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해외 게임 속 한국인 캐릭터들은 대부분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태권도를 한다거나, 전통 설화에 기반한다거나, 한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거나, 해킹 실력이 뛰어나다거나, 천재 과학자라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성향은 이른바 클리셰화 돼서, 한국인 캐릭터의 다양성을 가두는 틀로 작용하기도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4의 한주리나 오버워치의 송하나가 이러한 클리셰를 깨긴 했지만, 태권도를 사용한다거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등 어찌됐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게 한국인이라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격적인 캐릭터들도 있다.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이들에게선 한국인의 'ㅎ' 자도 찾기 어렵다.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과거와 달리 다문화 가정이 많아졌고,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도 많기에 이른바 ‘한국인스러움’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의 유물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런 틀을 깬 캐릭터들을 만나보겠다.
TOP 5. 더 락 아니에요? 김민형(기어즈 오브 워)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배경은 지구가 아니다. ‘세라’라는 가상의 행성이며, 인류가 지구에서 이주해왔다는 이야기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세라 행성에서 오래 전 고대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는 등, 기존 지구 문명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비록 마커스 피닉스, 도미닉 산티아고, 거스 콜, 데이먼 베어드, 빅터 호프만 등 서양권 이름이 판치는 가운데 ‘김민형’이라는 한국식 이름 캐릭터가 떡하니 들어 있지만 말이다. 메이슨 킴도 아니고 김민형이면 빼박이지만 넘어가자.
아무튼, 김민형 중위의 모습을 보면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동양계인가 싶다가도 마커스 친구 같기도 하고, 민머리에 근육질 몸매를 보면 왠지 ‘더 락’ 드웨인 존슨이 생각나기도 한다. 한국인 군인 하면 나오는 해커나 기술자, 날렵한 특공대 콘셉트도 아니고, 살짝 고압적이면서도 군율에 엄격한 재수없는 상관 이미지라는 점도 독특하다. 어… 그러고 보니 저런 장교 군대에 많지 않던가?
TOP 4. 한국인 악역은 지능/민첩 캐릭터라는 법 있나? 쟈니 갯(세인츠 로우 시리즈)
세인츠 로우 시리즈는 현대 지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여기 나오는 조연 캐릭터 쟈니 갯은 1편부터 주인공과 함께 온갖 정신나간 짓을 다 하고 다니는 망나니로,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다. 얼핏 이름만 들으면 외국인 같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서울에서 태어난 지훈이라는 한국인이다. 뭐, 로스트 꽈찌쭈 역의 대니얼 대 김이 성우를 맡았을 때부터 한국인 스멜을 풍겼지만 말이다.
아무튼, 쟈니 갯의 캐릭터는 유난히 독특하다. 한국인 뿐 아니라 동양인 캐릭터의 전형을 싸그리 무시한 인물인데, 일반적으로 동양인 악역은 머리를 쓰는 책사 역할이거나 암살자, 무술가가 대부분이라면 쟈니 갯은 살짝 핀트가 나간 과격파 전사다. 이 같은 파격적 해석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합쳐져 주인공 다음 가는 인기를 끌며, 세인츠 로우 확장팩 ‘갯 아웃 오브 헬’에서는 아예 주인공으로 나서기까지 했으니… 이것이 아메리칸 드림인가?
TOP 3. 금발 올백 야쿠자가 한국인이라고요? 고다 류지(용과 같이 2)
용과 같이 시리즈에는 한국인 캐릭터가 은근히 많이 등장한다. 일본 야쿠자 세계에서 살아가는 재일교포들이나, 한국 폭력조직에서 넘어온 이들까지. 어쨌든 게임 내 한국인들을 보면 왠지 패션이나 분위기, 말투 등에서 한국인 티가 조금씩은 난다.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라도 나중에 설명을 듣고 나면 ‘그랬구나’라고 납득할 정도.
그러나, 용과 같이 2 최종 보스로 등장하는 고다 류지는 아무리 봐도 한국인 캐릭터라는 인상이 전해지지 않는다. 그는 비록 어릴 적 사정으로 인해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한국인 부모에게 태어난 순수 한국인이다. 그러나 관서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며, 금발 올백 머리에 금목걸이, 노안 얼굴까지. 아무리 봐도 야쿠자 두목 캐릭터인 그를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요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실 모든 것이 밝혀진 지 14년이 흐른 지금도 고다 류지를 한국인이라 칭하기 살짝 어색할 정도니…
TOP 2. 일본 닌자가 아니었다고? 제트(발로란트)
2020년 2월, 라이엇게임즈 본사에서 발로란트 비공개 시연회를 열었을 때가 기억난다. “캐릭터 중에 한국인이 있어요”라는 말에 모든 캐릭터를 다 살펴봤지만, 도저히 한국인처럼 보이는 인물이 없었다. 일단 세이지와 바이퍼가 후보에 올랐고, 얼굴이 공개되지 않은 오멘이나 사이퍼도 유력 후보였다. 혹은 혼혈 한국인 모델 한현민을 모티브로, 피닉스가 한국인 캐릭터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일본인 닌자 캐릭터처럼 보였던 제트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답은 제트였다. 그녀는 정열적인 한국 게이머들의 열정을 품고 있고, 바람의 힘을 사용하고, 은장도를 모티브로 한 특수 도검을 던지고, 어머니가 입던 저고리 고름을 허리에 메고 싸운다. 은발 역시 염색을 자기 표현의 일부로 사용하는 K-POP 아이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했는데, 그만큼 한국인 캐릭터의 클리셰를 완벽히 깨뜨렸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TOP 1. 장거한&최번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용호의 권과 아랑전설 캐릭터들이 한 데 모여 자웅을 겨루는 꿈의 대전격투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4’가 발표됐을 당시, 많은 한국 게이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시는 국가 별로 팀을 짜서 출전했는데, 무려 ‘한국팀’이 존재했던 것! 아랑전설에 나온 김갑환을 필두로 신 캐릭터 두 명이 한 팀으로 출전한 것이었다. 바로 최번개와 장거한이다.
그런데, 사실 이 둘… 아무리 양보해도 한국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체 한국 어디에! 발에 철구를 쇠사슬로 묶어 가두는 감옥이 있으며! 227cm 300kg라는 체형(앙드레 더 자이언트를 능가한다)의 죄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동그란 선글라스와 쇠손톱을 끼고 고기를 자르는 대머리 정육점 주인은 어딜 가야 볼 수 있는가! 뭐, 백번 양보하면 최번개는 은근 자이언티와 닮았으니 한국인 같아 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둘 다 기존 한국인 클리셰를 확실히 깬 인물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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