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모든 창작 활동이 다 그렇지만, 게임 개발사들도 특색 없인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 MMO에 특화된 곳, 미소녀게임에 진심인 곳, 오픈월드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만드는 곳, 스토리텔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 등 각양각색의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색을 지켜가며 특색 있는 게임들을 만든다. 일부 게임은 스크린샷 한 장, 트레일러 1초만 봐도 '아! 이 개발사 신작이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이거 정말 그 개발사 게임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이질적인 게임이 가끔씩 등장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만우절 거짓말인 줄 착각하기까지 할 정도다. 오늘은 유명 개발사들의 평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게임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코에이, 사실 소싯적에 '야겜'좀 개발했습니다
코에이 하면 왠지 고풍스럽고 진지한 느낌이 든다. 대표작인 삼국지 시리즈를 필두로, 대항해시대, 노부나가의 야망, 징기스칸, 수호전 등 역사 기반 시뮬레이션 게임을 중점적으로 내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이성과 첫 만남 자리에서 코에이 게임을 즐긴다고 하면 '지적이고 전략을 좋아하는 제갈량 같은 사람'이라며 호감을 산다는 것 말이다. 그런 말 없다고? 젠장 그래서 내가 지금...?
어쨌든, 역사 기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명한 코에이의 초기 작품을 보면 꽤나 낯설다 못해 거부감까지 들 것이다. 코에이는 1982년 '나이트 라이프'라는 성인용 게임을 냈는데, 사실 게임이라기엔 부부생활 교습서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 작품은 무려 일본 최초의 성인용 상업 소프트웨어로 기록됐다. 이후 '일본 최초의 야겜'이라 불리는 '단지처의 유혹' 등 몇 개의 '야겜'을 내며 돈을 번 코에이는 신장의 야망을 시작으로 본격 역사 전략 시뮬레이션 회사로 거듭나며 과거 세탁에 성공한다.
TOP 4. 일루전, 저희라고 '야겜'만 개발했던 건 아닙니다
위에서 소개한 코에이와 정반대 사례를 소개한다. 바로 '3D 야겜 명가'로 불리는 일루전이다. 국내에서는 '미행' 시리즈를 필두로 '인공소녀', '스쿨메이트', '리얼그녀', '허니 셀렉트' 등으로 유명하지만,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과 자매 브랜드 작품까지 합하면 더욱 많은 게임들이 있다. 사실 3D로 나아가기 전에도 2D 야겜을 제작하긴 했으나,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회사였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전엔 '야겜'이 아닌 보통 게임을 만든 적도 있다. '에게해의 물방울(エーゲ海の雫)'과 같은 일반 어드벤처게임이 대표적인데, 3D 기술 초창기에 만들어진 터라 그래픽 수준이 높진 않지만 선정적 장면 없이 포인트 앤 클릭으로 진행되는 게임성이 '이게 일루전 게임 맞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이런 시도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고, 그 이후부터 엇나가는 일 없이 이쪽 분야에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TOP 3. 엔씨소프트, 레메디가 만든 줄 알았죠?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는 2000년대 이후 PC온라인, 2010년 이후엔 모바일게임 쪽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양 개발사들처럼 AAA급 PC·콘솔 패키지게임을 개발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그 결과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던 중 작년 6월, 흡사 레메디의 '컨트롤'을 연상시키는 게임 '프로젝트M'이 공개됐다. 영상만 보면 잘 만든 한국 첩보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데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라는 점에서 그간 국내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실험적인 게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런 게임을 만드는 국내 게임사가 대체 어디지?' 라는 의문을 가지고 트레일러를 보고 있자면, 눈에 익은 로고가 보인다. 바로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 하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MMORPG에 집중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타 장르 게임도 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온라인 기반 게임이었다. 그런 엔씨소프트가 이런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하며 놀랐다. 그렇게 눈도장을 찍은 프로젝트M은 최근 장르가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액션 어드벤처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엔씨답지 않은 게임'으로 업계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TOP 2. 펌킴, 고통 주는 것도 즐겁지만, 서정적 게임도 만들 줄 압니다
언제부터였을까? 유저들을 고통과 도탄에 빠뜨리는 것으로 유명해진 게임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항아리 게임(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이후부터가 아닌가 싶은데, 물론 고난이도 게임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이 게임 이후로 점프 킹, 셀레스테 등을 거쳐 ALTF4라는 극악한 게임까지 등장했다. 한국 인디게임사 펌킴이 제작한 이 게임은 '재미있긴 하지만 사람을 제대로 열받게 만드는' 고통게임의 법칙을 잘 지키며 인기를 모았다. 많은 유저들이 '개발자 주소 좀 알려주세요'를 외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장난감 세계로 떨어진 여자아이 '소원이'가 부모님을 찾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감성적이고 몽환적인 게임 '소원'의 개발사가 펌킴이라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동명 개발사인가?', '잘못 읽었나?', '오타인가?'라고 의심한 것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오죽하면 “이런 게임 만들 줄 알면서 그런 게임 만드냐”는 말까지 보일 정도였으니. 아, 물론 곧이어 '그런 게임'인 ALTF42도 냈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않아도 된다.
TOP 1. 락스타게임즈, 우리라고 폭력 게임만 만드는 줄 알아?
락스타 게임즈 하면 GTA, 레드 데드 리뎀션, 맥스 페인, L.A.느와르, 맨헌트, 불리 등이 대표작이다.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오픈월드, 액션, 높은 자유도, 폭력성 등으로 압축된다. 대부분의 게임이 AAA급이라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그런 락스타가, Wii로 즐기는 전체이용가 탁구 게임을 만들었으리라고는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다.
사실 이 게임은 락스타 어드밴스드 게임 엔진(RAGE)을 활용해 제작된 첫 게임이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해 주는 물리엔진인데, 훗날 GTA 4, 5와 레드 데드 리뎀션 1, 2에 사용된 그 엔진이다. 일각에서는 엔진 테스트용으로 만든 게임을 그냥 썩히기 아까워서 타이틀로 냈다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든 '그' 락스타가 일반 탁구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은 지금도 쉽게 믿기지 않는 부분이다. 참고로 상대방에게 라켓을 던진다거나 탁구 경기판을 엎는 기능도 없다. 지금 봐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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