어 퀴즈를 풀며 이야기를 모아 세상을 구한다는 스토리를 다룬다. 게임에는 총 다섯 주인공과 판타지 대륙이 존재하며, 각 주인공별로 서로 다른 장르 스토리가 전개된다. 예를 들어 화염의 마법사 아이란 존스티나의 이야기는 로맨스와 추리 장르로 전개되며, 페니 피타의 스토리는 동료 어드벤처 장르에 가깝다.
게임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유는, 단일한 하나로 진행될 시 유저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준 대표는 “계속해서 변하는 전개로 끊임없이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장르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세계관이고,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연결된 부분이 매력 포인트다”라고 전했다.
이현준 대표는 과거 TRPG를 좋아해 캐릭터를 자주 구상했고, 주인공 아이란이나 에르덴투야는 그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이란은 로맨스 판타지에서 오해를 받는 악녀 캐릭터를 모티브로 삼았다. 루와 페니의 경우 스토리가 캐릭터보다 먼저 탄생했는데, 바다라는 배경에 맞는 스토리 구상하고 이후 어울릴 주인공 구현했다. 그 과정에서 뮤지컬 아이다에 영감을 받아 바다를 사랑하면서도, 살아온 배경과 지위가 전혀 다른 관계를 떠올렸다고.
독창적이면서도 스토리와 어우러지는 퀴즈 구성
게임은 주인공들이 퍼즐을 풀며 방을 탈출하거나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아이란은 마약과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추리로 범인을 찾거나 비밀을 파헤치기도 한다. 김서영 기획자는 “단순 연산 방식 문제는 재미도 없고, 너무 쉽거나 어려울 수 있어 넌센스 부분을 추가한 경우도 많다”라며, “평소 방탈출 카페나 게임을 자주 하다 보니 브레인 티저(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퍼즐)에도 익숙해 관련 퍼즐도 많이 만들었다”고 전했다.
퍼즐 난이도 조절을 위해서는 이현준 대표가 일차적으로 검수를 한 뒤 다같이 모여 퀴즈를 풀며 난이도를 조절했다. 또 그 과정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 의도하지 않은 플레이 방식이나 답안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절했다고. 김서영 기획자는 “어떤 사물을 클릭했을 때 무엇이 나오는지를 전부 생각해야 하고, 어떤 순서로 클릭하면 나오는 결과가 모두 달라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탄생한 퀴즈와 미니게임은 난도 높으면서도 흥미롭게 완성됐다. 방탈출 하면 떠오르는 가장 흔한 미로 탈출 문제부터, 풀이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숫자 퀴즈, 턴제 전투와 절묘하게 조합된 한붓그리기 퍼즐 등이 등장했다. 이런 퀴즈와 미니게임은 스토리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예를 들어 귀족 로맨스 스토리에서는 인사했던 귀족들을 기억하는 퀴즈나 식사 예절과 같은 문제가 나왔으며, 요리 어드벤처에서는 주인공과 식재료가 턴제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PC 버전 개발,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기 위해
잊혀진 서재는 지난 9월 모바일로 출시되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별점 4.2점을 기록하는 등 호평을 받았고, 2023 지스타에서도 많은 인원들이 시연에 참여했다. 그런 소낙은 지난 3월 1일부터 PC판 제작을 위해 텀블벅에서 펀딩을 시작했다. 모바일게임을 PC로 이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세로화면과 터치 기반 게임이었던 만큼 퍼즐부터 게임 구조까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손봐야 한다. 그들은 왜 PC판을 만드는 모험을 했을까?
그들이 PC판으로 출시하면서 가장 강조하고자 하는 요소는 바로 ‘새로운 이야기’다. 소낙은 공식 SNS에서 만화 등을 통해 캐릭터에 대한 추가 스토리와 이야기들을 다방면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게임 내에는 나오지 않으며, 직접 찾아봐야만 알 수 있다. 이현준 대표는 “PC에서만 확장된 이야기가 있다”라며 “모바일에서는 제작 시간상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플레이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재’라는 정체성에 더 걸맞는 그래픽 리뉴얼을 위해서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현준 대표는 “모바일에서는 화면 크기 제약 등으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았다”라며, PC 버전에서는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할 때마다 서재가 채워지는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라고 전했다. 모바일 버전 총 36챕터에 더해 15챕터 이상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잊혀진 서재는 지난 12일 텀블벅에서 목표 후원금 200만원을 200% 이상 넘기며 성공리에 펀딩을 완료했으며, 오는 7월 완성을 목표로 개발 일정을 밟아갈 예정이다. 이현준 대표는 “처음 제작한 게임이라 서툰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유저 여러분 피드백도 적극 수용해 재미있는 게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펼쳐질 잊혀진 서재의 새로운 이야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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